새빨간 쇼파에 누워있는 여성의 묘한 실루엣에 눈이 가는 표지와 비즈니스 라는 제목의 조합이 조금 의아하기도하고 무엇을 얘기하려는지 짐작할 수 없어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제목과 표지의 이미지가 상당히 이질적이기에 묘한 거부감까지 느껴지는 이 책. 비즈니스 라는 제목 때문에 약간 어려운 경제 소설 일거라는 생각이 들어 책을 집어들기까지 상당히 망설여지게 만든다. 이 소설의 배경인 ㅁ시는 신시가지와 구시가지가 20년의 시간차를 갖고 있을 정도로 자본주의에 따른 차이를 여지없이 보여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재미만을 추구하며 독서를 하는 나에게 조금은 버거운 책이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난해하진 않았다. 박범신 작가님을 처음 접한 ’은교’도 잘 읽히긴 했지만 그 이면에 담겨진 작가의 뜻을 이해하기는 어려웠는데 이 책도 역시나 잘 읽히긴 하지만 작가가 이 책을 통해서 보여주고자하는 자본과 비즈니스에 대해서 낱낱이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자본주의적 슬픔을 느낄 수 있었으니 나에겐 좋은 배움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아들의 과외비를 벌기 위해 매춘을 하는 주인공인 여성은 아들에게만은 더 나은 기회의 길을 주고자 시작한 일에서 그녀는 고객으로 한 남성을 만나게 된다. 부유한 사람들의 물건을 훔치는 ’타잔’ 이라 불리는 그와 그의 아들 ’여름’ 으로 인해 그녀는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모성애를 느끼게 되고 그들과 함께 한 가족처럼 지내게 된다. 아들에게는 사랑이라는 마음보다는 물질로 그 사랑을 표현하고 여름에게는 마음으로 그 사랑을 표현한다. 그녀의 이런 모습은 자본주의사회라는 것이 얼마나 이기적인 선택을 하게 만드는지 그 일면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제 결혼은 사랑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일종이 되었다. 부유한 사람들과 권력 계층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결혼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그 관계를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며, 더 나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자신의 스펙을 쌓고 미를 가꾸는 이들도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런 사회에서 어찌 보면 여주인공의 선택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다. 자신이 살아온 삶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주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해서 아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려하는 것이니 말이다. 한 도시 안에서 너무나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신시가지와 구시가지. 둘의 상반된 모습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자본에 의해 격차가 생겼는지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열심히 일해도 하루 먹고 살기도 바쁜 이들은 그저 신시가지의 유지를 위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부조리한 사회가 소설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면 얼마나 좋을까... 자본과 권력으로 인해 계급화된 부조리한 사회가 없어지고 모두가 자본에 굴복당하지 않는 사회가 오길 바래본다.
나의 첫사랑은 어떠했는지 그 시절의 감정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만드는 청소년 소설 <비너스에게> 누군가가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리고 그가 생각나서 어느순간부터 그를 찾게 되고 마구 설레이며 그와 함께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하는 조금은 어리둥절하고 생소했던 감정. 그 감정을 사춘기 남자아이인 성훈이가 겪게 된다. 하지만 그는 그 감정에 앞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돌아봐야했다. 이성이 아닌 자신과 같은 동성의 ’군’에게 반해버렸으니 말이다. 성훈은 군에게 다가가기 위해 거짓을 둘러대고, 남들과 다르기에 그 사랑을 표현하기도 두려워하고 내어보이기도 주저한다. 본능대로 자신의 마음을 내보여서 결국엔 자퇴를 하게 되고, 보통의 아이들보다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애미 청소년 상담소의 양나씨와 수의사인 현신을 만나게 되면서 첫사랑으로 인해 상처받은 마음이 조금씩 치유되고, 오맙또 프라이데이에 상담소에 다니는 또래의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점점 원래의 자신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게된다. 이 작품은 성훈이 비너스라는 가상의 존재에게 편지를 보내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편지를 쓰며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돌아보고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하려는 그의 마음이 잘 느껴지는 듯했다. 우리도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줄 누군가가 한명쯤은 있다면 거짓을 모두 내버리고 솔직하게 살아가며 조금 더 행복한 삶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삶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성훈이의 마지막 말처럼 우리도 자신의 삶을 조금 더 사랑하며 세상과 나 사이의 ’틀림’ 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며 살아나갔으면 좋겠다.
니시키도 료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 이미 촌마게 푸딩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영화 DVD가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던 중 원작소설의 출판소식을 듣고 미리 소설로 이야기를 접해볼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레는 마음을 안고 읽어 보았다. 띠지에도 적혀있듯 일본에서 이미 개봉한 영화의 원작이라고 홍보하는 걸 보니 우리나라에서 정식 개봉도 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타임 슬립이라는 어쩌면 조금 흔하고 결말을 예상할 수 있는 뻔한 소재에 이혼한 싱글맘과 사무라이 파티시에라는 독특한 소재를 더하여 재미와 감동까지 그려내 읽는 내내 디저트를 만드는 야스베를 생각하며 달콤한 상상을 즐길 수 있었다. 촌마게를 한 사무라이 야스베의 눈으로 바라보는 현대 사회의 묘사도 재미있고, 그가 180년 후의 시대에 가정주부처럼 집안 일을 하면서 하나씩 적응해나가는 모습도 흥미롭게 그려져 책을 펼치자마자 단숨에 읽어버렸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어린 아들 도모야와 함께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히로코는 집안일과 회사일 둘 다 번듯하게 해나가기가 힘에 부쳐 버거운 나날들을 보낸다. 인스턴트 식품들로 끼니를 떼우고 아들을 위해서 눈치를 보며 칼퇴근을 하기에 늦은 밤까지 밀린 업무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직장맘들의 슬픈 현실을 잘 보여준다. 아이를 키우며 일도 하며 생계를 유지해야하는 워킹맘의 현실이 나의 미래의 모습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고 싱글맘과 워킹맘들을 위해 제도적으로 개선되어야할 여러 문제점들이 떠올라 마음이 조금 답답하기도 했다. 야스베는 현대사회로 와서야 노동의 기쁨을 알게 되고, 자신의 일을 기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처리해나간다. 그 열정이 부럽기도 하고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찾은 그가 마냥 부러웠다. 그는 현대인들이 자각하지 못하는 여러 잘못된 점들을 지적하며 일깨워준다. 180년 전의 사람이기에 독특하게 느껴지는 그의 말투와 사고방식과 행동으로 인한 재미도 느낄 수 있었고, 그의 충고를 통하여 죽비같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 집어든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야스베를 통해서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해준 작품이었기에 이번에 출판했다는 작가의 속편까지 번역되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어서 우리나라에도 영화가 개봉되어 영상으로도 이 작품을 만나볼 날이 속히 오길 바란다.
아버지란 이름을 얻게 되면 자녀를 위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게 되는 걸까? 딕 호이트가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는 참으로 많은 것을 깨닫고 생각하게 해주었다. 놀라운 희생 정신과 사랑 그리고 인간 승리가 무엇인지 보여준 딕과 그의 가족이 살아온 지난 이야기들은 이 추운 겨울날 꽁꽁 언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었다. 주디와 딕의 첫째 아들 릭은 탯줄이 목에 감긴 채로 태어나 뇌에 산소가 원할히 공급되지 않아 그는 뇌성마비와 전신마비의 장애를 얻게 된다. 건강한 아이가 태어날 거라 여긴 부부는 상심에 잠기게 되지만 그 충격을 극복하고 주위의 반대와 충고에도 불구하고 크나큰 사랑으로 키워나간다. 이들 부부는 릭이 몸만 불편하지 정신은 말짱하다는 걸 학교에 거듭 주장하지만 여러 학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지금보다 조금 더 차별이 많았고, 장애인이라면 거부감부터 생겼을 그 당시에 그들이 얼마나 필사적으로 노력했을지 어렴풋하게나마 생각할 수 있었다. 평범한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포기하지 않고 고군분투하게 되고, 몇 년간의 끈질긴 노력으로 릭은 겨우 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장애만 없었다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을 학교 등록문제부터 그들은 여러 시련들을 겪는다. 릭이 대학생활을 할 때도 자원봉사자 학생들을 여럿 두어서 릭이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게했지만 목숨이 위태로울 뻔 했던 적도 더러 있었다. 책으로 그 당시의 이야기를 들을 때도 아찔하던데 정작 그 당사자와 가족들은 어떠했을까 짐작하기조차 힘든 순간에도 릭은 밝은 모습으로 주위를 안심시킨다. 몸이 불편함에도 그렇게 밝은 성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뿐이었다. 릭의 엄마인 주디는 아들을 위해 다른 엄마들처럼 희생을 하며 자신의 일을 포기한다. 릭이 어느정도 자란 후에야 주디는 교육학을 공부하며 릭과 같은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 일을 하며 릭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준다. 엄마로서 주디의 역할과 그녀의 희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은 아버지인 딕이 아들과 함께 한 레이스에 관한 기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 아빠와 달리고 싶어요." p118 라는 릭의 소망으로 딕은 회사 일 틈틈이 레이스 연습을 하며 몸을 단련해나가고 어떻게 하면 아들과 함께 달릴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게된다. 아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시간들을 쏟아부어 그 꿈을 이루어주는 아버지 딕의 모습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주변의 차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완주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 아들이 너무나 기뻐하기에 딕은 마라톤, 철인 3종 경기 등등 여러 레이스에 참가하게 되고, 어느 순간 인터넷에 올라온 그들의 동영상으로 인해 호이트 팀은 여러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존재로 많은 관심을 받게 된다. 한 아버지의 사랑이 여러 사람에게까지 감동을 자아내게 만들다니 참으로 인상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아들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헌신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처음 봤다. 부모의 내리사랑이 이정도일 줄이야 감탄이 끊이질 않았다. 한 두번의 레이스가 아닌 일일이 헤아리기도 어려운 레이스에 참가한 부자의 이야기가 너무 감동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장애를 안고도 밝고 긍정적인 릭의 성격이 모두를 좋은 방향으로 끌어주는 것처럼 느껴져 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이끌어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잡지에 실린 딕을 향한 릭의 속마음은 눈시울을 적시기에 충분한 감동을 전해주었고, 말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에게 사랑한단 말 한마디 고맙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않고 사는 나의 모습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해 주었다. 호이트 팀의 Yes, you can. 슬로건은 우리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건내주는 듯 했다. 우리에게 이들 부자의 슬로건은 어떠한 일이든 항상 포기를 안고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열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자녀들과 자녀를 둔 부모에게 권하고 싶은 사랑과 기적의 레이스 이야기. 딕 호이트의 레이스를 통해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과 열정 그리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자신의 삶의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들어 준 시간을 갖게 해주었던 시간이었다.
탐정 외젠 발몽이 자신의 활약상을 담은 회고록의 느낌을 풍기는 소설이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참으로 특이한 제목의 추리소설이구나 하고 흥미를 가졌었다. 기대감을 가득 안고 들추자마자 외젠 발몽은 그저 탐정의 이름이었다. 외국인의 이름이기에 그저 독특하게 느껴졌던 것 뿐이었다. 주인공인 외젠 발몽은 처음 에피소드부터 자신의 실패담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대부분의 미스터리/추리물은 주인공의 성공적인 뛰어난 활약상만을 그려놓는다. 그래서 해결 못하는 사건이 없는 정말 뛰어난 탐정 또는 형사구나 하고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데, 이 책은 자신이 저지른 실수로 인해 프랑스 총경에서 쫓겨난 이야기부터 들려주며, 왜 조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탐정을 하고 있는지 그 배경부터 알려준다. 프랑스에서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총경이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넘어갈 수도 있는 수사상의 실수로 그는 영국으로 건너가 우여곡절 끝에 탐정 일을 시작하게 된다. 총경으로 지내며 터득한 직감을 살려 수사를 하지만, 두 문화의 차이로 인해 탐정 일도 순탄치만은 않다. 조국에서는 한순간에 버림받고 영국에서도 10년간 힘들게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남에게 기대거나 힘겨워하는 모습은 전혀보이지 않는다. 제목 그대로의 위풍당당한 명탐정의 면모를 이야기 구석구석에서 느낄 수 있다. 이 소설은 영국에서 사설탐정을 하는 최초의 외국인 탐정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발몽의 조국인 프랑스와 거주하고 있는 영국의 서로 다른 점들을 조목조목 제시해준다. 실제로 19세기 말의 프랑스와 영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배경지식이 조금 있다면 더 재미있게 그 둘의 차이를 이해할 순 있겠지만, 나의 입장에서 볼 때는 강압적인 프랑스의 수사방식 외에 공감할 만한 차이는 느끼지 못했다. 그나마 귀족사회와 자본가들에 대한 묘사는 여러 작품과 영화를 통해 조금 알고 있어서 발몽이 그들에게 보이는 껄끄러운 감정 부분은 재미있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에피소드들의 마지막 부분에서 무언가 마무리가 덜 된채 성급하게 끝나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사건이 해결되거나 미스터리가 풀리면 바로 이야기가 종결되는 느낌이 강했다. 조금만 더 마무리부분에 신경을 썼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사실 발몽의 이야기보다는 뒷 부분에 짤막하게 수록된 셜록 홈즈의 패러디 부분이 더 재미있었다. 세계 최초로 셜록 홈즈를 패러디한 작품이라는데 다른 패러디 작품들이 더 있다면 다 보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주홍색 연구의 홈즈의 첫등장 부분을 패러디한 <셜로 콤즈의 모험> 단편과, 홈즈의 충격적인 결말이 담긴 <두 번째 돈주머니의 모험> 단편은 잡지에 딸린 부록을 얻고자 잡지를 사는 그러한 기분이 들 정도로 짤막한 두 단편이 더 마음에 들었다. 최초의 외국인 사설 탐정이라는 소재는 특이하지만 발몽이라는 탐정 자체의 매력이 잘 느껴지지 않아서 그런지 많은 아쉬움을 주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