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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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쇼파에 누워있는 여성의 묘한 실루엣에 눈이 가는 표지와 비즈니스 라는 제목의 조합이 조금 의아하기도하고 무엇을 얘기하려는지 짐작할 수 없어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제목과 표지의 이미지가 상당히 이질적이기에 묘한 거부감까지 느껴지는 이 책. 
비즈니스 라는 제목 때문에 약간 어려운 경제 소설 일거라는 생각이 들어 책을 집어들기까지 상당히 망설여지게 만든다. 
이 소설의 배경인 ㅁ시는 신시가지와 구시가지가 20년의 시간차를 갖고 있을 정도로 자본주의에 따른 차이를 여지없이 보여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재미만을 추구하며 독서를 하는 나에게 조금은 버거운 책이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난해하진 않았다. 
박범신 작가님을 처음 접한 ’은교’도 잘 읽히긴 했지만 그 이면에 담겨진 작가의 뜻을 이해하기는 어려웠는데 이 책도 역시나 잘 읽히긴 하지만 작가가 이 책을 통해서 보여주고자하는 자본과 비즈니스에 대해서 낱낱이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자본주의적 슬픔을 느낄 수 있었으니 나에겐 좋은 배움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아들의 과외비를 벌기 위해 매춘을 하는 주인공인 여성은 아들에게만은 더 나은 기회의 길을 주고자 시작한 일에서 그녀는 고객으로 한 남성을 만나게 된다. 부유한 사람들의 물건을 훔치는 ’타잔’ 이라 불리는 그와 그의 아들 ’여름’ 으로 인해 그녀는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모성애를 느끼게 되고 그들과 함께 한 가족처럼 지내게 된다. 아들에게는 사랑이라는 마음보다는 물질로 그 사랑을 표현하고 여름에게는 마음으로 그 사랑을 표현한다. 그녀의 이런 모습은 자본주의사회라는 것이 얼마나 이기적인 선택을 하게 만드는지 그 일면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제 결혼은 사랑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일종이 되었다. 부유한 사람들과 권력 계층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결혼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그 관계를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며, 더 나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자신의 스펙을 쌓고 미를 가꾸는 이들도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런 사회에서 어찌 보면 여주인공의 선택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다. 자신이 살아온 삶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주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해서 아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려하는 것이니 말이다. 

한 도시 안에서 너무나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신시가지와 구시가지. 둘의 상반된 모습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자본에 의해 격차가 생겼는지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열심히 일해도 하루 먹고 살기도 바쁜 이들은 그저 신시가지의 유지를 위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부조리한 사회가 소설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면 얼마나 좋을까... 자본과 권력으로 인해 계급화된 부조리한 사회가 없어지고 모두가 자본에 굴복당하지 않는 사회가 오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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