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명탐정 외젠 발몽
로버트 바 지음, 이은선 옮김 / 시공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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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외젠 발몽이 자신의 활약상을 담은 회고록의 느낌을 풍기는 소설이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참으로 특이한 제목의 추리소설이구나 하고 흥미를 가졌었다. 기대감을 가득 안고 들추자마자 외젠 발몽은 그저 탐정의 이름이었다. 외국인의 이름이기에 그저 독특하게 느껴졌던 것 뿐이었다.
주인공인 외젠 발몽은 처음 에피소드부터 자신의 실패담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대부분의 미스터리/추리물은 주인공의 성공적인 뛰어난 활약상만을 그려놓는다. 그래서 해결 못하는 사건이 없는 정말 뛰어난 탐정 또는 형사구나 하고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데, 이 책은 자신이 저지른 실수로 인해 프랑스 총경에서 쫓겨난 이야기부터 들려주며, 왜 조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탐정을 하고 있는지 그 배경부터 알려준다.
프랑스에서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총경이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넘어갈 수도 있는 수사상의 실수로 그는 영국으로 건너가 우여곡절 끝에 탐정 일을 시작하게 된다. 총경으로 지내며 터득한 직감을 살려 수사를 하지만, 두 문화의 차이로 인해 탐정 일도 순탄치만은 않다. 조국에서는 한순간에 버림받고 영국에서도 10년간 힘들게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남에게 기대거나 힘겨워하는 모습은 전혀보이지 않는다. 제목 그대로의 위풍당당한 명탐정의 면모를 이야기 구석구석에서 느낄 수 있다.
이 소설은 영국에서 사설탐정을 하는 최초의 외국인 탐정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발몽의 조국인 프랑스와 거주하고 있는 영국의 서로 다른 점들을 조목조목 제시해준다. 실제로 19세기 말의 프랑스와 영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배경지식이 조금 있다면 더 재미있게 그 둘의 차이를 이해할 순 있겠지만, 나의 입장에서 볼 때는 강압적인 프랑스의 수사방식 외에 공감할 만한 차이는 느끼지 못했다. 그나마 귀족사회와 자본가들에 대한 묘사는 여러 작품과 영화를 통해 조금 알고 있어서 발몽이 그들에게 보이는 껄끄러운 감정 부분은 재미있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에피소드들의 마지막 부분에서 무언가 마무리가 덜 된채 성급하게 끝나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사건이 해결되거나 미스터리가 풀리면 바로 이야기가 종결되는 느낌이 강했다. 조금만 더 마무리부분에 신경을 썼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사실 발몽의 이야기보다는 뒷 부분에 짤막하게 수록된 셜록 홈즈의 패러디 부분이 더 재미있었다. 세계 최초로 셜록 홈즈를 패러디한 작품이라는데 다른 패러디 작품들이 더 있다면 다 보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주홍색 연구의 홈즈의 첫등장 부분을 패러디한 <셜로 콤즈의 모험> 단편과, 홈즈의 충격적인 결말이 담긴 <두 번째 돈주머니의 모험> 단편은 잡지에 딸린 부록을 얻고자 잡지를 사는 그러한 기분이 들 정도로 짤막한 두 단편이 더 마음에 들었다. 

최초의 외국인 사설 탐정이라는 소재는 특이하지만 발몽이라는 탐정 자체의 매력이 잘 느껴지지 않아서 그런지 많은 아쉬움을 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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