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노래 - 나무는 말하고 그녀는 듣는다
진재운 지음 / 생각의힘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무의 노래 

_나무는 말하고 그녀는 듣는다 


#나무의노래 #생각의힘 #진재운 #책추천 #한국방송대상작품상수상 


어느 날 나무와 대화한다는 여인을 만났다. 

오랫동안 그녀를 촬영했지만 끝내 그녀를 알지 못했다는 생각을 한다. 

또한 나무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다만 들리지 않는다고 없다고 말하지는 않게 되었다. 

그녀에 대해서도 그렇다. 

왕가에서 태어나 과학자가 되고, 낯선 땅에서 여러 삶을 건너온 과정을 안다고 해서 한 사람을 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얼마나 아는가 더 많은 답이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모르는가를 바라보는 일. 

그저 분명한 것 하나는 자신의 이름보다 그녀가 다른 생명이 살아갈 숲을 남기려 했다는 사실. 


책에서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그저 잔잔하게 펼쳐진다. 

내 이야기로 이 책에 나오는 하나의 대상이 입은 흰옷과 타고 있는 흰 말의 순수함에 얼룩을 묻히기보다 적절하게 제한된 글자 수를 넘기지 않도록 조절해 가며 옮겨보려 한다. 


자기 계발서에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데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 손을 잡고 따스한 온기를 전하며 진심으로 나를 위하고 남을 위하는 조언으로 전해지는 그런 이야기이다. 


"첫눈길을 걷는 것 같은 인생을 살아라. 아무도 밟지 않은 퓨어한 길을 내가 길을 만들면서 갈 때 완전히 윈조이(즐거움)예요. 주위가 다 보이거든." 

먼저 앞서 가란 강요도 아니고 아무도 하지 않은 일, 위대한 일을 하라는 소리도 아니다. 그저 자기 눈으로 주위를 보면서 자기 걸음을 내라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고개가 끄덕여졌던 부분은 다음 문장이다. 

'먼저 걸어간 사람의 경험은 위험을 줄여 주고, 먼 길을 더 쉽게 가도록 도와준다.' 

그렇게 선구자가 되기 위해 먼저 걷는 걸음! 

첫눈길을 가장 먼저 걸으라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 많지만 그 이유가 이렇게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간은 땅에 경계를 긋고 소유자의 이름을 적었다. 산과 강, 바다와 숲을 국가와 개인의 재산으로 나누었다. 그러나 인간이 나타나기 오래전부터 지구는 존재했다


인간이 떠난 뒤에도 땅은 다른 생명을 품을 것이다. 우리는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 잠시 머물며 돌볼 기회를 얻은 존재인지 모른다. 

그렇기에 죽음은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돌려준다는 표현이 맞다는 이야기에 공감을 하게 된다. 


왜 나무를 심는지 간결하게 전하는 이야기는 중간 즈음 나온다. 

"아주 심플하게 하면, 빚 갚고 가려고 그래요. 그래야지 다음번에 태어나질 않지." 

나무에 뿌려라도 아니고 이불로 시신을 싸서 그냥 묻고 나서 그 위에 나무를 심어라~가 유언이다. 

자신은 돌아가고 자신 위에 나무라는 새로운 생명이 시간이 이어지도록 하는 이야기 중에 그저 한 토막이 되려는 것 같다. 

어린 묘목에서 시작된 사랑은 한 생명이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것을... 


건기에 새잎을 내던 나무를 걱정하는 부분도 인상 깊다. 

한 생명의 시계가 흔들리면 그 생명과 연결된 다른 시계들도 함께 어긋난다. 

책에서 '생물 계절 불일치'를 이야기해 주었다. 

연신 언론에 나오는 부산 북항의 상어 '부캉이'가 평소 오지 않던 곳에 온 것도 이렇게 해석될 수 있을는지... 

모든 것이 엉키고 있다. 

그래도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두려운 변화를 보면서도 손을 멈추지 않는 것. 

그리고 분명하게 알아둘 것, 우리의 몸은 이 지구에 맞추어 형성되었다. 


과학기술에 대한 이야기도 전한다. 


약과 독은 완전히 다른 물질이 아니다. 양과 쓰임에 따라 하나가 다른 하나로 변한다. 

생명공학의 DNA 기술을 예로 들며 자를 수 있다는 사실이 잘라도 된다는 허락은 아니다.라는 말을 전한다. 가능하다는 말과 옳다는 말 사이에는 넓은 거리가 있다. 과학은 틀렸기 때문에 위험한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옳은 지식이 전체를 안다고 믿을 때 위험해진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피난처를 믿으며 지금의 집을 허무는 것은 탐험이 아니라 도박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하는 일들이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장면만큼 눈부시지 않다. 그러나 인간의 생존은 미래의 가능성보다 이미 주어진 관계에 깊이 의지하고 있다.


인간을 살리기 위해 만든 기술이 인간이 살아갈 조건을 먹고, 자유롭게 하려던 도구가 인간의 선택을 지배한다. 더 오래 살기 위한 욕망이 생명의 터전을 소모한다. 그 터전을 지키기 위해 그저 그녀는 자신의 땅에 나무를 심는다. 그리고 그 숲과 나무 뒤에 숨어 나무를 심는 이야기를 자랑하지 않는다. 

그런 이야기가 인터뷰, 시, 그림, 단상, 필사와 함께 다채롭게 전해주고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굿나잇 헤어살롱 ㅣ 사계절 1318 문고 154
남예은 지음 / 사계절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굿나잇 헤어살롱 


#굿나잇헤어살롱 #남예은 #사계절 #사뿐사뿐 #사계절1318문고 


뒤표지 이 책을 소개하는 짤막한 글을 옮겨본다. 

"원하시는 시술이 있을까요? 퇴귀 커트? 천도 파마? 해탈 집중 관리?" 

자꾸 가위에 눌리고, 두통에 시달리나요? 병원에서는 원인을 모르겠다고 한다고요? 

그렇다면 '굿나잇 헤어살롱'으로 오세요! ~ 삼인조 헤어 스타일리스트가 책임지고 당신에게 붙은 귀신을 처리해 드립니다! 


귀신을 쫓는 이야기? 예전에 '보건교사 안은영'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퇴마, 퇴귀 이런 소재가 딱히 낯설지 않고 나름 흥미진진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했다. 퇴귀 커트? 천도 파마? 이런 이야기가 책에서 나온다는 사실도 꼭 직장 휴게실에 고급진 안마 의자에 있는 멘털 케어, 브레인 뭐, 견인, 근육통 등 수많은 메뉴 속 오늘은 무엇으로 안마를 받아보나~ 꽤 신중하게 고르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가볍게 책을 열었다. 


한참을 읽다 보니 이 책의 편집자 님이 남긴 편지 내용이 떠오른다. 

'진언이 섞인 힙합을 트는 퇴귀 미용사들의 이야기라고 하면 유쾌한 책 같고, 기억을 잃은 아이의 이야기라고 하면 무거운 책 같다는 책 소개의 고민' 

딱 맞는 말이다. 그리고 둘 다 맞는 이야기이다. 

웃으며 읽기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잠시 멈춰서 주인공들의 마음을 읽어보고 살피고 공감하는 지점이 있기를 바라는 작가님의 마음을 편집자님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난 어느 지점에서 잠시 멈추었던가? 생각해 본다. 

잠들기 전까지 오래도록 쭈욱 읽어내려 간 책임에 틀림없지만 분명 멈추었던 지점이 있었다. 


선과 악을 살면서 난 정확하게 구분하고 그 구분의 기준에 따라 항상 옳게 선을 선택했는가? 

선과 악이 분명히 나뉘는데 내 지인, 친구, 가족이 악의 편이라면 난 선택의 기로에서 어디로 마음이 향할까? 

가족인데? 친구인데? 내가 속한 집단, 조직인데? 이런 인연으로 기준이 흔들리지는 않을까?


내가 친구를 살리려면, 동료를 구해내려면 악의 편에 손을 잡고 그쪽에 서야 하는데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딱 그 두 가지 선택 밖에 없다면 말이다. 


소설의 맛과 재미는 현실에의 적용인 듯하다. 

이 세상에 귀신 쓰인 듯한, 검은 불가사리의 비늘이 목 뒤에 꽂히고, 영혼을 누군가에게 빼앗겨 어딘가에 잠금장치로 잠긴 채 다시 찾아오기 힘든 상황인 사람들은 너무나 많지 않은가? 특히 청소년 세대에서 급격히 증가하는... 

그럼 이를 퇴치해 주고 치료해 주고 낫게 만드는 미용실도 늘어나야 할 텐데 3인조 퇴귀사와 같은 역할을 맡은 이들은 왜 안 보이는 걸까? 

병원의 의사 선생님 면전까지 가기 전, 우리가 마음을 편히 맡기고 차분해지며 치료 전 안정을 취할 수 있게 해 주었던 사람들은... 

마을 사람들, 학교 선생님들, 친구들, 종교 단체의 고마운 분들... 아직도 우리 사회에 그분들은 충분히 있고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지 되묻게 된다. 


누가 누군가를 구하려고 하고 구해내려 노력하는지... 


이 글을 쓰는 도중 갑자기 금속성 소리가 들린다. 

하얀 불가사리가 나쁜 귀신의 흔적이 뭍은 가위를 잘근잘근 씹어 먹으며 다시는 이 땅에 고통, 슬픔, 아픔이 남아 있지 않게 하려는 소리인가 싶어 귀를 기울여본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내 역할 중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가위 대신 분필로... 진언 대신 글과 말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백제금동대향로 ㅣ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18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백제 금동대향로 


#나혼자백제금동대향로 #일상이고고학 #황운 #책읽는고양이 #역사여행에세이 


가끔 향을 피운다. 

막대 모양도 있고 한약방 뜸 모양도 있고 그 향의 타고 남은 재를 받기 위해서 큰 받침도 있고 단순하게 꽂아 놓을 용도의 작은 받침도 있다. 

얼마 전 연탄모양의 인센스 꽂이를 그렇게 탐내다가 괜한 물욕이다 싶어서 포기했는데.. 

대형 쇼핑몰 어느 층을 걷다 보면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가게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 구경하기도 한다. 

내가 엄청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향이 얼마나 다르고 어떤 향들이 있는지 궁금해하는 것은 분명한가 보다. 

반대로 나쁜 냄새를 싫어하는 것은 확실할 듯하다. 

그 냄새를 없애는 것을 좋아하지 다른 냄새로 그 냄새를 덮어봤자 그 나쁜 냄새는 그대로이지 않나~생각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떤 목적을 갖고 향을 피웠을까? 

그저 퀴퀴하고 별로인 냄새를 덮기 위해? 

아니면 귀한 이를 모시는 공간에 좋은 냄새로 가득 채우기 위해? 

그저 냄새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요즘 다양한 인센스 꽂이, 받침이 서로 기능을 달리 하면서 많이 있듯이 향을 어디에 꽂을 것인지까지 고민하고 더 나아가 그 연기가 어떻게 올라오게 할 것인지 시각적인 면까지... 

향을 피운다는 것은 그런 것인가 보다. 정성을 얼마나 어떻게 들이는가에 따라 후각과 시각까지... 


백제금동대향로에 향을 피운다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하는가? 


안타깝게도 비극적인 죽음으로 생을 마감한 아버지를 위한 아들, 불행한 과거를 안고 있는 왕들이 떠오른다고 했다. 

성왕이 아버지였던 위덕왕, 그리고 그 위덕왕을 떠올리면 사도세자를 아버지로 둔 정조까지... 

그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고인을 위로하기 위해 

그 비극적인 죽음을 슬퍼하는 세상에 남은 산자를 위해 

용과 봉황, 세상의 동물들과 선인들이 새겨진 향로에 향을 피워 연기가 하늘에 도달토록 기원하고 향으로 마음을 달랬던 그 땅에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삶, 그 단면을 조금이라도 남겨진 사물을 통해 공감해 볼 수 있는 귀한 보물.


세상 어디에도, 누구에게라도 보여줄 때 너무나 자랑스럽고 신비스러워서 모두에게 보여주고 자랑하고픈 그런 보물에 대한 책이다. 

역사적으로 고고학적으로 깊은 지식과 풍부한 정보가 밑바탕에 깔리고 사실 그래서 어려울 듯 하지만 작가님은 그냥 막 간단하게 봇짐 챙기듯 툭툭 작은 가방 하나 메고 대중교통수단 이용해서 당장 떠는 여행, 답사 이야기를 현장감 있게 책 속에 풀어주었다. 

역사 여행도 동네 산책처첨 "우선 걸어볼까?" 권하고 있다. 

사실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책 모두가 그렇다. 

친숙하고 동네, 영화관, 맛집 가듯 쉽고 흥미롭게 접할 수 있도록 ~ 역사 여행의 세로운 제안이자 참신한 접근의 입문서~라는 칭찬이 딱 들어 맞는...


여행 에세이가 모두 그렇지 않나?

 

어딘가를 다녀와서 그곳을 소개하는 이야기 

그리고 읽는 독자로 하여금 그곳에 가고 싶어지는 마음이 스멀스멀 일어나게 만든 글이라면 그래서 책 옆에 끼고 정말 그곳을 다녀왔거나, 다녀올 마음이 생긴 독자가 있다면, 책이 몇 편 팔리고 말고를 떠나서 정말 잘 쓰인, 성공한 책이 아닐까~싶다. 


다녀오려고 마음먹었다. 

안 그래도 '국중박' 이벤트와 굿즈가 난리도 아니어서 서울에 한번 다녀올까 싶었는데 국중박 다녀오는 힘 조금 아껴서 부여까지 꼭 다녀와야겠다. 

책 옆에 끼고 백제금동대향로에서 어떤 향이, 어떻게 연기가 피어올라 신비로움을 연출하게 되는지를 상상하면서 말이다. 


작가님 성공하셨습니다. 

다녀올 마음먹은 독자 일인 손 번쩍 들어 신고합니다. 

다녀와서 한번 더 글 올리고프네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먹고 마시고 여행하라 1 - 음식으로 배우는 통합사회 ㅣ 나의 한 글자 11
강재호 지음, 이혜원 그림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먹고 마시고 여행하라 1 


#강재호 #이혜원 #나무를심는사람들 #책추천 #음식 


강재호 선생님의 여러 저서 중 이번이 세 번째 접하는 책이다. 

예전 EBS 사옥에서 처음 만났을 때 연예인 만나는 기분이었는데... ^^ 

이미 지리 레시피가 주었던 감동과 놀라움이 있었기에 매번 접할 때마다 엄청난 기대를 하고 책을 읽고 메모할 준비를 한다. 

통합사회가 수능 과목이 되는 내년부터 학생들은 이 책을 얼마나 볼 것인가? 알아보고 싶기도 하다. 


'음식으로 배우는 통합사회'라는 부제가 적혀있다. 

표지에 여백이 많고 디자인적인 면에서 누군가 허락했다면 부제는 좀 더 길었어야 한다. 

'음식으로 배우는 통합사회_한국지리_세계지리_여행지리_지역이해'로 말이다. 

교육과정이 바뀐 교과, 과목명을 추가로 한 줄 더 달아주면 더욱 좋고 말이다. 


이 글을 읽은 지인 중에 억지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양한 과목에서 세계 각국, 우리의 여러 지역 음식을 다루고 있다. 최근 음식을 수업의 화두, 소재로 다루는 경우가 부쩍 늘었고 그런 수업은 100% 아이들에게 호응도가 만점이다. 또한 평가 문항으로도 음식 사진, 맛, 재료 등은 이제 흔히 이용하는 소재가 되어 빠뜨리지 말고 공부해야 하는 영역이 되었다. 이럴 때 교과서 말고도 강재호 선생님이 써 내려간 너무 좋은 부교재 같은 이런 책이 학생들 주변에 많이 나왔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도 있고 아이들이 이 책을 자주 접하면서 지리와 역사, 음식과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1권에서는 서울, 인천, 속초, 안동, 전주, 광주 등의 음식 이야기가 펼쳐지고 2권에서는 제주, 부산, 대구, 군산, 대전, 평창, 춘천, 수원, 의정부의 음식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을 다 읽고 생각해 보았다. 

책 속에 소개된 음식 중 이미 먹어본 음식도 있고, 아닌 음식도 있다. 그중에서 난 어떤 음식을 가장 먹고 싶어 하며 어떤 이야기에 가장 흥미로웠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음... 


어리굴젓?

어렸을 적 명절 때 충남 보령 할머니 댁에 갈 때마다 난 고집을 부려서 고모집에서 꼭 밥을 한 끼 먹고 할머니 댁에 가자고 부모님께 떼를 쓰곤 했다. 일정이 늦어 가면서 못 들를 때에는 집에 오는 일정 중에라도 반드시 들려서 밥을 한 끼 먹으려고 고집을 부렸던... 

기억도 가물거려 잘 모르겠지만 무슨 이유에선가 고기를 먹지 않았던 내가 광천김과 서산 어리굴젓 반찬에 사죽을 못쓰고 밥을 엄청 먹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나이가 들어 커다란 굴을 음식으로 대했을 때 난 그것이 굴이 아닌 줄 알았다. 내 기억에 굴은 어리굴젓만 있었으니 그에 비해 거대한 굴은 뭔가 맛도 다르고 무섭다? 는 생각이 들었던... 


속초 물회도 먹고 싶다. 

올여름 어찌하다가 혼자 강릉에 가서 끼니를 혼자 때우면서 물회를 먹으로 식당에 들어갔다가 혼밥 고객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는 분위기에 진짜 후루룩 마시고 오느라 재료들이 뭐가 있었는지 맛은 어땠는지 그저 시원하고 새콤했다만 기억나는 기억 때문에 책에 나오는 속초 물회를 제대로 느끼며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삼척 인근의 된장 베이스의 물회와 강릉 위쪽으로 새콤한 물회의 차이를 다시 느껴보고 싶기도 하고... 


강재호 선생님이 풀어내주신 음식 이야기, 숨은 이야기가 전주비빔밥처럼 버무려진 이 책의 맛은 책을 다 읽고 덮어도 입속에서 남은 맛처럼 오래도록 한껏 느끼게 된다. 군침이 돌고, 살짝 눌러 놓았던 역마살이 고개를 삐죽 든다. 아무래도 뭐든 먹으러 떠나야 할 듯하다. 

주말 이 책을 옆에 끼고 인천에 가서 짜장면, 닭강정, 세숫대야 냉면, 쫄면, 밴댕이 회무침 중에 뭐든 하나 먹고 와야겠다. 

아니면 서울 도심 외국인들이 고향을 그리며 만들어내고 있는 음식을 하나씩 맛보며 돌아다녀볼까? 


행복한 고민이 한 보따리 생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자원 - 인류의 과제 ㅣ 탐 그래픽노블 16
필리프 비우익스 지음, 뱅상 페리오 그림, 소민영 옮김 / 탐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원 


 #자원인류의과제 #필리프비우익스 #탐그래픽노블 #청소년그래픽노블 #토토북출판사


그래픽 노블은 언제나 흥미롭다. 

안 그래도 문해력이 부족한 나인데 이제 노안도 심하게 와서 글씨를 안경을 벗었다~ 썼다~ 하면서 크고 작은 글씨가 빼곡한 책을 읽는 것이 급격히 힘든 탓에 그래픽 노블은 내용의 전달이 그림과 함께 여서 쉽게 의미를 파악하게 되고 만화의 형식을 일부 차용해서인지 그저 글로만 나왔으면 웃지 않았을 유머와 위트가 주인공의 표정과 대사로 전달될 때가 있다. 

아마 글로만 되어있었다면 그 상황에서 독자를 웃기려는 시도 조차 하지 않았을 듯하다. 


그렇다고 

책이 전하는 바가 한없이 가볍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해이다. 

당장 이 책의 첫 장에 넓은 여백 가운데 툭 던진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 두 줄만 읽어봐도 이 책이 얼마나 엄청나게 무겁고 진중한 화두를 다루고 있는 책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옮겨본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밤에 빛나는 반딧불이, 한겨울 들소의 입김, 풀 위로 드리웠다 해 질 녘 사라지는 작은 그림자다." 

아메리카 원주민 섹시카족 추장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라고 한다. 

멋진 말이다. 한데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라고 하니 비장하기까지 하다. 

그렇게 생명이 있는 것들의 무대, 토대가 되는 지구에 대한 글이며, 그 지구의 자원을 토대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내용을 이끌어 가는 두 주인공은 다양한 시대와 공간을 넘나들며 그만큼이나 다양한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에 옮긴다. 

가장 먼저 '코르누코피언'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라틴어 코르누 코피아이에서 온 말로 풍요의 뿔을 뜻한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의미를 '기술 발전 덕분에 세상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말함'이라고 소개하며 기술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켰는지가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더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이때 그래픽 노블의 장점이 나타난다.


위에는 바로 풍요의 뿔이 준 축복의 땅 모습이 아래는 그 풍요를 지탱하는 불평등한 모습이 상반된 그림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그 풍요를 가져다준 '자원' 자원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다. 

13세기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놀라운 이야기 

"우리는 만들 수 있습니다. 항해를 위해 노 젓는 기계, 동물의 힘을 빌지 않아도 믿을 수 없이 빠른 이동 수단, 새처럼 공기를 차고 날아오르는 기계, 강과 바다의 바닥까지 내려갈 수 있는 기계, 교각도 지지대도 없이 강 위를 지나는 다리" 

그 당시 허풍에 가까웠을 이야기는 이후 시대를 흘러 실현되고 있다. 물론 맬서스의 이야기, 성장의 한계 이야기가 나오면서 모두가 자원과 기술력에 바탕을 둔 인간의 생존에 긍정적인 면만 지지한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도 전해준다. 


즉 


물질적 한계에 부딪힌 성장과 한계 없는 성장 이 두 가지 관점을 두고 사람들은 편을 갈라 다른 지지를 보내며 지금에 이르렀고, 이제 인간의 기술력은 시선을 우주와 더 깊은 지구 땅 속에 두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섬뜩했던 그림이 나오는 페이지는 '종말'에 대한 이야기 보다 '재활용'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된 페이지였다. 

'수렵 채집을 했던 인간은... 고철 채집을 하게 될 거야!"라는 무서운 예언과 함께 사람들이 폐허더미에서 고철과 금속을 뒤지고 있는 그림이었다. 

생존을 위해 쓰레기 더미에서 알루미늄 캔과 플라스틱을 모으는~ 


계속해서 공포만 심어주는 불안한 이야기만 나오는 무책임한 책은 아니다. 

대책과 대안에 대해서도 말해준다. 

1. 절제하기 

2. 물건을 제대로 설계하고 오래 사용하게 만들기 

3. 기술 분별력 발휘하기 즉 꼭 필요한 경우에만 소중하고 희귀한 자원을 사용하는 것이다. 매번 하이테크보다는 로테크를 이용하는 빈도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러면서 다시 우리에게 긴장감을 높여준다. '기준선 이동 증후군'을 소개하면서 말이다. 

놀랍도록 적응을 잘하는 인간의 본성은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과 부정적인 전망을 한꺼번에 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책이 던지는 질문을 옮겨본다.


"지구상에 남아 있는 자원은 우리의 삶을 지탱하기에 충분할까?"


"새와 로켓 중에 더 정교한 것은?"


"인류는 다른 길로 갈 수 있을까요? 기술 문명이라는 이 미치광이 우주선을 천천히 착륙시킬 수 있을까요?"


대답은..."이것은 기대라기보다는 간절한 소망이다."


소망을 갖고 천천히 한번 더 읽어보고픈 책이다. 

질문을 다시 한번 되뇌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