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망할 열네 살 ㅣ 사계절 1318 문고 151
김혜정 지음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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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망할 열네 살 


#이망할열네살 #김혜정 #장편소설 #청소년소설 


단요 작가의 성냥과 풋사과를 직전에 읽었다. 


책에는 열다섯 살 소년의 어떤 심리에 대해 설명되는 글이 나오는데 갑자기 그 부분이 생각났다. 

'나는 이 ***들이 얼마나 악질적인지 잘 알았다. 세상에는 조건 없고 값없는 사랑이 정말로 무한한지를 확인하려다가 모든 걸 망쳐버린 뒤 "역시 아니었네, 역시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하며 침을 뱉어버리는 인간 유형이 있다.' 


사실 아무리 이어 붙이려고 해도 이 망할 열네 살 주인공들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지만 상처가 있는 열다섯 살의 소년이 죄책감을 느끼면서 무언가 상황을 개선하고자 의도적으로 벌린 일이 잘 되지 않았을 때 스스로에게 분노하고 다른 사람들의 환대가 섭섭하고 그렇게 실수를 했을 때 주변의 태도가 오히려 욕하지 않는 것도 '나는 화낼 가치도 없는 사람이라 이건가?' 하는 생각에 열이 오르고, 불만이 생기면서 실컷 욕을 얻어먹고 혼나면서 쫓겨날 기회를 노리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워하고 자신이 미워하는 사람의 행동처럼 주변 사람이 행동해서 자기 생각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온갖 무리한 시도를 벌리는.... 상처받은 열다섯 남자아이 이야기이다. 


내 글을 읽는 지인은 이게 무슨 소리?라고 생각할 테니 요약해 보자. 

'상처를 입은'이라는 단서가 있지만 내가 최근 경험한 열다섯 살 아이를 설명하는데 쓰이는 단어가 지금 분노, 섭섭, 실수, 욕, 화낼 가치도 안 되는 인간, 불만, 욕, 쫓겨날 기회를 노리는 의도적 행동... 온갖 안 좋은 단어는 다 수집해 놓은 셈이다. 


게다가 덩치는 산 만해지면서 아직 마음의 성장은 그 덩치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즉 중1 때 커서도 맞을 수 있게 맞췄던 교복이 딱 맞거나 오히려 작아지는 시기라는 것일 테다. 


처음부터 두려웠던 것도 아니고 누구보다 자신 있었던 도하민의 새로운 중학교의 경험은 그다지 밝지 않다. 

그 와중에 주인공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잘 파악하고 주변의 공기를 읽어낸다. 물론 쉽지 않은 여정을 거쳐서 말이다.


자신 만만했던 학생이 이토록 위축되는 상황이 되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데 꼬박 1년이 걸린다는 설정이면 실제로는 어떨까? 자신 만만이 아닌 이전 초등학교 시절부터 내내 위축되어 살아온 친구들은 새로운 환경이란 것이 기대와 설렘보다 더욱 익숙함에서 더욱 낯선 공간과 시간으로의 이동일테니 그 두려움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오로지 믿고 의지할 곳은 선생님과 그저 어서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해서 생길 친한 짝꿍이 아닐까? 


편집자님의 편지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중학교라는 새로운 공간에 진입하면서부터 어려움을 겪습니다. 친구 사귀는 법도 교실에서 적응하는 법도 다 까먹은 것만 같지요. 그런데 한 번도 어려워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풀어내는 일도 만만치 않습니다.~그러니까 자신 만만한 어린이가 자신 만만한 청소년이 되리라는 법도 없고 어제 잘 나갔던 내가 내일 투명인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내가 무엇을 꼭 '잘못하지' 않아도요. 


내가 꼭 무엇을 '잘못하지' 않아도요.... 


이글 처음에 적었던 다른 소설의 주인공 소년도 그랬다. 

딱히 무엇을 잘못하지 않았는데 모든 것의 안 좋은 결과가 다 자기의 잘못 때문인 것 같고, 용서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하고 있으며 난 아직 용서를 어찌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자꾸 숨으려든다고 해결되지 않으며 모든 걸 잊은 채 살아가기도 쉽지 않은 것을 알아버린 열다섯... 


여기 열네 살 아이들도 그렇다. 

딱히 내 탓이 아닌데 오해를 받고 미움을 사며 내 편은 없어지고 난 관심에서 제외된다. 

그런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기 쉽지 않고 참견인지 조언인지 모를 어른들의 도움은 크게 득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이 그 와중에 쓰선생님으로 불리는 도덕 선생님과 아빠의 역할은 하민에게 다른 친구 못지않은 힘을 보탠다. 

물론 이 어려운 시기를 멋지게 헤쳐나가는데 필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과 신뢰할 수 있는 친한 친구가 최고인 듯하다. 


다 큰 어른이기에 아이들의 갈등과 고민이 그저 소꿉놀이 같은 꽁냥꽁냥으로 읽히지만 당사자들에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지부터 공감하는 연습을 시작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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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과 풋사과
단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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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과 풋사과 


_모든 것이 불타 버린 잿더미 위로 다시 한번 삶을 쌓아 올리는 의지와 소망 

#단요 #위즈덤하우스 #장편소설 #성냥과풋사과 #소설 


책을 다 읽고 한참 멍하게 있었다. 

한 권의 긴 철학서를 읽은 듯한 기분도 들었고, 그저 아이가 시골로 내려와서 주인공과 함께 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데 이처럼 두툼한 책 속에 가득 채워질 내용으로 그것도 지루할 틈 없이 읽히는 기록으로 만들어낸 서사에 놀란 얼굴로... 


'섣부른 이해 대신 인내를, 손쉬운 다정함 대신 기다림을 건네는 작가만의 방식으로 전하는 위로와 회복의 서사' 


출판사에서도 기뻐할 책 선물에 대한 보답으로 위와 같은 멋진 문장으로 시작하는 서평을 남기고 싶었고, 읽으면서 차곡차곡 스며들어 누적된 감동을 고스란히 잘 묻힌 글을 나름대로 써보고 싶지만 글쓰기에 특화되지 못한 못난 머리와 몸뚱이를 탓하며 그렇게 멍하게 있었나 보다. 


길든 짧든 삶의 여정 속에서 커다란 굴곡 없이 살아온 독자들이 읽어 내려가며 느끼는 감동과 그렇지 않은 독자들이 느끼는 공감 또한 다를 듯하다. 

난 어느 쪽일까? 

내가 이렇게 내 삶 속에 어려움을 자로 재 듯, 저울로 달 듯 글 속 주인공들이 그러하다. 

선재와 건우, 이서, 당고모 그리고 지금 세상에 없는 할아버지들, 큰이, 작은이 까지 모두 자신이 겪은 고통과 남이 겪는 고통을 서로 비교하며 힘들어하거나 자신만의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비교해서 어쩌려고.... 굳이...라는 말이 글 속에서 꽤 나왔던 것 같다. 


가장 많은 말을 하며 이 글을 이끌어 가는 선재는 말이 많다. 

그 말은 건우에게 건네는 말이 가장 많고, 파트너인 수와 당고모, 사촌형에게 하는 말이 그다음일 거다. 

이서에게 하는 말은 왠지 쉼표 같은 느낌이었다. 답답하지 않고 그저 과거를 회상하며 선재에게도 꿈같고 꿀 같은 시간처럼 느껴져서 말이다. 

선재의 가장 많은 말을 듣게 되는 건우는 어떤 느낌이고 건우에게 쏟아내는 선재의 느낌은 어떠했을까? 

열다섯의 건우는 그 많은 말 중 얼마만큼 이해했을까?


선재는 자신의 말이 얼마만큼 전달되었을 것으로 생각하며 말을 한 것일까? 

건우를 쳐다보며 말을 하지만 그 말은 곧 자신에게 하는 말이고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하는 말이며, 혹여나 과거의 자신에게 건네는 말은 또 아닌지 모르겠다. 


'어린 시절의 나는 내가 어째서 이렇게 힘들어하는지 의아해하곤 했다. 도대체 무엇이 나를 세상으로부터 밀어내는지... 나는 그 이야기를 오래도록 망설여왔지만 조만간 털어놓게 될 듯하다. 내가 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제멋대로 떠들어댈 것이기 때문이다. 학대나 참사를 겪은 아이가 감정 없는 살인마가 되는 이야기도 무감각한 아이가 감정을 되찾아 완전해지는 이야기도 모두 지겹다. 나는 그냥 이 상태로 살아 있다. 삶이란 모든 것이지만 생각보다 별것 아니다.' 


뒤표지에 나온 이야기가 바탕이 되고 토대가 되어 선재는 끊임없이 건우에게 이야기를 해준다. 

인내하며 기다리며 말이다. 과거의 소년 선재를 생각하면서... 물론 선재의 말을 못 알아들은 듯한 건우 역시 선재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끝까지 있어준 것도 건우 방식의 인내이며 기다림이라고 생각이 든다. 


'내가 선을 행하려 할 때에는 언제나 바로 곁에 악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입니다.'라는 문장의 인용, '나는 누가 불쌍하다거나 슬프다거나 하는 감정은 잘 모른다. 전혀 몰라. 하지만 네가 좋아지길 바란다는 것만큼은 진심이고 내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진심이고...'라는 고백에서 선재가 건우를 바라보는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설익은 채로... 


수많은 사건과 사고, 지금도 전쟁으로 이유 없이 죽어가는 생명들 고통받는 사람들 

한때 낙원이었을 여기에 없이 천국에 머무는 신을 찾아 기도하지만 그 신의 역할에 의문을 던지고 원망을 하기도 하고, 나 혼자 힘으로 태우기 힘든 아픔을 나름 대형 폐기물 같은 쓰레기로 취급하고 내놓으면 수거해 가는 공무원들과 같이 신이 가져가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같이 미워하지도, 달리 축복을 기원하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어 혼란스럽다.


다만 나도 생각을 멈추지 않고 기다리고 인내하며 답을 찾기 위해 성냥을 태워 만든 다 타버린 재를 쳐다보거나 시금털털한 풋사과라도 어디에 내다 팔아보든 뭐든 해볼 뿐


_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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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선물 ㅣ 피터 레이놀즈 단어 시리즈
피터 레이놀즈 지음, 김경연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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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선물 

_단어수집가 피터 레이놀즈가 또 한 번 선보이는 단어의 마법 


#단어의 선물 #문학동네 #피터레이놀즈 #뭉끄 #그림책 


책을 다 읽고 표지에서 보이는 단어들을 들여다본다. 물론 씁쓸하지만 안경을 위로 올려서... 더 잘 보려는 노력을 기울이며 말이다. 

기분이 좋아진다. 


공감, 포용, 도움, 챙기다, 여행, 이해, 자선, 존중, 돌보다, 충분한, 풍부하다, 소속감, 감미롭다. 나누다. 반짝, 감사, 사랑, 화합, 잔치, 축복하는 이것 말고도 더 많은 단어가 보이며 글씨가 보이지 않지만 저기 뒤로 나풀나풀 하늘에 날리고 있는 종이들에도 여기 적힌 글만큼 기분 좋아지는 단어들이 적혀 있을 것이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단어를 찾아 나선 소년에게 보인 거리의 단어들이 상대적으로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는지 내 글을 읽는 분들도 느껴보도록 옮겨본다. 


세일, 폭탄세일, 마지막 세일, 외부인 출입금지, 불법주차 견인조치, 폐업 특가, 창고정리.... 

단어를 찾는 대신 들어보려고 노력해서 결국 귀에 들린 소리들은 더욱 냉랭하고 차갑다. 

'이런 날씨 딱 질색이야' 

'시끄러워! 늦었다니까!' 


결국 소년 제롬은 실망하고 슬퍼하지만 그것은 잠시 뿐 마음을 먹고 행동한다! 

마음을 움직이는 단어, 세상에 꼭 필요한 단어들을 직접 모아서... 

도와주는 친구들 덕분에 아주 많은 단어들이 나풀나풀 이어지고 또 이어지고... 

긍정의 힘으로 빛나는 단어들이, 우리 모두가 만든 모두를 위한 단어의 선물로 우리에게 다가오도록 만들었다. 


단어가 문장이 되고 그 문장을 실현하기 위한 작은 실천들이 모여 큰 행동이 되는 순간까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단어를 모으는 일을 계속해나갈 듯하다. 


'긍정의 힘을 주는 단어를 함께 나누어요. 

그 단어들이 세상에 평화를 불러오기를~'이라는 작가의 바람이 제롬의 생각과 행동을 빌려 온 세계에 확장되기를... 


아참 가장 웃음이 터지는 장면을 그냥 넘길 수는 없다. 


에코가 왈왈 짖어 댔어. 

제롬은 그 뜻을 알아차리고 이렇게 썼어. 

"모든 동물 친구들에게도 사랑을." 


귀여운 에코~ ^^


모두의 마음이 따스해지기를~에서 모두에는 우리 지구에 발을 붙이고 사는 모든 생명체임을 잊지 말고.... 


자 중요하니까~ 한번 더!! 

우리 모두 

제롬처럼 단어 수집가가 되어 단어 수집장을 만들어보아요. 

그리고 언제고 모두 모여 나무에 매달아 모두의 마음이 모이는 순간을 꼭 잊지 말고.... ^^ 

아참 '모두'는 우리 인간만 말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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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어떻게 인간을 바꾸는가 - 뇌를 설계하고 사고를 확장하는 다중언어의 놀라운 힘
비오리카 마리안 지음, 신견식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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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어떻게 인간을 바꾸는가 

_뇌를 설계하고 사고를 확장하는 다중언어의 놀라운 힘 

#비오리카마리안 #신건식 #언어는어떻게인간을바꾸는가 #위즈덤하우스 #다중언어 


이 책은 무엇을 의도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화두는 '언어', 그중에서도 '다중언어' 

작가의 말을 살짝 옮겨보면서 정리를 해놓고 싶어졌다. 


'누구나 언어를 사용하지만 그 힘을 이해하는 이는 드물다. 마치 엄청나게 소중한 것을 지니고도 전혀 모르는 것과 같다.' 

이 문장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언어의 중요성, 사람들이 잘 모르니 중요성을 알리고자... 


'나는 언어를 사랑하고 언어와 마음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알아내고 싶어서 심리언어학자가 되었다. 이 책이 우리가 이미 가진 놀라운 능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머릿속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엿보게 해 주며, 새로운 방식으로 잠재력을 열어젖힐 열쇠가 되기를 바란다.' 

이 문장에서는 심리언어학자로서 언어가 갖고 있는 능력에 대해 궁금해하는 독자들을 위해... 


part1 나를 바꾸는 언어에서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다'라는 말로 시작하며 각 장마다 역시 하고 싶어 하는 말이 다양한 사례를 지나 끄트머리 무심히 툭 하고 요약을 해놓고 있다. 


1장 언어라는 놀라운 세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코드와 같다.라고 시작하는데 맨 마지막 장에서도 역시 코드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가 서로 주고받는 언어 외 수학, 수어, 음악 등 다양한 기호와 체계 속 코드를 처음과 끝에 이야기하는 것에도 작가의 심오한 의도가 담겨 있는 듯하다. 잘 알아차려야 할 텐데... 우선 1장에서는 '~우리의 지각과 사고는 신경 활성화 패턴에 좌우되며 언어마다 서로 다른 신경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기 때문에 여러 언어를 쓰는 사람들은 이러한 정신적 경계를 경이로운 만큼 넘나들 수 있다.'라며 다중언어 사용의 이로움으로 책을 시작한다. 


2장 언어의 병렬 활성화 

'둘 이상의 언어가 있는 체계에서 공동 활성화가 더 많으므로 언어 간 경쟁을 조절하려면 인지 제어가 더 필요하며...'


역시 다중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상호 연결성 높은 인지 아키텍처라고 주장한다. 


3장 창의성을 키우는 언어의 힘 

이런 강력한 표현도 가능할까? 싶은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언어가 있는데 향정신성 의약품이 필요할까?' 

다양한 언어와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 창의성을 높인다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한다. 흥미로운 사례가 나오는 페이지마다 모서리를 접었다. 


4장 말씀이 육신이 되어 

정말인가? 싶을 정도로 놀랐던 물벼룩에 가시 투구가 있는 경우, 없는 경우의 사례가 제시되어 있다. 후성유전학적 변화 사례 중 하나로 말이다. 

'일본의 '고토다마'란 말의 영적인 힘이 물리적 실체를 바꾼다는 신앙이다. ~언어는 몸의 생리 작용도 변화시키며 실제로 물질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운동이 몸을 바꿀 수 있듯 언어도 그렇다는 주장이다. 


5장 평생 지속되는 다중언어의 효과 

이중언어 사용자가 치매가 걸리는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매력을 언급하며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내가 관심이 있었던 문장은 '무엇이 중요한지에 주의를 집중하고 부수적인 것은 무시하는 능력은 언어 처리뿐 아니라 기억, 의사결정, 대인관계를 포함한 전반적인 사고 과정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수업에 집중하기 위해 방해하는 요소를 억제하는 능력과 관련이 있는 것이기에 관심이 가는 부분이었다. 


6장 언어가 달라지면 사람도 달라질까? 

'언어를 배우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창을 갖는 것이다.' 

'내 언어로 나는 눈뜬다.' 즉 우리의 믿음, 투표장식, 선호도, 정체성까지 모두 언어적 영향을 받기에 개인의 다양한 면모가 전면에 부각된다. 그러므로 언어가 달라지면 그 사람이 달리 보이지 않을까? 


part2 사회를 바꾸는 언어 '지난해의 말은 지난해의 것이니 다가오는 해의 말은 또다시 목소리를 기다린다.'로 시작한다. 

7장 언어의 영향력 

8장 언어가 가져오는 변화 

9장 번역의 중요성 

10장 우리 정신의 코드 

11장 과학기술의 미래 

그리고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관심을 기울일 만한 언어 학습법이 생각보다 많은 분량으로 실려있다.


다중 언어 사용의 유익함과 언어는 사회적인 동시에 가장 개인적이라는 것을 각기 다른 파트로 나누어 강조하고 있다. 다른 언어를 알게 되면 다른 사회를 만나듯이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자아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내면세계를 넓히며 타인, 이방인과의 접점을 찾는 것이 용이하며 그런 여정 속에서 창의력을 기를 수도 있다는 것으로 나름 요약해 본다. 


생소한 언어에 관련된 실험, 사례가 풍부하며 서로 다른 국가의 언어를 통한 근거 제시로 이해가 쉽다. 이런 유익함이 묻혀있는 것이 작가님은 참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덕분에 나 역시 고마움을 느낀다. 아직 늦지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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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소리를 지우지 마 - 가짜 유토피아를 뒤흔든 청각장애 소녀의 외침 ㅣ 장애공감 1318
아스피시아 지음, 이주영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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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소리를 지우지 마 


#내목소리를지우지마 #한울림스페셜 #아스피시아 #이주영 #장애공감1318 


인용된 짧은 문장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첫인상으로는 짐작할 수 없을 터이다. 

우선 뒤표지에는 '수어를 달갑지 않게 보는 시선과 식량을 통제하려는 사회에 맞서는 청각장애 소녀의 외침'이라고 적혀있다. 

소설에서는 장애와 비장애가 충돌하고, 심각한 에너지 위기 속에서 인공 식량 '레콘'과 식중독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위험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자연식이 충돌한다. 이 중간에 식량과 언론을 통제하려는 정부와 리더가 갈등을 부추기며 긴장감을 높인다. 그 통제의 방법은 대기업과 유착한 정치인의 선택에 따르고 있다. 

주인공 소녀와 소년은 그 사이를 오고 가며 작가의 입과 손을 대신해주고 있다. 


내 경험과 기억도 이 책이 인상 깊은 독서 경험이 된 것에 일조한다. 

방송통신고등학교에서 3학년 어느 반을 맡았을 때 농인 한 분이 우리 반이었기에 아주 짧은 기간이었지만 교회 수어팀에서 수어를 배웠고 너무 멋진 우리 반 학생들은 그분을 위해 합창대회 출전 곡을 수어로 했던 기억이 있다. 모두 스스로 뿌듯해했고 당사자는 고마워했다. 이 여정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 역시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공유지 텃밭에 대한 이야기도 할 말이 많다. 

오늘 아침 출근길만 하더라도 붕괴위험이라고 적힌 옹벽 아래 좁은 자투리 땅에서 무언가를 심기 위해 허리를 90도로 굽히고 있는 할머님을 지나쳐왔다. 우리 부모님도 마찬가지이다. 동네 사람들이 얼굴을 찡그리고도 남을 냄새나는 퇴비를 흙바닥 주차장 한 켠 밭에 잔뜩 뿌리신 듯하다. 물론 잠시 냄새가 심하고 허리가 아프시겠지만 그곳에서의 산출물은 해당 가족의 식탁을 풍요롭게 하고 이웃과 나눌 귀한 선물이 될 것이다. 


그저 이렇게 일상에서 좋은 일만 일어날 수 있는 수어의 사용, 텃밭의 경작은 이 책 속에서 그리 순탄치 않다.


나무를 훔치는 사람들이 생겼고 

주머니쥐는 멸종 위기종이 되어 해치는 자는 벌금을 내고 

공유지에서 경작하는 것에 대한 정부의 경고가 나오고 이를 어기면 엄청난 벌금과 구속을 하는 일들이 예고된다. 

이런 과정 속에서 엄마와 주인공의 생각은 서로 다른 지점으로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그래서 둘 사이는 멀어지고 서로의 계획은 서로의 계획을 무산시키고 방해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당하고 있기만 하지는 않다. 

이 책의 제목이 바로 주인공 소녀가 만든 포스터의 정부를 향한 경고 문구이다. 


'내 목소리를 지우지 마' 


이 책을 읽다 보면 놀라운 점이 하나 있다. 

모든 페이지 테두리는 채색이 되어 있고, 중간중간 원색으로 그려진 그림은 이야기의 흥미진진함과 긴장도를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우리나라 작품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그림이고 낯설다. 그래서 흥미롭다. 

한 장 한 장이 표지 그림 같고, 그림에서 또 무언가 메시지를 얻는다. 

말하지 못하는 자, 듣지 못하는 자의 눈이 하는 일이 엄청난 것이며 또 대단한 일을 수행한다는 것을 알려주며 독자들도 경험해 보라는 듯 시각적인 아름다움에 취하며 글을 읽게 되고 그저 글만 있는 책 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담게 된다. 그림이 독해를 도와주고 있다. 


표지의 그림이 다른 책과 달리 주목받을 만한 책들을 가끔 꽂지 않고 표지 전면이 보이도록 놓아두고 있다. 


이 책은 어찌해야 할까? 


책에 관심이 많고 좋아하는 지인들이 올 적마다 난 이 책을 빼내어 촤르륵 소리가 나게 바람을 만들어내며 책장을 넘겨 안쪽을 보여줄 듯 하다. 


"촤르르륵" 

"모든 페이지에 빛나는 색감과 그림들을 잘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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