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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망할 열네 살 ㅣ 사계절 1318 문고 151
김혜정 지음 / 사계절 / 2026년 1월
평점 :
이 망할 열네 살
#이망할열네살 #김혜정 #장편소설 #청소년소설
단요 작가의 성냥과 풋사과를 직전에 읽었다.
책에는 열다섯 살 소년의 어떤 심리에 대해 설명되는 글이 나오는데 갑자기 그 부분이 생각났다.
'나는 이 ***들이 얼마나 악질적인지 잘 알았다. 세상에는 조건 없고 값없는 사랑이 정말로 무한한지를 확인하려다가 모든 걸 망쳐버린 뒤 "역시 아니었네, 역시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하며 침을 뱉어버리는 인간 유형이 있다.'
사실 아무리 이어 붙이려고 해도 이 망할 열네 살 주인공들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지만 상처가 있는 열다섯 살의 소년이 죄책감을 느끼면서 무언가 상황을 개선하고자 의도적으로 벌린 일이 잘 되지 않았을 때 스스로에게 분노하고 다른 사람들의 환대가 섭섭하고 그렇게 실수를 했을 때 주변의 태도가 오히려 욕하지 않는 것도 '나는 화낼 가치도 없는 사람이라 이건가?' 하는 생각에 열이 오르고, 불만이 생기면서 실컷 욕을 얻어먹고 혼나면서 쫓겨날 기회를 노리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워하고 자신이 미워하는 사람의 행동처럼 주변 사람이 행동해서 자기 생각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온갖 무리한 시도를 벌리는.... 상처받은 열다섯 남자아이 이야기이다.
내 글을 읽는 지인은 이게 무슨 소리?라고 생각할 테니 요약해 보자.
'상처를 입은'이라는 단서가 있지만 내가 최근 경험한 열다섯 살 아이를 설명하는데 쓰이는 단어가 지금 분노, 섭섭, 실수, 욕, 화낼 가치도 안 되는 인간, 불만, 욕, 쫓겨날 기회를 노리는 의도적 행동... 온갖 안 좋은 단어는 다 수집해 놓은 셈이다.
게다가 덩치는 산 만해지면서 아직 마음의 성장은 그 덩치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즉 중1 때 커서도 맞을 수 있게 맞췄던 교복이 딱 맞거나 오히려 작아지는 시기라는 것일 테다.
처음부터 두려웠던 것도 아니고 누구보다 자신 있었던 도하민의 새로운 중학교의 경험은 그다지 밝지 않다.
그 와중에 주인공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잘 파악하고 주변의 공기를 읽어낸다. 물론 쉽지 않은 여정을 거쳐서 말이다.
자신 만만했던 학생이 이토록 위축되는 상황이 되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데 꼬박 1년이 걸린다는 설정이면 실제로는 어떨까? 자신 만만이 아닌 이전 초등학교 시절부터 내내 위축되어 살아온 친구들은 새로운 환경이란 것이 기대와 설렘보다 더욱 익숙함에서 더욱 낯선 공간과 시간으로의 이동일테니 그 두려움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오로지 믿고 의지할 곳은 선생님과 그저 어서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해서 생길 친한 짝꿍이 아닐까?
편집자님의 편지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중학교라는 새로운 공간에 진입하면서부터 어려움을 겪습니다. 친구 사귀는 법도 교실에서 적응하는 법도 다 까먹은 것만 같지요. 그런데 한 번도 어려워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풀어내는 일도 만만치 않습니다.~그러니까 자신 만만한 어린이가 자신 만만한 청소년이 되리라는 법도 없고 어제 잘 나갔던 내가 내일 투명인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내가 무엇을 꼭 '잘못하지' 않아도요.
내가 꼭 무엇을 '잘못하지' 않아도요....
이글 처음에 적었던 다른 소설의 주인공 소년도 그랬다.
딱히 무엇을 잘못하지 않았는데 모든 것의 안 좋은 결과가 다 자기의 잘못 때문인 것 같고, 용서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하고 있으며 난 아직 용서를 어찌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자꾸 숨으려든다고 해결되지 않으며 모든 걸 잊은 채 살아가기도 쉽지 않은 것을 알아버린 열다섯...
여기 열네 살 아이들도 그렇다.
딱히 내 탓이 아닌데 오해를 받고 미움을 사며 내 편은 없어지고 난 관심에서 제외된다.
그런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기 쉽지 않고 참견인지 조언인지 모를 어른들의 도움은 크게 득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이 그 와중에 쓰선생님으로 불리는 도덕 선생님과 아빠의 역할은 하민에게 다른 친구 못지않은 힘을 보탠다.
물론 이 어려운 시기를 멋지게 헤쳐나가는데 필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과 신뢰할 수 있는 친한 친구가 최고인 듯하다.
다 큰 어른이기에 아이들의 갈등과 고민이 그저 소꿉놀이 같은 꽁냥꽁냥으로 읽히지만 당사자들에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지부터 공감하는 연습을 시작해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