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지런한 끼니 - 홈그라운드에서 전하는 계절의 맛
안아라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5월
평점 :
바지런한 끼니
#안온출판사 #안아라 #산문집 #바지런한끼니
안온출판사 책에 산문선 시리즈가 있다.
시리즈 중에 #다정소감 은 제목이 너무 친근한데 읽지는 못한 듯하다.
난 #나의파란나폴리 #베를린에는육개장이없어서 를 읽은 적이 있다.
어떤 책이다.라고 말할 때 작가, 화두 그리고 출판사가 중요함을 서서히 알아가는 중이다.
안온출판사 책이라면 일단 비자 심사 없는 드나드는 이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안온출판사 책이라면 무조건 오케이인 지인도 있고, 사실 나도 겨우 두 권 읽었지만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출판사 이름을 기억하고 챙기는 내 책 취향의 일부인 곳이다.
음식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좀 더 자세히 보태자면 '만드는 과정이 꽤 길고 복잡하지만....'에 해당하는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싫은 사람도 있을까? 얼마 전 '10분 완성 수프 도시락'이란 책을 접한 적 있어서 음식도 빨리 간편하게~가 대세인데 말이다.
하지만 책 제목을 다시 보면 끼니를 먹는데 바지런하다는 이야기는 음식을 만드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음식에 대한...'설레임'이 녹아있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는 말이 책 속에 나온다.
생활의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건 지난 시간을 정리하는 의식이라고 한다.
덜어내고 정리하고 주변을 가벼이 하려는 마음으로 살아가면서 어째서 음식은 재료를 보태고 정성을 보태어 그리 오랜 시간을 공 들이는가.
음식을 하는 시간에 비례하는 설레임, 그 음식을 나누는 설레임, 그 음식을 먹은 자의 기억 속에 자리 잡는 설레임의 기대가 더해지고 쌓이는 행복감으로 설명할 수 있을 듯하다. 단언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아직 덜어내는 삶을 살지 못하고 있고, 음식과 살림으로 알 수 있는 삶 속에서 설렘을 자주 마주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하게 여러 음식의 레시피와 소개 그리고 얽힌 이야기를 백과사전식으로 나열한 책이라고 하면 이 책을 제대로 읽지 않은 독자일 것이다.
그럼 내가 읽고 찾아낸 작가님이 책에서 하고픈 이야기는 무엇일까? 아주 깊게 숨겨 놓지 않으셔서 다행스럽게도 후딱 찾을 수 있었다. '더 많은 이와 맛있는 걸 먹으며 다정하게 이야기를 자주 나누고 싶다.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싶다.' 작가님! 맞죠?
그래서 책 속에는 맛난 음식 이야기, 음식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음식을 가운데 두고 나누는 맛난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기억해 낼 나중의 이야기까지 담보로 잡아야 하는 그런 책이다.
커다란 통창으로 보이는 고양이들 이야기가 눈에 그려진다.
단지 밥과 물만 주었음에도 함께 하는 삶의 영역 안에서 서로 안온함을 주고받는...
책 안에 그림들은 너무나도 인상적이다.
매생이 그림은 꼭 사진을 찍어 서평과 함께 올리리다.
누군가의 글에 꼭 삽화를 그려보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내가 만약 그림(지금은 낙서 수준이다)을 그린다면 연필로 슥슥 그리고 강조하고픈 곳에 색 한 두 가지로 마무리하는 이 책의 삽화처럼 그려보고 싶다. 부럽다. 많이 부럽다.
손의 동작, 적당히 그리고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벌린 입, 김밥의 김 표사, 누가 봐도 매생이라고 생각되는 색의 선택...
책의 글과 어쩜 그렇게 찰떡같은 궁합인지 책의 매력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옛 부모님과 함께 먹던 음식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주구장창 소울푸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리소토와 파스타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며 음식 이야기가 다는 아니라는 것을 금방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안온의 산문을 읽으면 늘 이런 느낌을 갖는다.
안온한 느낌...
드라마에서 말하던 "편안함에 이르렀는가?" 책을 읽고 한참을 그렇게 편안함에 이른다.
그리고 그 안온함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 그리고 언제고 다시 기억해내고 싶다.
작가님에게는 그 매개가 음식이고 내겐 책이었나 보다.
#도서협찬 #책추천 #산문 #에세이 #음식 #홈그라운드에서전하는계절의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