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이 찾아오면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8
강은지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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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이 찾아오면 


#강은지 #구원이찾아오면 #미래인 #청소년소설 #학교폭력 


자살 

그것도 청소년의 자살 

입에 오르내리기에도 힘든 소재를 갖고 이야기는 바로 시작된다. 

그렇게 17층에서의 몸을 던진 것에서 시작해 놓고 11페이지에서야 '자살 미수'는 단어가 나온다. 

턱 막혔던 숨이 비로소 조금씩 새어 나오며 천천히 호흡이 되는 것을 느낀다. 


'자살'이란 이야기 말고도 사실 숨을 멎은 듯 읽어내려 간 부분이 또 있다. 

살짝 옮겨보려 한다. 이런 표현, 너무 사실적이어서 살아보지 않고 적었다면 너무나 그 감정의 이입이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나는 침묵의 물세례를 맞고 자리에 앉았다. 불쾌했다. 힐끔거리는 시선은 다른 것보다 끈적끈적했다. 나를 보지 않는 척하는 눈에서 멸시를 느꼈다.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 끔찍한 염증을 느꼈다. 마치 반지하에 살던 때 느끼던 기분과 비슷했다. 머리 위로 걷는 사람들과 구태여 허리를 숙여 사람이 살고 있는지 확인하는 눈빛, 단순한 호기심이거나 지독한 멸시, 동정, 심심풀이 땅콩 같은 거였다.' 


괜히 나도 반지하 창문을 허리를 굳이 굽혀 쳐다본 적이 있었던가? 아니 반지하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는 살았는가? 생각해 보게 되는 구절이었다. 이래서 나도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그렇게 눈을 크게 뜨고 집중해서 보았나? 싶다. 

기어코 반지하에서 아파트로 이사 가려고 했던 가족, 엄마, 아빠의 냄새, 환기 이 모든 상황의 설정에서 '나'가 생각하는 엄마에 대한 태도와 고민이 잘 드러난다. 방문을 넘긴 적이 없는 울음, 닫은 방문 안에서 멎는 듯한 숨, 17층을 걸어 올라가 난간을 붙잡고 옥상까지 올라가 서야 트이는 그 막힌 숨. 

당신이 홀로 길러 낸 내가 모난 인간이 될까 봐 두려워하는 주인공의 마음은 '1층'으로 설정된 책의 맨 앞에서 이미 다 설명이 되고 있다. 


그리고 2층, 3층 마지막 17층까지 이야기는 계속된다.


"울 거면 8층 같은 데서 울어. 3층까진 사람들이 쉽게 올라온다고" 


이 한 마디로 복잡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양육자의 죽음, 서로 뒤바뀌는 양육자, 가해자? 방조자? 뒤죽박죽인 것 같아도 지금 벌어지는 일이 딱 맞게 설명되는 그 배경과 복잡하게 얽힌 인연의 굴레가 언제나 이야기의 얽힌 실타래를 풀어주고 있다. 


소설을 읽다 보면 등장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실제로 만나보고 싶은 인물이 생기는데 이번 소설에서 간호사 누나는 정말이지 여기 소설에서 없으면 안 되는 역할이라고 생각이 든다. 

이마저 없었다면 이 소설의 밑바닥은 반지하가 아니라 가보지 않고도 절대 가고 싶지 않고 고개를 젓게 되는 연옥이니 지옥이니 하는 그런 곳이라고 생각되었을 것이다. 영우와 구원에게는 간호사 누나가 딱 한 군데 쉴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어른, 버팀목이었다고 생각된다. 

그에 비해 누군가의 작은 아빠, 누군가의 아빠, 누군가의 새양육자인 그 남자는...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기라고 밑도 끝도 없이 병원에서 따지고 드는 그 남자 같은 사람은 역시 내 삶에서 한 번도 안 만나졌으면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지만 딱 한번 만나 그냥 한대 쳤으면 하는 나쁜 생각도 들게 한다. 

어쩜 그럴까? 정말이지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도록 만드는 인물이다. 


작가님이 만들어내는 인물들의 속내가 참 다양하다. 싶다. 

참으로 복잡한데 책을 읽다 보면 알 수 있다. 알게 되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이해하게 되고... 

물론 이해가 된다고 해서 내가 동조하고 지지를 보낼 수 없는 인물들이 또 있다. 

이러다 보니 책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현실감 있고 내 삶과 그다지 동떨어져있지 않은 느낌 때문에 재밌는데.... 무섭다. 


무서워지기에 작가님의 마지막 한 마디를 꼭 적어 놓고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죽음은 아주 먼 곳에 있다. 그 먼 거리를 한 번에 도약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살아갈 힘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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