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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읽는 최치원 풍류길 - 고운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생태 인문 기행
김재웅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9월
평점 :
나무로 읽는 최치원 풍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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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암_흐르는 물에 귀를 씻는다.
바위에 새긴 석각을 찾으러 이 바위 저 바위를 뛰어다니는 작가님의 모습이 그려진다.
찾고 나서 찍은 듯한 사진을 모변 괜히 내 귀에 흥분된 그 기분이 전해지는 듯하다.
그저 최치원의 흔적을 찾고 그 흔적 주변에 나무를 말한다.
단순해 보이는가?
읽다 보면 엄청난 내공이 느껴진다.
최치원의 글과 삶의 여정, 그리고 그 안에서 알 수 있는 나무 이야기를 현재 자라고 있거나 새로운 생명이 자라는 경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어지지 않을 듯한데 이어지고 관련이 없어 보이는데 그의 글과 행적에 나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배경이 된다.
나무 이야기
흥미로운 것은 이 나무는 이래서 이런 이름이야~라는 생경한 정보의 제공에서부터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이 책이 아니더라도 어디 숲에 가서 오래 근무하신 숲 해설가님에게서도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아니던가? 혼자 생각했다.
그러다가 아래 문장을 찾았다.
옮겨 적어본다.
난 이 책에서 작가님이 계속하고 싶은 말이 이런 것 아닌가 싶었다.
'나뭇잎이 아닐 비(非)를 닮은 비자나무는 모두가 그렇다고 해도 반대할 수 있는 젊은 날 최치원의 도전과 용기를 보여 주는 듯하다. 이렇게 동백나무와 비자나무는 절집 창건과 관련된 최치원 이야기를 운거산 구름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잇고 또 이어간다.
지팡이를 꽂았더니 나무가 되었다는 그 허무맹랑하다 싶은 싱겁고 흔한 이야기가 달리 읽힌다.
그때 지팡이의 굵기가 떠오르고 사진에서 보이는 아름드리나무의 품이 상상이 된다. 그때 그 지팡이가 아니면 어떠하고 굳이 그 나무가 지금 나무가 아니어도 괜찮다. 읽다 보면 말이다. 그냥 이어지고 연결되는 느낌 속에 빠져있다.
나도밤나무, 너도밤나무 이야기는 꼭 아재 개그 같다.
느티나무는 '늦게 티가 난다'라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우람하게 자라는 학사루의 느티나무를 보면 이름의 유래가 단박에 이해가 된다고 한다.
처음 듣고 이제라도 알게 되어 좋았던 지식이다.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라 상수리나무
모과나무는 '나무에 달린 참외'라는 뜻의 목과(木果)가 변한 것으로 아주 오래된 과일이라는..
배롱나무 꽃이 백일홍, 백일 동안 피어있어서 그렇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꽃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피어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말에 장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산 나무 이야기만 있는 것도 아니다.
고사목이 누워 있는 곳에 김성기의 시 '휴(休)'가 일품이다. "서 있느라 수고했네 / 이제 편히 누우시게나"와 같은 인용문에서는 눈길이 한참 머문다.
나무 이야기만으로는 이 책의 매력을 절반만 표현할 수 있다.
최치원이 쓴 시, 글에서 당나라에서까지 필력을 떨친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다.
'~몸은 영화 티끌에 더럽기 쉽고, 마음 때는 물로도 씻기 어렵네.
누구랑 담담한 맛 의논하리오. 세상 사람들은 달고 취함 즐기는 것을~'
그 당시의 시로 지금의 삶을 성찰하게 한다.'
'첩첩이 쌓인 바위 계곡을 굽이치는 물소리에 지척에서도 사람들의 말을 분간하기 어렵네.
항상 시비 소리가 귀에 들릴까 염려하여 흐르는 물소리로 온 산을 둘렀네'
그렇게 물과 나무가 있는 곳에서 신선이 된 사람의 이야기이다.
동료가 주변 아파트 숲을 산책하다가 계수나무 향을 맡았다고 한다.
다음 산책에 끼어 그가 보았던 계수나무가 어디 있는지 이 책을 옆에 끼고 따라가 보리라 마음먹어 본다.
사람과 나무를 더불어 생각하며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