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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 ㅣ 창비청소년문학 14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6년 3월
평점 :
호구
_"호구보단 개자식이 오래 남는다."
_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호랑이 입에 들어간 소년의 성장
#김민서 #창비 #창비청소년소설 #호구 #청소년소설
표지의 노랑머리 소년이 참 궁금했다.
저 아이가 우리 반 아이였다면...
소설을 읽으면서 보통 주인공의 마음이 되어보며 감정이입을 하지만, 아무래도 난 그 반 담임 선생님의 마음이 되어본다.
권이철의 노랑머리를 어찌하지 못하면서 뒤따라 노랑머리로 나타난 이 아이를 어찌 지도했을까?
주인공을 지도하며 권이철까지 소급해서 지도했을까?
나라면 어찌했을까?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면 그날 잠시 책을 덮은 날은 자책에 시달리고, 그래도 나라면 이렇게 했을 거야!라고 뭔가 나름의 대안이 마련되었던 순간 후에는 학교에서도 밝고 맑은 기분이라는 것을 스스로 느꼈다.
살짝 엄마의 마음, 할아버지의 마음도 되어보곤 했지만 그래도 담임 선생님이 등장할 때마다 살짝 움찔하고 긴장한다.
권이철과 쫑의 관계
다른 소설과 드라마에서도 많이 나오는 관계...
주인공은 쫑이 아니다. 물론 권이철도 아니다.
내가 이번 소설에서 시선이 머물렀던 것은 주인공은 아주 '쫄'과 같은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중간자? 방관자? 에서 아주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역할을 맡고 그러면서도 권이수와 같은 주류와 거리를 둔다.
'실생활에서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뜻하는 유행어 '호구'가 바둑 용어에서 유래'
호구보다 더 못한 쫑이 있어서 그렇지만 그저 누구나 자신의 이기적인 이유로 이용하고 버리고 놀려 먹는 친구, 특히 몇 번 만나 적도 없는 다른 반 아이가 체육복을 빌려달라고 하는 장면과 그 뒤 더러워진 체육복을 일주일 뒤나 지나서 받았다는 결말에서 주인공이 처한 상황,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권이수
이 캐릭터 역시 흥미롭다.
쌍둥이로 태어나 동생이 된 아이, 그 아이가 느끼는 쌍둥이 형에 대한 질투와 미움.
바둑으로 풀어가는 이야기 역시 매력적이다.
사실 난 바둑을 하나도 모른다. 하지만 내 최애 드라마 중 하나를 꼽으라면 '미생'을 꼽는다.
바둑이 갖고 있는 매력이 바둑 용어로 응축되었다가 삶의 어느 순간에서 사르륵 녹여지는 것처럼 축을 만들고, 사활을 걸고, 신의 한 수를 두는 식으로 소설은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흥미진진하다.
청소년 소설답게 아이들에게 전하는 격려와 응원도 있다.
"구겨지지 말어"
나는 노인을 본다. 노인이 검지를 든다.
"인생은 구기는 것이 아녀."
쿡 가슴을 찌른다.
"펼치는 것이지."
두발짐승들이 날뛰는 그런 현장에서도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구겨지지 않으려 하며, 그 어떤 것에도 지켜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믿으면서 가슴과 꿈을 펼쳐내려는 애씀이 안쓰러우면서 기특하다.
검지로 가슴을 쿡 찌른 노인보다 지척에 있었으면서도 스스로 전문직이라고 생각하고 살면서도 정작 소설 속 아이들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한 선생님에 빙의해서 괜히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모든 아이들에게 미안해진다.
호구라니...
아이들의 세계가 어른들의 축소판인 것이 별로이다.
아이들은 그저 평등하고 그 안에서 차별과 혐오 편 가르기가 없었으면 좋겠다.
호구는 그저 못난 어른들이 만든 단어이며 정말 바둑에서만 사용하는 단어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