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 파도 트리플 35
이서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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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파도 


#방랑파도 #이서아 #연작소설 #TRIPLE #자음과모음 


'죄책감' 


이 책을 읽고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를 하나 고르라고 하면 '죄책감'을 고를 듯하다. 

그런데 주변에서 다들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하는 죄책감은 어찌해야 할까? 

누가 봐도 분명한 죄에 대한 죗값! 하늘의 천벌이든 인간의 형벌이든 그렇다면 그 벌을 받은 다음은 차라리 후련할까? 

주변에서 품고 살 필요 없다는 죄책감은 그 말로 해소가 되고 삭제될 수 있나? 여기 소설 속 주인공들은 다들 그렇지 못했던 거 같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도 든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죄책감'을 안고 있다. 하지만 그 '죄책감'이 '자책'이 되지 않도록 주위에서 서로 노력해오고 있다는 것을... 

'죄책감'은 반성적 사고로 건설적으로 자신의 잘못으로 나쁜 결과가 도래했으나, 다음에는 그러지 않겠다는 마음이지만 자책은 끊임없이 자신을 탓하여 '죄책감'이 '자책'이 되어 자기 위축, 자기혐오를 일으키고, 우울과 만성불안으로 이어지고, 결국 사회적 고립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보인다는 것을... 

그래서 서로서로 경계해 주며 조용히 다독이며 보듬는 바로 옆 지인과 가족들이 눈에 들어오는 소설이다. 


제목은 방랑, 파도이다. 파도와 파랑이 다르다는 것을 과학 선생님들은 한 페이지 넘게 증명하시겠지만 난 파도나~파랑이나~라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방랑, 파랑~으로 읽혀 제목이 예뻐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철썩' 내게 좋은 파도란 없다. 죄다 견디기 힘들고 고달픈 파도일 뿐이다.라는 문장이 책 속에 나온다. 안 좋은 일이 벌어진 후 모든 일들은 내게 그렇게 견디기 힘들고 고달프게 다가온다. 그걸 불행이라고 불러본다면.. 


불행은.. 


'불행은 기묘한 것이었고 불행한 사람들은 손쉽게 기이한 사람들이 되었다. 불행한 사람들은 불행하기 때문에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생에 흠결이 있는 사람들은 그 흠결로 인한 슬픔과 절망을 감당하기도 벅찬 와중에 그 흠결을 몹시 추하고 불경한 것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까지 견뎌야만 했다.'


이미 결과를 어쩌지 못하며 상황을 되돌리지 못하는 탓에 그래 다 내 탓이라고 해버린 그 불행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묵직한 펀치가 되어 내 맘과 몸을 때리는 상황을 인물들은 겪고 있는 듯하다. 

유일하게 그들의 안식처는 바다, 그 바다의 파도... 


책을 읽고 바다가 문득 보고 싶다. 


그리고 내 인생의 끄트머리 그렇게 바다가 보이는 요양원에서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학교에서 인구 단원을 가르치다 보면 시설 좋고 인기 많은 요양원은 모두 대도시 인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생각에 빠진다. 

매일매일 바다만 보는 것으로 내 인생의 후반부가 추락 아닌 착륙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너무 큰 것인지..... 

계속 아플 것이고 그래서 큰 병원 근처여야 하며 세상에 미련을 남겨 자식과 지인들을 보고파하며 말이다. 

그런 것들을 세속적이라 표현한다면 그것들이 있는 시간과 공간에 선을 긋고 그 선 건너편에서 조용히 머무를 수 있기를 바라며 살 수 있을까? 내 생각을 해본다. 


서로 다른 세 명이 같은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잠시 시간을 달리하며 주인공이 되어 그들의 시선과 생각을 따라 독자들은 움직이게 된다. 

매끄럽게 진행되고 현재와 과거가 잘 붙은 접착면과 같이 이어져 누구의 이야기와 상관없이 하나의 이야기로 읽힌다. 


자책하지 말라고 언제고 그렇게 말할 다독일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옆에서 조용 조용히 곁을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은 느낌이다. 

세상의 온갖 불행을 다 안고 살면서 그저 다 껴안고 묵묵하게 지내며 가끔 혼자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들... 다 받아주는 바다를 좋아해서 바다 주변에 머무는 사람들, 그들의 바다 같은 삶을 조용히 들여다보았다.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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