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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잠에서 깨다 - 일제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발굴이 새긴 기억의 공공인류학
정병호 지음 / 푸른숲 / 2025년 12월
평점 :
긴 잠에서 깨다
_일제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발굴이 새긴 기억의 공공인류학
#긴잠에서깨다 #푸른숲 #정병호 #일제강제노동희생자 #도서협찬
*이름 높은 분이 이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이력이 대단하다.
모르는 사람이 교복만 보고도 이것저것 사주는 학교를 다녔고, 박정희에게 상을 받고 박정희 시대에 감옥에 가는...
김민기를 만났고 김지하 연극을 함께 하고..
어떻게 저항하는 삶의 태도를 갖게 되었고 자유를 향한 갈망이 내면 깊이 각인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유학을 다녀와 교수가 되기까지...
이런 화려한 이력의 사람이 가장 관심 있게 해낸 것은 이름 없이 타국 외지에 묻힌 사람들을 국내로 데려오는 것이었다.
*나라는 도대체 뭘 하나 싶다._기억과 애도를 정치적 수단으로 삼는 순간...
"민간 차원에서 함부로 하지 말라."
누구도 하지 않은 일을 해내는 과정에서 정작 일을 해야 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쏙 빠져 있는 주체!
시절을 불문하고 그렇게 뒷짐 지고 있는 나라, 정부 기구가 못마땅하다.
나라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는 과정이 이 책에서 전하는 모든 순간에서 참 씁쓸하게 다가온다.
예산과 힘이 있음에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묶여 꼭 해야 할 것을 하지 않는 태도
제삼자 변제안과 같은 말도 안 되는 보상과 배상, 불가역이며 최종이라는 억지까지...
'과거는 덮고 미래로 가자고?'
당사자를 뺀 우리의 협의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싶은 그들만의 논리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라는 허울 좋은 방침
오히려 현실에서 한 발짝 떨어져 지내기에 오히려 서운하고 속상하게 보일 때가 있는 종교계는 이 책에서 볼 때 정부, 나라 그 이상의 힘을 보태준다.
역할이 바뀐 듯하지 않나?
화가 난다.
*마음을 움직이는 작은 일.. 그러나 커다란 일
아이누 이야기
그리고 남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
우리 이야기인데 우리 담장 안 이야기와 우리 담장 밖 이야기
그리고 '우리'의 담장을 좀 더 넓게 넓게 설정했을 때 우리 모두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
관심을 갖고 애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난 어디에 묻히고 어떻게 지인들에게 죽음을 알릴 수 있을 것인가?
내 죽음을 고민하게 된다.
멋진 장례를 꿈꾸며 내가 살아있을 때 치르는 장례식이나, 조문 오는 이들에게 편지를 남겨 전하는 상상도 해본다.
이런 팔자 좋은 장례와 달리
고향에 묻히지 못한 죽음.
작고 좁은 상자 크기에 오그린 채 발견된 유골
연고지 없이 다른 이와 합쳐진 유골
유족을 찾아도 모셔올 방법이 없는 유골
그뿐이랴. 세상에는 이런저런 각기 다른 이유로...
정뜨르 비행장, 지금 제주 비행장 활주로 밑에도 아픈 역사의 상처가 만들어낸 이름 모를, 그 아스팔트 밑이 고향일리 없는 사람들의 유골이...
도대체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왜 죽어야 하는지 명분도 없고, 사람이 사람한테 할 도리가 아닌 죽음의 순간과 그 후 시간을 맞이하는 방식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지 여기나 지구 반대편 전쟁터나 마찬가지로...
*죽은 자는 산 자인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과거는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
우리는 죽은 자에 인간으로서 어떤 예의를 갖춰야 하는가?
정치적 계산, 효율적인 비용 산정 이런 거 말고 말이다.
그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에 대한 값, 가치를 값어치로 따지지 않고 우리가 그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모두가 이해하고 인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왜 이리 오래 걸리고 어려운 것인지...
그 일을 시작한 작가와 그 지인들에게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부분이다.
긴 잠이 아니라 긴 잠이라고 한참 떨어진 채 표기된 이유가 이해되는 지금이다.
이제 산 자 모두가 무지의 잠을 깨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일 길지 않기를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