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레스크
쓰무라 기쿠코 지음, 양지윤 옮김 / 빈페이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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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레스크 

#쓰무라_기쿠코 #양지윤 #시사북스 #빈페이지 


두툼한 책이다. 

근데 표지가 멋진 그림책의 한 페이지 같다. 아니 양쪽으로 펼쳤을 때 두 페이지 분량이라고 해야 정확하겠다. 

여러 그림을 이어 붙인듯한 그림 속에는 반복해서 겹쳐지는 인물들이 있고 회색 앵무새가 한 마리 꼭 등장한다. 

물레방아가 있고 아래 소바 가게가 보이고 그런 곳들이 여러 계절 속에 표현되어 있다. 

사실 책을 읽다 보면 이 책의 무대 공간은 그리 넓지 않다. 그래서 그런가 상대적으로 이곳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시간이 더 강조되는 느낌이다.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누군가 졸업을 했고 결혼을 하고 그리고 안타깝게 슬픔 속에서 세상을 떠났다. 

떠난 자를 기억하며 또 새로운 사람이 이 공간으로 들어온다. 누가 나가서 장소가 바뀌는 대신 누군가 자연스럽게 이 마을로 들어온다는 이야기이다. 아주 자연스럽게... 있던 자와의 작은 인연을 갖고 말이다.(갑자기 네네의 발에 묶으려 준비했던 빨간 털실이 생각난다. 그렇게 가늘고 길게라도 이어진... 인연들..) 


내용은 간단하다. 

여러 인물들이 나오지만 이 사람들의 개인 서사만 갖고는 이야기가 풀어지지가 않는다. 

마을 공동체의 서사에 개인들은 하나하나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같이 편입되어 있다고 해야 할까? 즉 마을의 서사와 개인의 서사가 함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풀어내지는 그런 이야기가 두툼하게 적혀있다. 

엄청난 반전이 있거나 극적인 상황이 펼쳐지지도 않는다. 

그나마 긴장되는 순간은 태풍이 마을을 지나갈 때? 네네가 조난자를 찾았을 때? 그 정도인데 그마저도 작가는 억지로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보이지 않는 듯하다. 

누군가의 죽음도 그저 잔잔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삶의 일부로서 서술되어 있다. 물론 슬픔 속에서 말이다. 오랜 추모와 기억으로 말이다. 

그렇다고 그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성장한 자매 이야기? 일대기 식으로 서술한 책이라고 적기는 좀 그렇다. 


책을 읽으면서 이 한 문장을 서평에 꼭 적어놓기로 마음먹었다.


"무슨 뜻이세요?" 

"깊은 뜻은 없어. 그저 스스로 진짜 어른이 되었다고 실감하면서 꼭 해야 할 일을 하게 되는 시기가 딱 그 정도 나이일 거라는 거지." 

"기나긴 인생에서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지 않으면 삶이 지루해지는 법이니까." 

"그런 뜻이었군요." 

"그렇지." 


굳이 안 적어도 되는 "그런 뜻이었군요."와 "그렇지."까지 꼭 적어두고 싶었다. 

세대는 다르지만 공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니까~ 


이 책은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푸는 순간이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 친절이 진짜 어른이 되었다고 실감해서 꼭 해야 할 일을 하게 되는 시기와 맞물려서 시작이 되었건 아니 건간에 사람들은 계속해서 끊임없이 누군가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로 향해 자신의 것을 나누며 관심을 기울인다. 그 가운데 메밀 소바 가게가 있고 앵무새 '네네'가 있다. 


아까 언급했듯이 극적이라 할 만한 부분이 하나도 없지만 그다음 이야기가 계속 궁금해지는 책이다. 

그래서 읽다 보면 꽤 두툼한데도 손을 놓을 수 없는... 

책 속에 빠져 네네와 몇 마디 꼭 해보고 싶은 상상을 하게 되는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소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먹고 싶어지는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아이를 마을이 키운다. 

그 아이 역시 마을을 떠나지 않고 살면서 다른 사람들이 이곳을 잠시 떠났어도 늘 다시 돌아오고픈 곳으로 만들어내는 마법을 부린다. 그 마법은 요란스럽게 번쩍이며 큰 소리가 나지 않는 아주 조용하면서도 신비스러운 마법을 펼쳐낸다. 

마법 주문이 나오냐고 누가 묻는다면 힌트를 하나 주려한다. 

그 마법 주문은 새의 언어와 비슷하다. 

힌트가 부족하다고? 

그 새는 회색앵무이며 처음 등장할 때는 10살 정도이며 50살 정도는 너끈하게 사는 새이다. 

나머지 궁금증은 책을 읽으면서 풀어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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