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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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은행나무 #알랭드보통 #정영목 


일에 대해 그냥 생각을 한 수준이 아니다. 

그래 생각이란 단어로는 많이 부족하다 싶었는데 옮긴이의 글을 읽다 보니 '명상'이란 단어를 사용하셨다. 


일에 대한 '명상' 

일에 대한 관찰자 시점에서 쓰인 글과 그런 의도를 충분히 공감하는 사진작가의 사진들이 연이어 나온다. 

일반인이라면 잠시라도 멈춰 서서 찍을 것 같지 않은 것들이 담긴 사진들 

부두로 들어오는 배, 물류센터, 창고, 비행기의 무덤... 


참치 스테이크를 보고 거꾸로 그 참치가 평생 꼬리를 움직이며 헤엄쳤을 그 바다까지 갈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싶다. 

고무장화 사이에 참치를 끼고 몽둥이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려 당장 그 머리를 내리치려는 사진을 보고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어! 나 이 사진을 보고 따라 그린 적 있는데" 


분명 본 사진이다. 

그리고 그때 보았던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고 잊었던 사실과 정보를 더 알게 된다. 

욕을 하며 때리고 그렇게 때리는 이유까지... 자세히... 

그저 바다를 헤엄치다가 속임수가 있는 먹이 즉 미끼를 물고 머리를 맞고 그 순간 눈알이 튀어나가고 죽어가면서도 아무 잘못이 없는데 어부에게 맞으며 욕을 먹고 내장이 해체되고 얼려진 상태로 신속히 비행기로... 창고로.... 슈퍼마켓으로... 그 과정에 짧디 짧은 구간을 전문적으로 맡고 있는 사람들... 

무슨 일을 하는지 묻는다면 대답하겠지만 그들의 노력이 어떤 궁극적인 지향점이 있거나 운명에 관련이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일하는 사람들... 


너무나도 치열하게 일을 하며 살아가지만 

결국 그것은 우리 자신을 우주의 중심으로 보고 현재를 역사의 정점으로 보는 거, 코앞에 닥친 회의가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묘지의 교훈 즉 죽은 자의 교훈을 태만히 하는 것, 동료를 물려고 하는 쓸데없는 짓과 휴식을 꼬박꼬박 챙기려는 루틴을 꾸역꾸역 해내려는 등...


그렇게 해낸 일들의 결과는 꼭 속을 다 드러내고 사막 한켠 무덤에 놓은 처치곤란이 되어버린 비행기처럼... 폐허에서의 기쁨을 자아내는 고대 유물과는 달리 많은 시간이 지나도 피라미드 같은 세계 곳곳 고대인의 무덤과 같은 느낌을 주지는 못할 듯하다. 

그저 미친 듯이 부를 추구하는 우리의 풍선 같은 어리석음을 나타낸 폐허로 미래 후손들의 비웃음을 살 웃음거리가 될 뿐... 

그런데 우린 그렇게 그것들을 위해 참치 머리를 때리고, 다양한 비스킷을 만들고 한 세대 여학생들을 감동시키기 위해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고, 강한 햇살을 이겨내고 들판에서 떡갈나무를 그리고 발명하려 애쓰고 항공사를 위해 만들고 거래하는... 일을 한다. 


작가는 그럼 일을 하지 말란 말인가? 

인류에게 지속적인 유산이 될 만한 일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렇게 극단적으로 말할 필요도 생각할 것은 아니다. 

일이 의미 있게 느껴지도록 독자들이 생각하고 명상하며 살기를 바라는 마음 아닐까? 

우리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의 기쁨을 자아내고 고통을 줄여주는 그런 순간들의 합이 커지도록 말이다. 

단순하게 지위와 돈이 아닌 것을 위한 일, 노동의 가치를...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그것은 보기 드물고 얻기 힘든 심리학적 성과다.'라는 인용문을 통해 우리는 죽을 때까지 일을 통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10개의 일터에서 일에 대한 명상과 관찰, 답사를 통해 작가는 10번 이상 말해주는 듯하다. 그 노력을 멈추지 말라고 꼭 지속적인 유산으로 남을 만한 일이 아니더라도... 그대가 하고 있는 일의 처음과 끝을 살피고 위에 언급한 대로 일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고 그렇게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생명력을 느끼라고... 그냥 기계처럼 부속처럼 일하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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