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끝, 파랑
이폴리트 지음, 안의진 옮김 / 바람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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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끝, 파랑 


생명과 기본권에 대한 위해를 피해서 떠난 사람들은 도달한 국가에서 보호를 요청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매우 '단순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음... 

생명과 기본권... 

가장 중요한 것 아닌가? 그것이 침해당하고 위협에 처한 상황 속에서 그래도 그곳을 피해 나왔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그곳을 피해 나와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건 당연한 요청이고 요청을 받은 국가는 그들을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것... 

다시 이렇게 풀어서 쓸 필요 없이 당연한... 


SOS 메리테라네 사람들은 아래와 같이 말한다. 


"우리 일은 단순해요." 

"바다에 나가서 구조하고 하선시키는 거죠." 


그러나 


각국의 정치상황과 여론에 따라 너무 단순한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단순하게 구조하고 하선을 시킬 수 없는 것이다. 

단순한 진리는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로 너무 쉽게 흔들리고 흩어지고 가라앉는다. 


누구는 에어컨이 나오는 35유로짜리 저가항공을 타고 쉽게 먼 거리를 짧은 시간에 이동한다. 

하지만 

누구는 2000유로를 내고도 리비아에서 어딘가에서 출발해서 뭍에 도착할 보장 없이 그저 배라고 해야 하나 고민스러운 것에 수십, 수백 명이 타서 바다 위 유전에 켜 있는 불빛을 향해 그저 나아간다. 용케 유전을 지나면 그다음은 다시 운에 맡기고 다시 앞으로... 안전하게 어디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을 보장받지 못하는 여행이다. 


정작 운 좋게 도움을 받아 구조선에 옮겨 탄다 하더라도 육지에 발을 딛지 못하고 허가를 기다리며 마냥 배에서 머무르거나 배에서 배로 옮겨타야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육지 수용소에서 머무르면 또 미래가 밝지 않기에 여럿이 한꺼번에 담을 넘는 시도를 한다. 


이게 뭐지 싶다. 

그들이 뛰어든 바다의 상황은 이러한데 이런 바다로 뛰어들 정도라면 그들이 발을 딛고 있던 그 아프리카, 리비아 일대의 상황은 도대체 어느 수준의 지옥이란 말인가? 


유난히 구조해야 할 보트를 많이 발견한 날... 

수십, 수백 명을 연이어 구조해 내는 경우가 있다고 작가는 글과 그림으로 증언한

다.


그리고 눈물을 흘린다. 

생명을 구한 기쁜 눈물이기도 하고 더 구하지 못한 생명들이 생각나서 흘리는 눈물이다. 

구조선에 오래 머문 이들의 표정은 그래서 보통 무표정하다. 

커피 한잔, 담배 한 개비 꺼내 물고 있는 모습의 무표정 

알 수 없는 눈물처럼 도통 알 수 없는 표정이 수십 명을 구한 기쁨과 더 구하지 못한 슬픔으로 답을 구하지 못하는 표정을 짓게 되는 듯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알 수 없는 표정과 달리 그들은 절대 이 구조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분명히 나타내고 있다. 


그들이 멈춰 세우는 원인에는 그들 스스로의 결정은 없다.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모를 답답한 현재 인류가 아마 그들을 멈춰 세울 원인일 것이다. 

방향 감각을 잃은 인류 말이다. 

인류가 공유하는 근본적인 감정을 잃은 인류만이 그들을 멈춰 세울 것이다. 

인류가 공유하는 근원적인 감정이 늘 깨어있는 그들은 어느 항구에 멈춰서 있는 그 답답한 시간을 또 깨뜨려 지중해 몰타와 리비아 해상 유전 람페두사 어딘가에 표류하는 우묵한 나무속 수십 수백 명의 사람들을 구하러 떠나겠지. 멈추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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