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면서 본다 - 런던 V&A 박물관에서 만난 새로운 여행 방법
이고은 지음 / 후즈갓마이테일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리면서 본다 

_런던 V&A 박물관에서 만난 새로운 여행 방법 


나도 작가님처럼 해본 적 있다. 

모신문사에서 주관한 일본 속의 한민족사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다. 

벌써 오래전 일이다. 그래도 그때 여행이라고 하기엔 좀 답사 성격이 강했던 일본 나들이가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 이유는 평소 안 하던 것을 시도해 보았기 때문 일 것이다. 

교토의 고류지(廣隆寺)에 갔었다. 손가락이 부러진 적이 있는 목조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던 멋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언제고 꼭 한번 사진 대신 그림을 그려보리라 생각하던 차에 주어진 개인 시간이 여유가 있기도 했고 처음 그런 생각을 했던 한 장의 사진이 어느 외국 관광객이 무릎을 꿇고 한참을 반가사유상 앞에서 그림을 그리던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꼭 이번 여행 중에 한 번은 따라 해 보리라. 마음을 먹었고 청수사에서 한 번, 고류지에서 한 번 그리면서 보았다. 


요즘 어반 스케치를 취미로 하는 분들이 늘어난 듯하다. 

아직 난 색을 입히는 것이 두려워 그 단계까지는 엄두를 못 내기에 이렇게 연필이든 목탄이든 한 가지 검은색으로 굵기와 명암을 조절하여 스윽스윽 그려내는 그림을 좋아하고 따라 하려고 한다. 작가님은 연필보다 펜을 추천하시면서 지우개가 필요 없다고 한다. 지우개가 필요 없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난 연필이 좀 더 좋아서 연필로 그리고 지우개를 쓰지 않는 방법을 택하려 한다. 작가님도 내 마음과 같은가? 

"지우개는 망설임이다!" 

딱 한번뿐이었지만 그때의 느낌이 너무 생생해서 책 속에 나오는 내용들을 많이 공감할 수 있었다. 

하나 옮겨 본다. 


p55 드로잉 여행 꿀팁 

사람들의 시선은 걱정하지 말라. 가끔 뒤에서 말을 시키거나 쳐다보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은 대부분 1~2분이면 사라진다. 20분 동안 한 작품 앞에서 있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아니, 본 적이 없다. 


한참 웃었다. 

나도 그때 괜히 혼자 부끄럽기도 하고 누가 지나갈때마다 신경이 쓰였고, 혹여나 뭐라 하지 않나 싶었으나 5분 정도 지나면서 거의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나 혼자 신나서 막 슥슥 그려나갔던 기억이 난다. 


기왕 옮겨 기록한 거 맘에 들었던 드로잉 여행 꿀팁 하나 더 옮겨야겠다. 

p46 중요한 건 잘 그리는 게 아니라 보고 싶은 것을 눈으로 마음껏 따라가는 것이다. 장식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그 자체가 놀이가 된다. 잘 그리겠다는 부담보다 보고 싶은 걸 다 그려 보겠다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맞다. 

나도 그때 잘 그리려는 마음보다 최대한 반가사유상의 유려한 곡선을 흉내 내보고 싶었고 손가락에 얽힌 사연이 있다 보니 부처님의 수인, 즉 손가락의 선이라고 해야 하나? 불상의 외곽선을 열심히 눈으로 따라갔고 그 눈이 따라가는 것을 흉내 내어 연필을 쥔 손이 또 그 선을 따라 그렸던 것 같다. 


선물이 선물 그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그 사람에게 맞는 선물을 고르는 시간이 보태져서 더욱 의미 있다고 들었다. 

드로잉은 그리는 동안 느끼고 생각하고 상상할 시간을 준다고 작가님은 밝히고 있다. 

시간을 들인 기록이기 때문이다. 20분 동안 마음껏 누리라고 조언해주고 있다. 


책 속과 띠지로 변장한 멋진 그림을 흉내 내보고 싶었다. 

실력은 작가님의 발끝 때만큼도 따라갈 수 없겠지만 나도 이 글을 적는 내 앞에 내가 아끼는 것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책장을 눈으로 보면서 그려본다. 아니 그리면서 본다. ^^ 어디서 어떻게 이곳에 온 물건들인지... 지금껏 나와 함께 있는 충분한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 되짚으면서 말이다. 


작가님 저도 지우개는 쓰지 않았습니다. ^^ 


#도서협찬 #후스갓마이테일 #그리면서본다 #드로잉 #그림 #낙서 #어반스케치 #새로운여행방법 #여행 #who'sgotmytail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