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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행복 -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정원을 걷다 ㅣ 열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모명숙 옮김 / 열림원 / 2025년 5월
평점 :
모두의 행복
_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정원을 걷다
#열림원 #버지니아울프 #모명숙
뒤표지에 이런 글이 쓰여 있다.
천천히 정독해서 읽다 보면 그 글을 본문에서 찾을 수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읽었다.
역시 부제, 뒤표지, 띠지에 나온 문장은 누구라도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다고 할 수 있는 문장인거구나. 싶었다.
'완전히 행복했다'라는 말을 쓸 수 있는 그 상황이 어떠한지 궁금증을 안고 책을 읽기 시작할 수 있었다.
'어두운 쐐기 모양의 그늘과 빛이 드는 환한 넓은 부분이 나란히 있었다. 그러자 그녀가 바라보는 동안 빛이 움직이고 어둠이 움직였다. 빛과 그늘이 언덕들과 계곡들 너머로 이동했다. 깊은 속삭임이 그녀의 귓속에 대고 노래했다. 스스로 노래하는 땅이 홀로 합창을 했다. 그녀는 누운 채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행복했다. 완전히 행복했다. 시간이 멈췄다.'
p286에 나오는 글 찾았다!
이 책에서 많이 나오는 단어는 단연코 '정원'이다.
그 외에 하늘, 나무, 꽃, 새, 곤충, 과일 등이 나온다.
언급되지 않는 페이지가 없을 듯하다.
자신의 산책길, 정원이 글이 되고 책이 될 수 있다는 것
사실 놀랍다.
내가 다니는 산책길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적어본다면 집을 나서 유치원을 지나 게이트볼장을 끼고 테니스장을 지나면 다이소가 나오고 교회 쪽으로 방향을 틀어 서호 공원에 가거나 화서역 지하도를 건너 스타필드 뒤편 대유평 공원에 가서 정원이라 할 수 있는 곳을 가는 정도...
이게 뭔가 싶다.
내가 적는 이런 이동 경로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글과는 너무나도 다른 글이 이 책 가득하다.
영원히 반복해서 도는 일에 잠깐 변화를 주는 일이라고 지루한 일인 듯 적은 글인데...
그 산책길을 표현하는 글을 읽고 있노라면 파란색과 보락색의 풍선, 줄무늬 조가비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기운차 보이는 꽃들, 그늘진 곳에서 늘 수건 한가득 따오는 버섯들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햇살이 비추는 낮엔 낮대로, 난롯가에서 보내는 저녁은 저녁대로, 봄은 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일기와 편지에 적은 작가의 정원에 대한 표현은....
놀라움과 정겨움으로 가득하다.
내가 따라 할 수 없고 따라 하고 싶은 감성이 가득한 표현들..
'연기는 객차들 쪽으로 젖혀진다.'
나라면 이렇게 사실대로 적었을 텐데...
문장 가운데 ~처럼이 꼭 들어간다.
'연기는 집토끼의 귀처럼 객차들 쪽으로 젖혀진다.'
~처럼을 찾아 필사하고 따라 해본다.
언젠가 나도 사실과 정보만 전달하는 것에 감정을 보태고 비유를 더해 '~처럼'이란 표현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싶어서 말이다.
'수리부엉이가 나무 둘레에 그물을 짜듯 날아다니는 모습', '아직은 겨울이 젖을 빠는 아기처럼 깊이 잠들지는 않았다.'와 같은 표현들 말이다.
정원
자신의 정원을 꾸미고 그곳을 거니는 행복에서 완벽한 행복을 찾아가는 듯해서 나도 내 정원 내 정주 공간 주변의 정원에 관심을 기울여보고 싶다.
꽃과 나무, 열매와 새, 흙과 하늘을 모르면 할 수 없는 것들이다.
풀을 솎아내는 것 마저도 스스로 감탄한다.
"말도 안 돼! 이 일이 이렇게 재미있다니!"라고 말이다.
'온종일 잡초를 뽑고 화단을 만들며 그게 행복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묘한 감격을 맛보았다.'
그 일을 할 때마다 금세 놀이가 된다는 작가의 표현에는 얼마나 정원에 진심인지를 알게 되고 나도 따라 정원을 좋아하겠어요. 그리고 행복해지렵니다.라는 말에 어떤 노력과 열정, 관심이 더해져야 하는지를 알 수 있을 듯하다.
쓸쓸하고 영원히 혼자라고 느끼는 감정마저도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정원과 산책길...
내게도 그런 길과 정원이... 그 길과 그 정원에서 많은 감정이 일어나고... 그 감정을 풍부하게 글과 말로 표현할 수 있는 힘이 조금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적어본다. 자꾸 적고 되뇌면 이루어질지도 모를 테니...
p278
'나는 울타리가 쳐진 이곳에 나의 나무들 중 한그루처럼 심어져 있어.'
결국 하나가 되는 순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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