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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예찬 - 반짝이는 사유의 조각들
현진 지음 / 담앤북스 / 2025년 4월
평점 :
정원예찬
_반짝이는 사유의 조각들
#현진 #담앤북스
책 사이사이에 예쁜 엽서가 있다. 살짝 힘을 주고 빼려 해도 나오지 않아 살짝 당황했다.
모아진 글의 분위기가 바뀔 때마다 작가님의 손글씨가 적힌 예쁜 엽서가 책과 하나 되어 끼워져 있는 것이다.
엽서의 풍경은 스님이기도 하신 작가님이 머무시는 마야사의 풍경 중 하나일 것이다.
언제고 마야사를 찾게 되면 보물찾기 하듯 엽서의 사진을 촬영한 그곳을 하나하나 짚어보리라 생각해 본다.
엽서에는 겹벚꽃, 구절초, 목수국이 있었으니 방문은 한 번으로 안되리라.
속이 좁고 편협하여 딴지 걸기를 좋아하는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정원보다 텃밭이 낫지 않은가? 책 속에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텃밭을 가꾸고 그것으로 나눔 하고...
내가 이렇다.
앉아서 편히 하는 비판.. 트집.. 결국 내 집 한편에 무엇하나 심지 않고 가꿀 배짱도 실력도 없으면서 남이 하는 것에 교과서적이며 실용적인 묻지 않은 대안을 툭 던진다. 아니나 다를까 나 같은 사람을 몇 만나신 모양이다.
대답이 나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을 헐뜯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툭 혼내신 뒤 정원과 텃밭의 구분을 굳이 두지 않는 이야기가 나온다.
속세에서 모든 것을 효율성에 맞춰 생각하고 내게 정원과 꽃, 나무는 무용하다는 내 틀에 갇혀서 작은 정원이라도 만들고 가꾸면 그곳이 그 사람의 '정토세계'가 된다는 말을 깨닫기 위해서는 난 얼마의 시간을 더 책을 읽고 수양해야 하는지...
시간을 담고 서 있는 정원의 나무처럼 나도 시간을 안고 품어야 될 일이라 생각해 본다.
일본식 정원에 대한 언급에서도 책을 읽으며 대놓고 혼자 툴툴거렸고, 낙엽을 바로바로 쓰는 부분에서도 삐죽거렸다.
다 알고 계신 듯하다.
어느 부분에서 어떤 독자들이 무엇을 못마땅하게 생각할지를...
역시 모든 사람에게 칭찬받으려는 욕심은 없으신 듯하다.
낙엽을 매번 쓸고 있는 이유를 포함해서 특정 양식에 구애받지 않고, 취향대로 자신의 정원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조목조목 설명해 준다.
인상 깊었던 문장을 옮겨본다.
'봄꽃이 순서대로 피듯 인간사도 예외일 수 없다. 모든 일이 순서대로 이루어져야 평온한 일상이 된다.'
'조사부사자사손사' '죽을 사'를 잔뜩 넣어 놓은 게 썩 내키지 않았다. 이를 알아챈 선사가 다음의 설명을 덧붙였다.
'이보다 더 좋은 가훈이 어디 있소? 할아버지가 죽은 다음에 아버지가 죽고, 아버지가 죽은 다음에 아들이 죽고, 아들이 죽은 다음에 손자가 죽어야 하지요. 이 순서가 바뀌어 부모가 자식의 상을 치르지 않는다는 뜻이오.'... 뭐든 순서를 어기면 조화롭지 못하다. 장미가 피었다고 옆의 능소화가 시샘하거나 부러워하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봄이 되면 매화가 필테고.. 다음에는 목련이 피는 순서라고 읊으며 그 꽃을 찾는다. 순서대로 피는 봄꽃의 이어달리기... 앞서거나 늦거나 하면서 피고 지는 꽃처럼 때로는 느리고 때로는 빠르게 그때를 맞이하는 것이다. 이것을 알면 모든 일이 빨리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사람의 일도 순서대로 하나씩 성취되는 까닭이다.라는 작가님의 사유가 보태지는 것이 참 일화와 사유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땅에 씨앗을 심고 시간의 시를 쓰는 곳이 정원이다.'
'상대방은 내 기대를 내가 바라는 것을 들어주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닌데...'
'탄광이 무너져 사망한 사람 1명은 시계를 갖고 있던 광부...'
'행복한 사람은 있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 불행한 사람은 없는 것만 사랑하는 사람..'
'일상에서 집착보다 집중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꽃은 무심히 향기를 내고 있는데 나는 마음을 꽃에 두고 바라보고 있구나.'
'바람이 절을 쓸고 달이 법당을 밝히거늘 무엇을 걱정하랴'
영화나 드라마 속 장면 같다.
주인공이 답답한 마음을 풀러 고즈넉한 곳에 자리 잡은 사찰, 암자에 가서 차 한 잔 앞에 두고 수양이 깊은 스님에게 무언가 뻥 뚫리고 쿵 하고 뭔가 깨달음을 얻게 되는 한 마디를 듣는 순간.. 그 한 마디 같은 문장들을 다 옮기기엔 지면이 부족하다. 단 화두는 한결같다. 흙, 풀, 나무가 있는 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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