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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는 기쁨 ㅣ 기쁨 시리즈 3
사니 지음 / 달로와 / 2025년 3월
평점 :
넘어지는 기쁨
#전비기 #에세이 #달로와
얼마 전 재밌게 읽은 소설이 있어서 지인에게 이야기를 해주다가 이야기가 산으로 간 적이 있다.
내게 일어났던 어이없으면서도 남이 들으면 신나고 재밌을 법한 이야기 역시 남에게 전달할 때 내 맘처럼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진짜 신나고 재밌는... 웃음 빵빵 터질 거란 확신이 있었는데... 그놈의 전달력...
인류가 누적해 온 지식과 정보를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잘.. 재밌게.. 쉽게 전달해야 하는 내게 치명적인 약점이다.
천일야화에 나오는 셰에라자드의 능력이 부럽다.
그런데 부러운 사람이 또 생겼다.
처음에는 솔직히 문장이 잘 읽히지 않았다고 해야겠다.
약간 시크한... 냉소적이기도 한... 살짝 불편한데 내 이야기 같기도... 나랑 상관없는데도 또 맞아.. 그렇지..라고 공감되는...
뭐 좀 복잡 야릇한 느낌의 문장이라고 생각되었다.
이런 느낌을 어떻게 서평으로 남길까~ 하다가 그래 구체적으로 상황을 설정해서 그 상황에 필요한 문장을 잘 읽었습니다. 이런 콘셉트로 한번 써보자 싶었다.
예를 들면
나는 자주 교실이나 직장에서 어두운 표정을 짓거나 자주 투덜대는 사람들을 많이 미워하는 경향이 있다. 한데 이 문장을 읽고 다시 생각해 본다.
p69
'내 슬픔은 모두의 심기를 거스르는 죄가 될 수도 있으니까...'
그래 그런 어두운 아우리가 주변에 번져가는 것에 민감한 것도 당연한 것이지만 그 당사자의 어두움을 살펴보려는 시도는 단 한 번도.. 안 하고 살아온 듯
해보자!
뒷담화를 자주.. 그리고 격한 표현으로 하는 난...
p43
'관중석에 있을 때나 큰 소리를 치는 선택적 여포(삼국지 장군)가 된 것이다.'
어렸을 적 자신의 몫에 집착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뒤로 구석으로... 숨어드는... 정작 들어야 할 사람이 없는 곳에서 큰소리를 내는...
또는 드러나지 않게 무리에 섞여서 말이다.
고3.. 아니 고1학생들에게도 진로를 제대로 정하지 못할 때 옆에서 답답한 눈으로 쳐다본 적이 있다.
p63
'인생이 복잡한 이유는 정답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답이 많아서이다.'
그래, 뭘 해도 되는 나이이고 무엇을 선택하든 거칠 것이 없는 용기를 갖고 나아가면 될... 무엇을 해도 정답이니 겁먹을 필요 없는데... 난 굳이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겁쟁이같이.. 게으름쟁이로.. 아무 생각 없는 학생으로 속단하는 경우가 있었다. 말해주자. 무엇을 해도 된다고... 정답 하나를 찾아가는 어려운 여행이 아니고 어디로 가도 정답인 여정이 될 거라고 말해주자.
연말에는... 새해를 앞두고는...
p112
'오지도 않은 새해에 얼마를 쓰는 것인가?'
'치약은 짜개에 끼워서라도 끝까지 꾹꾹 눌러쓰는 나인데 왜 올해는 이렇게 대충 짜서 쓰고 버리려고 하나. 내년을 미리 연습하듯 남은 것도 마저 잘 써야겠다.'
"어? 살 빠졌네.. 왜 이렇게 말랐어?"
나도 진짜 많이 묻는 안부 인사이다. 물론 반대로 살쪘냐? 는 안부는 진짜 진짜 친한 친구에게나..
p63
'체형이나 외모에 신경을 쏟아부었다. 그 시간을 긁어모으면 뭐라도 하나는 더 했을 거다.'
'안부(랍시고 지껄이는) 인사... 타인의 외모, 신체에 대해 좋고 나쁨을 안부처럼 묻는 세상, 이 안부 인사를 듣지 않기 위해 신경 쓰던 것들, 어긋난 안부 인사는 많은 걸 사라지게 한다.
책을 읽다 보니 그렇다. ~그냥 실수라고, ~본심은 그게 아니라고, ~원래 그런 건데...라는 마음먹지 말고 하등 쓸모없는 그런 안부 인사는 하지 말자.
이 밖에도 기억해 두었다가 나도 같은 마음이다. 싶을 때 천천히 필사해보고 싶은 문장을 많이 찾은 책 읽는 시간이었다.
남겨둬야겠다.
'돈을 버는 것보다 어딘가에 소속되었다는 기분이 필요했다. 그러려면 미움 받을 티끌 하나 남기지 않고 털어내야 했다. 한마디에 세상이 무너졌다가 드러났다.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만큼의 시간이 모자랐다. 척박한 일터에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마지막 하나 더
'월급의 절반이나 하는 코트를 사기도 했다.'(짐작하겠지만 코트가 비싼 것이 아닌..) 책 속의 문장은 이렇다. 중의적이기도 하고 재미난 표현이라고 생각되지만 슬프고 속상한 마음이 담긴 문장들이 많았다. '열달동안 엄마 뱃속에서 난 아들이었다.'와 같은..
에세이를 한번 더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한번 더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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