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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집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평점 :
자기만의 집
#전경린 #장편소설 #다산책방
분명 난 소설을 읽었다.
감히 말하건대 잘 쓰인 소설... 내가 흉내 내고 싶은 문체로 쓰인 멋진 소설을 읽은 것이 분명하다.
헌데 왜 한국 근현대사 속 상처로 인한 아픔과 통증이 왜 그대로 전해지는지..
사실 전후 시대를 살며 급속도로 경제 수준을 끌어올리는 가운데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정치와 사회... 법과 제도를 지금의 수준으로 맞추는데 우리는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면서 지금에 이르렀는지... 어느 한 가족을 통해 엄마와 딸의 입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고 생각되었다.
소설 속에는 유난히 중년 남자의 모습 묘사가 자주 등장한다.
'궁색하게 나이 들어간다.
늙고 더러운 곰처럼..
누군가 오래 쓰고 내놓은 가구같이 수상쩍은..'
하나같이 부정적이다.
나중에 알게 된 이유는 아빠로부터 고개를 돌리기 위함이며 마음 기댈 다정한 사람도 하나 없이 늙어가는 아빠에 대한 연민임을 알았지만...
왜 그렇게 중년 남자들은... 그런 모습으로 보편화되고 있을까? 중년 여자들은 상황이 나은가? 모두 짐작하리라. 중년 남자가 저러하다면 여자는...
그래서 작가는 집이 있는 엄마의 모습을 통해 나름 경제적이고 정신적이고 육체적이고 윤리적인 문제를 자신이 전적으로 통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제목이 '자기만의 집'인 이유라고 생각해 본다.
5.18도, 군사정권도, 국가보안법도, 다국적 기업 노동자의 현실도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 인간인 이상 피할 수도 즐길 수도 없기에 싸웠던 사람들 중에 아빠와 엄마의 젊은 시절... 그리고 그 여파가 지금까지 계속되는 상황을 소설은 시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생존과 진실 중에서 꼭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
진실을 택하는 순간 결국 가정을 저버릴 가능성이 커지고 생존을 위해 애쓰는 순간 자신의 꿈은 사라지고 삶 자체가 소모적이기만 한 것이 되어 고독하고 가련해지는.. 그런 시간을 관통한 한 가족의 이야기..
둘 중 하나를 선택했기에 낮과 밤의 단면처럼 눈이 아프고 마음이 아픈 이야기.
겨울과 여름 사이의 격렬한 신경전 같은 봄을 지낸 사람들의 그 후 이야기
어디로 가야 하니? 어디로 가고 싶은데? 어디든 상관없어! 어디든 마찬가지야! 와 같은 대화 속 세상을 통과한 사람들 이야기
그렇지만 또 그런 세상을 모두가 함께 지났지만...
지금같이 어수선한 세상에서 드러나는 여러 군상들을 보게 되면 다 똑같이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닌...
힘들고 아픈 시대를 함께 관통했음에도 일부 정치인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백골단', '계엄'에 등 대한 생각이 또 다르다는 것 역시 그 진실을 위해 싸우던 사람들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인지... 이 역시 생존을 위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 질문에 어디든 마찬가지야! 어디에도 미친 사람들이 살아!라는 소설 속 대사를 지금 내가 사는 세상에 적용을 해야 하는 건지...
체중과다
피부병
히스테리
우울증을 겪으며...
유리로 만든 발레 인형 발목에 금이 간 채로 침대에 누여져 있듯이... 아니 그마저 떨어져 산산이 부서질 것만 같은 상태로...
유효기간이 끝난 사이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살얼음판 같은 집...
그래도 그 집 안에서 서로를 위하려는 마음으로 삶 속에서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 그렇게 파괴되면서도 저마다 지킬 만큼의 소중한 것이 있는 삶의 복무를 하고 있는... 그 어떤 것을 너무 사랑하게 되면 그것을 위해 하기 싫은 일도 꾸역꾸역 하게 된다는 생각으로... 또는 마음이 다 무너져 버린 경험 속에서도 "난 쉬운 일만 해. 심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만 하지. 쉬운 일도 규칙적으로 지속적으로 하다 보면 힘이 생겨..."와 같은 마음으로 힘들지만 서로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는 모습을 보이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런 소설을 소설인데 한 시대를 모두 녹여내 한 가족과 그 주변인들의 생각과 선택을 통해 읽어낼 수 있는 실감 나는 소설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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