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박한 공기 속으로
존 크라카우어 지음, 김훈 옮김 / 민음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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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박한 공기 사이로 


#민음인 #김훈 #존크라카우어 


잊을 수 없는 대형 참사가 있었다. 

아프지만 매년 그날이 되면 다시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억해 내야 하는 많은 이들의 죽음 

아프니까 잊어도 되지 않나... 싶은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기에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람들... 

수많은 사람이 아니라 단 한 명이라도... 


산을 오르는 사람들... 

8000미터 이상의 고봉들... 그중에서도 최고인 사가르마타를 오르는 사람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죽음과 사고... 

그들은 누구의 탓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길이기에.... 

위에 언급한 사회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인가? 잠시 생각해 본다. 

하지만... 

등반 도중 위기에 빠져 살려야 하고 도움을 줘야 하는 사람을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계속 올라가야 하는지 그들의 손을 잡고 함께 내려와야 하는지의 선택의 상황... 그렇게 멈출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는 자로 인한 죽음과 사고라면 이건 또 내가 원해서 오르는 길이지만 또 다른 구조적인 원인과 책임을 따로 물어야 하나? 그런 등반에 미숙하지만 다른 요건을 다 갖춘 자들은 어떻게 이 힘들고 사고와 사망을 염두에 둔 모험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는가? 돕는 것이 인지상정일진대 늘 돕다보면 난 언제 정상에 오를 수 있는가? 날 후원한 사람에겐 무엇이라 할 것인가? 내 대신 짐을 메고 오는 저 사람은 왜? 누구인가? 저들의 사망은 또 어떠한가? 산소통을 매는 것과 그 도움을 받지 않는 등반은 과연 차이가 있는가? 난 그 짐을 들어야 하는가? 


실로 복잡하다. 

그냥 누구누구가 그 산을 올랐다! 에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었고 그럴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 


처음부터 기록을 남기기 위해 등반에 참여하여 일어나지 않았으면 했던 사고가 일어나고 그 후 살아남은 자들이 남긴 기억까지 옮긴 책이라고 소개하면 될 듯하다. 

멈춤 없이 준비하고 오르고 내려야 하는 등반처럼 읽어 내려가다가 어느 한 페이지에서는 멈춰서는 읽고 쉬고 다시 읽고를 반복했다. 

해당 페이지는 좀 옮겨 놓으려고 한다.


어느 세르파족 고아의 기록이다. 

'~저는 제 고향 땅이 저주받은 곳이라는 느낌 때문에 그리로는 결코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제 조상들은 저지대에서의 박해를 피해 솔로 쿰부 지역에 도착했습니다. 그분들은 사가르마타지 곧 대지의 어머니이신 여신의 그늘 밑에서 성스러운 안식처를 찾아냈습니다. 그분들은 여신께서 당신들의 성소를 외지인으로부터 보호해 주리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엉뚱한 길로 들어섰습니다. 그들은 외지인들이 그 성소로 들어오는 걸 거들어 줬고 외지인들은 여신의 정수리 위에 올라서서 승리의 환호성을 올림으로써 여신의 성스러움을 무참히 짓밟고 여신의 가슴을 더럽히고 훼손했습니다. 그 대가로 그들 중의 일부는 자기 목숨을 바쳐야 했고 또 다른 일부는 구사일생으로 도망쳤거나 자기 대신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바쳤습니다.....' 


이처럼... 

각기 다양한 생각과 이유로 산을 오르거나 산을 오르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누군가의 소중한 꿈을 자신의 이기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과의 이야기... 등반대 대표와 가이드 그리고 돈을 지불하고 가장 높은 산을 오르려는 등반에 미숙한 고객, 또 등반대와 등반대 간... 그리고 등반대와 세르파족 사이의 관계... 

여신의 그늘 밑에 들어서 정수리에 오르려는 시작부터 복잡하게 얽히게 되는 복잡한 관계 속에서 1996년에 벌어진 일련의 사고가 이 책에 기록되어 있다. 이 기록은 그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가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기도 하고 오해를 낫기도 하고 오류를 전함으로써 슬픔을 되풀이하기도 했던 그런 기록이라고 간략히 소개할 수 있을 듯하다. 


'8천 미터 이상 되는 곳에서 도덕적 원칙은 적용되지 않는다.'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가치와 선택적 행동이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그곳의 일을 적고 자책하거나 변명하거나 오해를 풀어내기 위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그 사고의 이야기라고도 적을 수 있을 듯하다. 


#도서협찬 #희박한공기속으로 #등반 #민음인 #민음사 #책추천 #에베레스트 #사가르마타 #초모랑마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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