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국 인문 기행 나의 인문 기행
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 반비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미국 인문 기행 


#반비 #서경식 #최재혁 


'슈트케이스가 망가졌다. 나 역시 슬슬 사용기한이 다해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님의 나이를.. 이 책이 쓰였을 당시의 경험을... 노하우를 짐작하게 한다. 

이전에 영국, 이탈리아 인문 기행을 이미 쓰신 이력까지 포함해서 알고 있다면 이 책에 대한 기대는 더욱 크다. 

안타깝게도 이 책이 마지막 유작이 아니었으면 했는데... 


그가 세상을 떠남에 지인들의 아쉬움도 책에 고스란히 옮겨져 있다. 

'그가 조금 더 살았더라면 분명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더 많이 했으리라 생각하니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나 역시 책을 다 읽고 드는 생각이 있다. 

책 속에 '포그롬' (특정한 민족집단에 대하여 일어나는 학살과 약탈을 수반하는 군중 폭동을 가리키는 말이다.)에 의해 억압을 겪은 유대인이 이민, 반공, 노동을 소재로 '선한 아메리카'의 예술을 표현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서 유대인을 '재일 한국인'으로 바꾸고 난민, 사상, 인권을 소재로 '선한 세계 시민'으로의 여행, 미술, 음악과 같은 예술 영역에 대한 글을 쓴 작가 역시 너무 지금 시대가 필요로 하고 그의 조언이 필요하다 생각이 들었기에 이후 인문 여행으로 꾸며졌을 독일... 등의 나오지 못한 책이, 그 안에 담긴 성찰과 조언이 너무 아쉽다. 그가 생각하는 예술가 즉 '항상 오만함에 맞서는 기개와 시퍼렇게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모멸의 태도를 갖는 자'라는 정의는 본인에게도 너무 잘 맞아떨어지는... 해당되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사랑으로 가득 찬' 기억을 갖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허무나 냉소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나가고 싶다.' 

지금의 우리 상황은 우울감이 극대화되어가고 있고 서로 다른 쪽 사람들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며 또 조장하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와중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도 안 되는 싸움 속에서 허무하고 냉소적인 자책에 빠지지 않을까 두렵다. 

반지성적이고 오만한 자기 중심주의의 대두를 우린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 것인지..


일본과 한국 그리고 미국을 오고 가며 두 형님의 석방을 위해 모두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면서 작가님이 자투리 시간을 내어 미술관에 가는 것이 인상 깊다. 

두 형의 석방 문제(형 한 분은 사형선고까지...)가 걸려있는데 미술관이라니... 

허나 작가의 미술관을 찾는 그 발걸음은 회피나 도망, 일탈이 아니라 그마저도 피투성이 세상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낼 방법과 연대할 방법을 찾는 노력이지 않았나 싶다. 지옥과 같은 갱도에 카나리아를 데려가는 광부의 마음이지 않을까? 답답하고 꽉 막힌 리더로 기대가 사라지는 아메리카에 아직도 '선한 아메리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찾는 노력이며, 이미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보다 이전에 그런 노력을 했던 작가와 작품을 찾아 배움과 조언을 얻어보고자 하는 노력이지 않았나 싶다. 


작가님은 그러하셨고 이젠 우리의 문제이다. 

고흐가 테흐에게 남긴 편지에서 "~너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나는 네가 현실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을 지니고 행동하면서 그에 따라 방침을 정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건만...."라는 죽기 직전 호주머니에서 발견된 유서에 적힌 글이 떠오른다. 


"너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우리의 미력한 힘만으로는~이라 생각해서 지레 포기하기보다 거의 승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진실을 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을 읽은 독자가 작가님에게 해야 할 약속이라고 생각된다. 


#도서협찬 #나의미국인문기행 #나의영국인문기행 #나의이탈리아인문기행 #나의서양미술순례 #나의일본미술순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