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푸른 사다리 ㅣ 사계절 1318 문고 31
이옥수 지음 / 사계절 / 2024년 12월
평점 :
푸른 사다리 _ 제2회 사계절 문학상 대상 수상작
#도서협찬 #사계절 #이옥수
문학이 갖고 있는 힘...
멋진 문장으로 적혀있던 것을 여전히 내 기억은 구멍이 숭숭 뚫린 그 무엇처럼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한다.
그래도 기억나는 그 '결'은... 잊히지 말아야 할 것들을 되살려내는 힘이 문학에 있다고 했다.
한강 작가님이 노벨문학상을 받아서가 아니라 그분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분의 책을 찾아 읽는 이유의 여러 가지 중 하나는 힘들고 아팠던 어느 순간을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억하려는 노력 때문이지 않을까?
푸른 사다리...
사실 이 소설의 무대를 난 가본 적 있다.
내 외삼촌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마주한 반포주공아파트, 물론 지금은 몇 십억 대의 집값을 자랑하는 그곳에서 잠시 거주하셨기에...
외삼촌 손을 잡고 내가 갔던 꽃집, 화원, 비닐하우스가 모여 있던 그곳이 바로 윤제의 집이 있는...
그 순간을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정말 지옥 같고 견뎌내기 힘든 긴 시간이었을 테지만...
책으로 보고 뉴스로나 잠깐 접하는 우리에겐 금방 잊힐 수도 있는 휙휙 지나가는... 아니면 동시에 일어났던 그런 일들이라서.. 게다가 부정적이고 안 좋았던 기억은 금세 사라진다 하지 않는가...
나 역시 저 밑바닥에 있거나 어디선가 들었을 기억과 정보, 지식을 쥐어짜 내어 기록해보고자 한다.
윤제 아버지가 탄광촌에서 일하게 된 것은...
지금 우리 아이들이 진로를 희망하고 탐색하는 과정과는 너무나 다른 이유가 아닌가~
그리고 그곳의 열악한 작업환경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 때문에 기본적인 조건조차 지켜지지 않았을 터.... 게다가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으로 폐광이 되는 수순은 너무 급작스러웠기에 제대로 된 안내와 보상 없이 사람이 살 수 없을 지경의 집마저 비워야 했던 영월, 정선, 태백, 사북 지역의 사람들 중 한 명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대형 카즈노 건물은.... 지금 소설에 나오는 대법원, 검찰청 건물과 같이 하얀 건물이지 않을까?
재개발이 되는 과정...
다행스럽게도 내가 가르치는 한국지리 과목은 재개발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재개발에는 철거 재개발, 수복 재개발, 보존 재개발이 있다고 가르친다. 그중 철거 재개발을 가르칠 때 역시 감사하게도 여러 문학작품을 통해 아이들에게 조금 쉽게 그러면서도 그 당시 상황을 잘 재현하면서 실감 나게 가르칠 수 있다.
난지도의 화재, 경기도 광주의 천막촌 상황, 남한산성 일대의 모습, 경찰과 철거를 반대하는 사람들 간의 컨테이너 충돌로 인한 사망 사고...
얼마 전 브라질 리우 월드컵을 치르는 과정 속에서 빈민촌인 '파벨라'를 눈으로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한 뉴스를 우리나라 언론에서 뭔가 대단하고 생소하며 아직도 이런 곳이 있다는 식으로 보도할 때 우리도 그랬지 않나 했는데... 윤제네 동네를 함석판으로 가리며 88 올림픽을 치른 이야기가 책에 나올 때는 뭔가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거주하는 수원에도 어김없이 힘들게 내 땅이 아닌 남의 땅에서 비닐과 판자, 함석으로 집을 짓고 거주했던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 갔는지 알 수 없고 그곳에는 그들의 흔적이 하나도 없이 커다란 건물(수원 월드컵 경기장을 짓기 위해 우만동에 판자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커다란 그 무언가 같이 있을 수 없다는 대단한 분위기의 것(세계유산인 화성의 조망권을 확보하고자 그 아래 동네들은 모두 사라졌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그 앞을 오고 가는 사람들은 이전 그 사람들이 아닌 거지...
이런 이야기를 계속해나갈수록 어둡고 더 칠흑 같아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 되지만 그래도 늘 우리에겐 희망을 볼 수 있는... 장벽을 넘을 수 있는 사다리 같은 존재가 있다. 영진이 그렇고.. 혜미가 그렇고 기철이가 그렇다. 그리고 변화해 가는 태욱이와 윤제가 그렇다.
"엄마, 이 세상에서 돈이 제일 중요하지?"
"사람이 돈으로만 사나? 털보 아저씨를 봐라. 워낙 인심을 안 잃고 살았으니 동네 사람들이 밤중에도 발 벗고 나서잖나.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세상에는 쌨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을 아는 과정이 너무 힘들지만...분명 존재한다는 것을...나도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그런 것이 세상에 존재함을...또 작가님의 경험처럼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됨을 알고 책을 통해 잊지 말아야할 것을 알게 된 것이 새삼스레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장편소설 #소설 #푸른사다리 #사뿐사뿐 #서평 #책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