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길은 산티아고로 이어진다 - 프랑스 생장에서 산티아고까지 800km 37일간의 기록, 까미노에서 나를 돌아보다
이광희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8월
평점 :
품절


그렇게 길은 산티아고로 이어진다 


'길'이 소재라고 할 수 있을까? 덧붙여 '순례길'이라고 해야 할까? 

그럼 이 책의 핵심은 '종교'인 건가? '여행'이라고 해야 하나? '자기 성찰'인 건가? 

굳이 한 문장으로 요약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책을 읽고 자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인 순례길과 관련하여 많이 하는 질문에 대한 안내와는 좀 다른 맥락으로 말이다. 

기원, 코스, 숙소예약, 비용, 결제, 물집, 베드버그, 배낭서비스, 배낭 무게, 계절, 체력적인 준비, 휴대폰 준비에 준비물까지 당장이라도 떠날 사람들을 위한 정보가 담겨 있으나 내가 궁금한 것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후 적은 책을 서너 권 읽을 적마다 궁금한 것들이 생긴다. 

왜 걸을까? 

결코 작지도 얇지도 않은 책은 같은 패턴의 내용이 반복된다.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는 일상이다. 

새벽에 일어나서 걷고 일출을 보며(두어 번은 멋진 일출 경관으로 황홀경에 빠질 수 있지만 이런 일출을 40 여일 가까이 매일 보는 것이라면 언젠가는 그 놀라움은 크게 반감될 듯) 아침에 문 여는 첫 카페나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파랗거나 비 오는 하늘, 포도밭이나 해바라기, 아님 차가 다니는 도로 옆길 그리고 짐을 두고 숙소는 역시 알베르게(사립이든 공립이든) 가끔 호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만나는 사람도 마주친 사람들이고 새롭게 만나는 사람이더라도 내가 온 길을 걸어온 사람 

얼마간의 시간이 경과하면 정말이지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을 지루한 걷기가 될 것 같은데 굳이... 

이 걷기의 매력은 도대체 무엇인가? 


p60 

'이 길은 당신을 단순함으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등짐이 가벼울수록 걸을 때의 부담이 덜어지는 체험으로부터 당신은 살아가기 위해 정작 필요한 것들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이 길에서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 길은 당신을 부를 것입니다.'

p227 

'이 길이 끝나면 내가 뭔가 달라지기를 기대하는지 자문해 보지만, 내면으로부터 완강한 저항과 살아온 생활의 관성 때문에 확실한 자신이 없다. 한 호흡씩 쉬어가며 역지사지의 노력을 계속하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p238 

'이 까미노 여정은 매일 다른 길을 걸으며 또 다른 경험과 이야깃거리로 채워지면서 그 새로움이 지속되는 것 같다. 여러 번 다시 오는 사람들도 자신의 감동을 재현하고자 하는 생각과 함께 이러한 새로운 소재에 대한 기대감도 있어 나에게는 무모해 보이는 시도를 반복하는 것 같다.' 

p253 

'비록 내가 동쪽에서부터 서쪽까지 산을 넘고 계곡을 건너 모든 길을 지나갔다 하더라도 나 자신의 자유로움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당신은 아직 어딘가에도 도착한 것이 아니다. 비록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순례객들과 공유했다 하더라도 내가 만약 내일 나의 이웃의 잘못을 용서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아직 어딘가에도 도착한 것이 아니다.' 


걷지도 않고 의심 가득하고 지레짐작한 못난 생각과 의문이었구나 싶다. 

하루하루가 새로웠구나. 같은 하늘, 같은 초록이 아니었고 걷고 또 걸으면서 계속 스스로에게 자문하며 성찰을 이뤄내는 경험이 누적되는 걷기이구나. 나를 성찰하며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성장이 있는 걷기이구나. 일상의 반복이 지루함과 낯선 어색함이 아니라 또 가고 싶어지는.. 까미오 블루와 같은 우울감까지 유발하는 멋지고 신나는 경험이구나. 그렇구나. 싶다. 


언제고 나도 가야겠다!라는 용기를 낼지..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글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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