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꽃 - 무작정 꽃집에 들어선 남자의 좌충우돌 플로리스트 도전기
이윤철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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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꽃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그런데 우연하게 되었다고 '운칠기삼'같이 읽히지 않는다. 

작가는 제대말년 휴가에서 용기를 내어 꽃집에 들어가 구직을 요청했고, 제대 후 약속을 지켰으며, 잘 다니던 전도유망한 대학, 학과 공부를 그만두었고 단신으로 영국 유학을 갔으며, 인종과 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며 런던에서 직장생활을 해냈다. 이런 과정을 그냥 어쩌다 보니~라고 설명할 수는 없다고 생각이 든다. 지극하게 겸손한 사람일 뿐 

그럼 정말 어떻게 지금에 이르렀을까? 

이 역시 작가 스스로 아주 쉬운 예를 들어주며 답을 주고 있다. 

영화 <마션>의 주인공이 지구를 귀환하기 위해? 거친 과정을 예를 들며 자신이 꽃의 물통을 씻고, 작업실을 청소하며, 고객을 응대하고 자정을 넘긴 시간에서 새벽까지 꽃을 구매하며 다듬고 판매하는 이야기를 덤덤하게 해 준다. 그게 답이라고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덤덤하게~ 

어떤 상황이든 유연하게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늘 준비되어 있고, 늘 준비하는 태도를 삶을 살아온 그 노하우를 말이다. 


꽃을 대하는 이 직업의 매력을 같이 느껴보려고 책을 읽는 내내 찾아보았다. 

꽃이 주는 이미지만 갖고 단순하게 아름답고 예쁘다.로 판단하지 않고 그 속내에 수많은 어려움, 고초를 겪은 경험보다 그래도 행복해지는 순간을 소개하는 것이 나을 듯해서이다. 


난 팔지 못한 꽃을 처분? 하는 과정이 기억에 남는다. 

퇴근길 그 꽃을 들고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누군가와의 약속 장소에 나갔을 때 눈이 마주치거나 꽃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에게 무심히 툭 건넬 수 있는 멋진 선물이 되는 그 순간! 얼마나 행복할까? 싶다. 나도 해보고 싶고 느껴보고 싶은 감정... 

낯선 누군가에게 꽃을 건네고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것이 마약이 든 음료가 뉴스에 나오는 지금 우리 시대에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알기에 말이다.


아빠에게서 회사 냄새(책 속에서는 유칼립투스 냄새이다.)가 난다는 아이와의 대화도 인상 깊다. 

직업이 보이는 사람이 있다. 뭐 하는 사람 같아요. 무슨 과목을 가르칠 것 같아요.처럼 편하게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아도 내가 소개되는 그 지점은 낯선 느낌을 조금이라도 상쇄하게 해 줄 테니 게다가 전혀 불편하지 않을 식물의 냄새, 꽃 향기 아닌가~ 


결혼은 인생에 한번이라고 가정하고 평균 6개월 정도의 인연이 결혼식이라는 가장 축하받는 날 마무리 되고 정리되는 것도 인상 깊다. 물론 그렇게 맺고 정리하고 잊고, 다시 새로운 사람과의 인연을..이라는 리셋과정 말고 그날 식이 마무리 되는 시점에 그날을 가장 화려하게 장식했던 꽃들을 모아 다발로 만들어 하객들과 주인공들을 위해 다시 선물하는 그 순간이 세상 어느 작별 인사보다 멋지게 느껴졌다. 


매력적이다. 

난 고3 담임. 대학에 자율전공학과 정원이 늘어났다는 사실은 고3이 되어도 대학교 1학년이 되어도 아직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탐색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어도 난 아이들에게 플로리스트라는 어느 한 가지, 한 방향을 설명할 수 있고 그 매력을 살짝 소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마션>의 지구귀환자가 감자가 싹을 틔울 수 있게 물과 거름을 만든 단계 정도인가? 나도 제자들과 함께 열매 맺기라는 거창한 목표에 스스로를 힘들게 하지 말고 일단 한 걸음! 발자국을 뗀 행복감을 느끼는 중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글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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