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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들의 수프 - 셰프의 독서일기
정상원 지음 / 사계절 / 2024년 7월
평점 :
글자들의 수프
아주 맛난 비빔밥처럼..
어쩌면 우리가 알고 먹는 비빔밥 말고..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처음 접한 음식으로 비빔밥을 먹게 되었을 때의 느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닌가 싶은 책을 읽게 되었다.
세프, 음식, 독서, 책, 독서일기 이런 것들이 적절하게 잘 '비빔'으로 어우러진 글들이 모아져 있다.
평생 하나의 전공, 전문성을 갖추기도 쉽지 않다고 생각되는 요즘인데...
작가님은 셰프로... 그리고 작가로... 그것도 나와 같은 독자라면 이 작가님의 이름은 이제 기억하고 다음에 또 책을 내신다면 꼭 챙겨봐야겠다..라고 생각이 들 정도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전문가라면...
요즘 아무리 N잡러가 대세이고 멀티 플레이어, 융합형 인재가 많다지만... 참 대단한 역량을 지녔구나. 싶은 생각이 계속... 부러움에 말이다.
작가님에 대한 느낌을 조금 더 이야기해 보면 하고 싶은 이야기 속에 담긴 지식과 정보의 양이 상당하면서도 겸손하고 사회 모든 사람들을 배려하려는 마음 씀씀이가 느껴진다. 예를 들어 서두에서부터 성불평등 용어 사용을 지양하려는 노력과 꼭 사용하고 싶은 따뜻한 단어가 혹여나 오해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미리 챙겨 거친 생각, 오해를 말아달라는 간곡한 부탁의 말이 적혀있다.
음.. 이런 분이시니 책 소개보다 본인에 대한 이야기를 이리 주절주절 적는 것을 보시면 부끄러워하실 듯...
이제 그만 책 소개로 넘어가야 하는 시점이 된 듯하다.
소설가, 시인 또는 철학가
아무개
라고 적힌 아래 제목과 그 아무개의 작품 속 문장이 적혀있다.
그 문장은 음식 또는 먹는 행위, 또는 그것들을 떠올릴 수 있는 글이며, 이를 통해 서너 장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셰프의 글이라고 음식 설명에 비중이 큰 것도 아니며, 다짜고짜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아닌 밥을 같이 먹는 식구들에게 조곤조곤 이야기를 해주듯 차분한 글이 적혀있다. 뭐랄까~ 가족 단톡방에만 올릴 수 있는 그런 정겨운..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 말이다.
예를 들어본다면
인류학자/레비스트로스
슬픈 반죽
문화란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차이'의 문제다._레비스트로스 <슬픈 열대>
... 그리고 모로코와 카사블랑카의 지명 뜻으로 툭 시작한 문장은... 유럽과 아프리카 사이 영역의 갈등을 이야기하고 파스티야, 페이스트리 반죽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샤프란과 위스키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종교 이야기가 끼어든다. 그리고 내 짐작에 작가는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프랑스에서 영국에서 지브롤터에서 세이타로.. 그리고 모로코로 왔는데 다시 모로코에서 왔던 길로 돌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원인과 이유에 대해 장황스럽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냥 그렇다고요~도 아니다. 왜 그럴까? 왜 그래야 하는 걸까?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
함께 밥을 먹는 식구들과 이야기하듯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과 함께 앞에 음식을 놓고 편하게 너무 심각하지 않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모른 척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서로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어찌 보면 작가가 본인이 감명 깊게? 인상 깊었던 책 속 문장과 본인의 독서록을 모아놓은 책이며 이런 류의 책은 종종 읽었던 것 같다.
하지만 서평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비빔밥이 그렇지 않은가? 알고 있는 식재료이기에 짐작되는 맛이지만...
신선한 재료들을 모아 비비고, 간을 살짝 더하고, 참기름을 두른 것뿐인데, 생각보다 맛난 비빔밥만의 순수한 그 매력적인 맛이 느껴지는 것처럼...
어찌 보면 알고 있던 작가, 시인, 철학가이고, 그들의 작품 또한 읽어본 적 있기에 아는 맛이라 큰 기대가 없을 수 있지만, 비빔밥처럼 작가의 생각까지 어우러져 아주 맛난 새로운 음식이 식탁에 놓이고 같이 밥을 먹는 사람이라는 '식구'같은 사람들과 편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아놓은 글이라고 생각된다.
결론은 한번 더 읽어봐야겠다. 재밌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글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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