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오래 산다 - 30년 문학전문기자 생애 첫 비평에세이
최재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야기는 오래 산다 


책의 표지를 한참 쳐다보게 된다. 


'뉴욕을 그린 화가'라고 검색을 해보았다. 에드워드 호퍼가 기억이 안 나서... 

커다란 창을 통해 안쪽 사람들을 그려내기도 하고 사람들과 함께 바깥을 바라볼 수 있는 창밖 풍경을 그린 화가로 기억한다... 물론 그 사람들은 그 창밖 풍경에 크게 관심이 없는 듯한...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도 떠오른다. 빛과 그림자... 를 표현한 색채가... 


저런 창 앞에 꽤 넓은 창 턱 같은 책상과 편한 의자(표지의 의자는 좀 딱딱해 보인다.)를 누군가도 떠올리겠다. 생각하며 표지를 한참 보았다. 


이런저런 면에서 여태까지 읽어 왔던 책과는 특이한 점이 많은 책이다. 

작가는 30년 근속으로... 한 직장에서 꾸준하게 한 분야에서 일하신 분이다. 

작가는 작가를 만나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 

'이야기는 오래 산다'라는 책은 '역사와 만나는 문학기행'과 같은 책이 쓰이게 된 경험들... 작가와 작가의 책, 그리고 그 작품의 무대가 되는 곳에 대한 깊은 사유가 만들어낸... 책이라고 생각된다. 


작가와 작가의 작품에 대한 평론을 읽은 적은 있으나... 

어느 한 작가가 다른 작가에 대한 그 작품에 대한 오래되고 긴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내주는 책은 낯설었다. 그러나... 신선했다. 

표지의 그림 속 사람처럼 햇살이 내리쬐는 책상에서 창과 마주 앉아 다른 사람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풀어내는 그런 모습이 책 속 글로 가득하다. 


30년이란 시간이 근거가 되어 

옛날 작가... 이미 고인이 된 작가... 그리고 최근이라고 해야 하나 얼마 전 읽었던 작가와 그 작품에 대해 모두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아는 분도 있고 모르는 분도 있고... 아는 분은 아는 분대로 관심이 가고 모르는 분은 어디서 들어봤을 법도 한데 모르고 지나쳤구나. 더 책을 열심히 읽어야겠구나. 싶은 마음에 더 집중을 해본다. 


해변 모래 속에 동전을 찾는 마음이다. 

하루 꼼꼼하게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다 찾았다고 생각하며 넉넉하다... 만족하다 생각했는데... 

30년 세월을 두고 써 내려간 글을 읽다 보니...


다음날 같은 해변 모래를 걸어가는 동선 속에서 어제 찾지 못한 동전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이러니 또 같은 길을 내일 걸어야지... 생각이 나도록 말이다. 

그래도 웃음이 나온다. 그냥 지나치지 않아서... 

그냥 지나쳐서 잃어버리지 않도록 이 책의 작가님이 도와줘서 말이다. 


남겨 놓고 싶은 문장 몇 개 옮겨본다. 


김지하 편... 

"너는 앞으로 글을 쓸 아이다. 이 말을 잊지 마라. 사람이 글을 쓰려거든 똑 요렇게 써야 한다. 한 놈이 백두산에서 방귀를 냅다 뀌면 또 한 놈이 한라산에서 '어이 쿠려'코를 틀어막고 영광 법성포 앞 칠산바다에서 조기가 펄쩍 뛰어 강릉 경포대 앞바다에 쾅 떨어진다. 요렇게..." 


안도현 편.... 3월에서 4월 사이 전문... 

산서고등학교 관사 앞에 매화꽃 핀 다음에는 

산서주조장 돌담에 기대어 산수유꽃 피고 

산서중학교 뒷산에 조팝나무꽃 핀 다음에는 

산서우체국 뒤뜰에서는 목련꽃 피고 

산서초등학교 울타리 너머 개나리꽃 핀 다음에는 

산서정류소 가는 길가에 자주제비꽃 피고... 


무라카미 하루키 

역사를 잊으려 하거나 바꾸려 해서는 안된다. 전후에 태어났다고 해서 내게 책임이 없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라고 말하지만.... 그의 작품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도모히코가 그린 그림은 불태워진다...... 


전경을 구해주고 전경에게 얻어맞은 시인 함민복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이렇게 보지 못할 뻔한 동전을 찾았으나... 아직도 모래 속에 있을 동전을 한번 더 찾아보기 위해 책을 한번 더 열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하니포터8기 #하니포터 #한겨레 #책추천 #서평 #책스타그램 #한겨레출판사 #이야기는오래산다 #최재봉 #최재봉비평에세이 #에세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