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103 소설Y
유이제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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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103 


터널은 땅 밑, 바다 밑(해저터널)이나 산 등을 뚫어 자동차, 철도 차량, 선박과 사람 등이 통행할 수 있도록 만든 통로이다. 

그 자체로 자연을 극복한 인간의 결과물인... 

그러나 그러한 인간의 노력은 태생적으로 한계를 드러내게 되고... 

그 한계는 통로를 통한 이동이 불가능해지는 것으로 자연에 의해 다시 덮어씌워지는 순간이 온다. 

소설에서는 바닷물이 터널로 유입되어 마을 사람들의 불안감을 극대화시키는... 장면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가만 생각해 보니 터널은 일단 이동 통로이다 보니 양방향이든 일방향이든 방향성이 존재한다. 

이번 소설의 경우는 마을 사람들은 내륙으로 가려는 방향성이 나타나는데... 

이런 이동을 내켜하지 않는 내륙 쪽에서 터널의 한쪽을 막는 순간 터널은 역시 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배출 요인이 그대로 존재하는 경우에서 한쪽이 막힌 터널은 그대로 고립되는 공간, 감옥, 지옥 같은 곳으로 변할 뿐.... 


자연 현상을 소설 곳곳에 배치해 놓은 것도 흥미롭다.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모래톱이 드러났다가 사라지는 '해할 현상'이 소설에서 나오는 것도 흥미롭다. 

독자들 중에는 제부도, 진도의 모도, 신비의 바닷길로 홍보하는 무창포 등에서 나오는 현상을 떠올릴 수 있을 듯하다. 

흑요석으로 지뢰 같은 기능을 대신하기도 하고... 작가의 상상력은 매 순간... 이 책을 읽다가 중간에 내려놓을 수 없는 매력을 지니게 만든 장치를 만들었다. 

관목이 나오기도...'타이가' 같은 '검은 숲'이 배경으로 나오기도 한다. 


조연들의 활약은 더욱 눈부시다. 

미션 3번째가 만약 터널에서 나갈 경우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이 있었다. 

이 답은 서평 말고 한번 더 업로드하는 서평에 답을 써야겠지만... 

내가 누구를 데려간다기보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내가 어떤 '나'여야... 소설 속 어떤 조연과 같아야 같이 동행할 것인가? 

지금이 결코 터널 속 삶과 같은 지옥 같은 하루하루 버텨내는 것이 힘든 삶은 아니지만... 

지금이건 극한 상황이건 난 어떤 사람 이어야 하는가?


어떤 역량을 갖추고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영화 '터널'에서도 구조자를 구하기 위한 굴착 장면에서 실수가 나온다. (설계도 오류... 어떻게 설계가 잘못될 수가 있을까~) 

소설 '터널 103'에서도 인간의 실수 덮기는 여전하다. 물론 그 실수가 결정적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빛을 가져다주지만... 

괴물들 역시 인간의 실수이고... 

터널을 막은 자도... 문을 닫은 자도... 

그리고... 이 소설에서 결국 차폐문을 열고 나갔으나... 

이미 문을 닫았던 내륙으로 가는 마을 사람들과 주인공들은... 문을 닫은 사람들에게 다시 환영받을 수 있을까? 


여운이 길게 남는다. 

책에 적힌 활자를 비추느라 터널 속 어둠만큼이나 짙은 밤에 켜 놓은 불빛으로, 그리고 그날 낮의 쌓인 피곤함으로 눈이 시렸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 할 수밖에 없었던... 그런 글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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