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살 위로 사전 - 나를 들여다보는 100가지 단어
박성우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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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책이구나. 


첫 번째 001은 

'가득하다' 

그리고 글머리표라고 말하기엔 커다란 원문자를 맨 앞으로 빼낸 후 서너 문장이 '가득하다'라는 단어를 표현하는데 멋들어진 상황들을 나열하고 있다. 

예를 들면.... 

너만의 특별한 향기가 있어. 라일락 향기처럼 너를 내 안으로 스미게 할 때... 

~사랑하는 사람과~눈빛으로 이야기할 때 

그리고 두어 줄의 문장 만으로는 부족해하는 독자들을 위함인지... 

늘 있어주었으나 가을에 닿아서야 오래전부터 나를 향해 손 흔들고 있는 단풍 손. 같은 너를 본다.~로 맺는 짧지만 짧지 않은 글로 마무리가 지어진다. 


그리고 두 번째 002 가소롭다. 003~으로... 이어지는... 

근데 또 1~6번으로 문장을 만들고 싶기도 하네. 

각박해서 가혹하고 각별한 사람으로 가득가득 내 주위를 채웠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네...라고 혼자 장난을 쳐본다. 


어라... 7번은 감미롭다. 

감미롭다는 것은 빨래를 널다가 문득 볕 좋은 창가에 앉아 쉬어본다는 것이라고 한 문장~ 

안 그래도 오늘 시험 종료 전 답안지 마킹을 모두 마친 창가 쪽 학생이 스을쩍 커튼을 걷어 틈새로 들어오는 햇살을 맞는 장면이랑... 

"햇살이 좋니?" "네~ 고양이 같죠?" "사실 나도 많이 좋아해~"라고 조그맣게 대화까지.. 오해나 의심 없이 감미롭다. 


가끔 수업 중 학생들과 장난을 칠 때 교과서를 무작위로 펴서 양쪽 페이지 사진 속 사람 수가 많은 사람이 이기는 게임을 할 때가 있다. 

아무래도 난 좀 나쁜? 선생이라 한국지리 교과서 인구 단원이나 여행, 축제 이야기가 나오는 지역지리 쪽에서 사람이 많은 사진 자료가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아서 대략 해당 페이지 즈음을 가늠하여... 100전 99승 정도? ^^ 


오늘은 혼자 그런 게임을 해본다. 

'끄떡없다'와 '무기력하다'를 읽고 요즘 난 마흔 살 위로 사전 속 어떤 단어를 오늘의 단어로 해볼까나~ 그렇게 해본다. 


51번 '부질없다' 

사전 한 줄에는 '이미 지나간 사랑을 놓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사전 두어 줄에는 3개의 사례가 있는데... 음 

사전에 없는 내용을 추가해 볼까?


동생과 부모님이 제주에 머무르고 있다. 한 달 못 채운 3주 살기~ 

작년부터 올초까지 종양 치료와 수술로 맘고생이 심했던 동생은... 부모님의 나이 듦까지 곁들여... 

세상의 어떤 부분과 어떤 면은 다~부질없다!라고 느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훌쩍 한 마디 동의를 구한 채 '난 이미 결정했으니 허락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통보임!' 말투로 다녀온다고 했다. 

그리고 맘 좋은 매제는 진작에 오케이, 그러니 난 덩달아 오케이. 


부질없다. 

그렇게 떠난 여행... 

이번엔 이 문장의 서술어로 어울리는 단어를 일부러 찾아본다. 

'환하다' 구겨진 마음이 쫘악 펴지는 여행이 되길! 

'후련하다' 그래 이렇게 3주 동안 제주 여행이라도 다녀와서 내가 참 후련하다!!라는 여행이 되길! 


순서 없이 읽고, 두서없이 적은 '뻔뻔한' 서평이 '부끄럽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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