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 배달 사고로 읽는 한국형 플랫폼노동
박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평점 :
품절


책일 읽다 보니 우린 서로를 얼마나 이해하며 살고 있나? 싶다. 

오래간만에 직장에서 큰소리를 내어 내 의견을 말한 적이 있는 요즘... 

상대의 말을 난 얼마나 이해하면서 내 의견을 그 사람에게 설득시키려고 했나.. 그 과정에서 못된 옛날 버릇처럼 인상 쓰고 목소리를 톤업~하지 않았나~싶다. 

요즘 그러지 말라고 말려주는 이 없다 보니 옛날 병이 도졌나 보다. 

다시 조용히 지내고자 다짐하지만... 

한구석에서 조용히 지내는 것의 무력감에 대해 실망하고, 무언가 변화를 꾀하고자 노력하는 행동과 말이 조직과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이고 후배들을 위한 것이 아닌가? 싶어 또 화내고 싸우는 것을 합리화시켜보기도 한다. 

암튼 업무의 효율과 규칙을 준수하는 서로 상반된 입장 속에서 그 중간을 찾는 유연한 태도를 취하며 서로 대화하는 것은 참 힘들다.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배달 라이더의 이야기이다. 

난 그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스스로 물어본다. 

핸들을 잡으면 나 역시 작가님은 서운하시겠지만 라이더 편을 들 수 없다. 

그러나 우린 팬데믹을 통해 겪지 않았는가? 

평소에 눈에 띄지 않던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얼마나 격리되고 폐쇄된 사회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묵묵히 해왔고 우린 이제 그들을 인식하고 그들의 어려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당장 배달음식이 우리 일상에서 차지하는 높은 비중을 굳이 설명할 필요 없는.. 


배달 라이더의 입장 

음식 사장님의 입장 

배달 플랫폼 운영진의 입장 

공유 장소라고 생각하지만 라이더의 일터인 도로에서 마주치는 운전자의 입장 

그리고 음식을 주문하는 고객의 입장 

요즘 수업 시간에 많이 하는 말처럼..."상대 입장이 되어보자!" "공감해 보자!" 


10명 중 1명, 아니 100명 중 1명, 아니 1000명 중 1명이 저지르는 노동의 윤리 테두리를 벗어나는 행동을 막아내기 위해 만들어진... 

상대를 믿지 못하기에 만들어 놓은 수많은 규칙과 결계들.. 

그 계약 속에서 효율을 찾아내야 하는 사람들... 효율 속에서 내팽개쳐지는 또 다른 규칙과 계약의 위반, 안전..


당사자뿐만 아니라 사이에서 생각지 않게 피해를 보는 사람까지... 


암튼 난 단 한 권의 이 책만으로 부족하겠지만 

배달 라이더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다. 

내가 엊그제 굳은 얼굴로 톤업된 목소리로 상대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내 목소리를 낸 것과 달리 

다양한 입장 속에서 배달 라이더들의 대표성을 띄고 용기를 낸 작가의 글을 꼼꼼하게 읽기 위해 노력해 보았다. 

한 번도 그들의 편이 되었던 적이 없는 고객, 도로의 운전자 입장에서 잠시라도 그들의 행동과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 말이다. 


조만간 반 학생들과 사회의 소수자, 그리고 인간 외 소외되는 동물까지... 

함께 그들의 입장이 되어보는 책 읽기, 삶터교육과정 등을 해볼 생각이다. 

기존에 알고 있던 소수의 입장에 추가하여 플랫폼이 안전을 챙겨주지 않는 상황 속에서 최소 임금 이상을 벌어들이기 위해,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벌어내기 위한 그들의 노력에 대해 입장에 대해 같이 알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른손으로 당겨내는 엑셀과 급하게 밟아야 하는 브레이크만 갖고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동종의 업계 사람들이 동료로서 한편이 되어주지 못하는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너무 늦게 시도해 보는 중이다. 


비가 오는 날 발 끝으로 맨홀 뚜껑을 스윽 쓱 문질러 볼 듯하다. 

꽤나 미끄러울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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