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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포인트 그림감상 - 원 포인트로 시작하는 초간단 그림감상
정민영 지음 / 아트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원 포인트 그림감상
'달이 나무의 허리춤을 부드럽게 감싼다.'
읽자마자 무슨 말일까? 그냥 멋져 보이려고 쓴 말일까? 싶겠지만
김홍도의 '소림명월도'와 함께 본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물 먹는 소 목덜미에/할머니 손이 얹혀졌다/이 하루도/함께 지났다고/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서로 적막하다고'
'할머니 손이 소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함께 지났다고...'
김종삼의 '묵화'라는 시가 덧대어진다.
이런 책이다.
그림을 설명하는 책에 간결하며 멋진 말이 등장한다.
이해를 돕는 또 멋진 글귀가 보태지고 작가의 삶이 덧대어진다.
이런 책이다.
꽤 많은 동서양 작가의 작품이 소개된다.
'모든 것은 의도 속에서 존재하며, 의도에 따라 디자인되어야 한다. 이게 내 철학이다.'라는 작가의 말을 알고 있기에
꽤 많은 작품을 보면서 하나하나 의도를 파악하려고 시도하게 된다.
숙제가 많은 느낌이다.
다행히 저자는 친절하게 말해준다.
소재를 좀 오래 천천히 관찰하라고.. 마감시한 같은 것은 없다고... 종료령은 치지 않는다고...
답도 없다고 말한다.
감상은 정답 찾기가 아니라고... 작가의 그림 그리기와 감상자의 그림 읽기가 서도 달라질까 두려워말라고 다독인다.
그림을 그리면서 그림에 대한 작가의 자세? 입장? 에 대해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다.
문인화에 대한 추사의 생각은 '문자향_문자의 향기', '서권기-책의 기운'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조회룡은 달랐다고 한다.
'글씨와 그림은 모두 손재주이다. 재주가 없으면 비록 총명한 사람이 종신토록 배워도 잘할 수 없다. 그러므로 손끝에 있는 것이지 가슴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완전 반대 입장 아닌가? 이때 저자가 말한 감상 포인트가 생각났다. 조회룡의 매화서옥의 집 창문 안으로 보이는 풍경보다 창문과 집 그림이 반대 입장의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집과 비슷하다..라는 생각이 불쑥~ 괜히 뿌듯~ 소나무 대신 매화를 그렸을 뿐 구도도 비슷하다고 억지를 부려보고 싶다.
입장이 다르지만 평생 스승으로 모신 자의 그림에서 스승의 그림을 찾아내서 내가 책을 작가가 말해준 대로 잘 읽고 있구나 싶었다.
이원희 '이사리에서'에 대한 글도 기억에 남는다.
'눈에 보이는 모든 사실을 회화적 대상으로 끌어낼 줄 아는 능력의 소유자...'
'풍경에 사람이 없어도 인간적인 따스함이 묻어난다...'
강요배 '생이여'에서 평범하다 싶은 바다의 모습에 제주 4.3 항쟁의 아픔을 읽고..
'삶의 풍파에 시달린 자의 마음을 푸는 길은 오직 자연에 다가가는 것뿐이다..'
장이규의 '푸르른 날'은 무심하다.
그러나 감상자가 천천히 그림 앞에 일정 시간 머무른다면 청정한 기운 속에 마음의 삼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작가는 배려하고 있다.
이중섭의 '자화상'은 그의 삶이다.
어느 한순간 행복했을까? 궁금해서 이전에 살았던 가난하고 불행한 시간이 삶의 대부분이었던 작가의 삶을 더듬게 된다.
은박지 쪼가리에 그림을 그리고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는 종이 가득 글과 그림으로 채우고 그 테두리까지 빙글빙글 돌려가며 글로 채웠던 그의 편지를 본 적이 있다. 그 삶을 그림 하나에서 읽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이야기가 보태져서 말이다.
신기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된다.
밤새 어딘가에서 천적을 피해 배를 채우고 넓은 호수로 돌아오는 철새들의 소리가 시끄럽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 커다란 브이 자 대형을 갖추고 맨 앞에서 날고 있는 새가 힘들면 다음 뒤에 날던 새가 교대하며 산을 넘어 호수로 하강할 것이다.
안 보이지만 들리는 소리와 쉼을 향해 날아가는 새의 생각과 파란 하늘을 그려보고 싶다.
손재주만 있다면...
아트북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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