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행복한 난청 - 음악에 관한 어떤 산문시
조연호 지음 / 난다 / 2022년 8월
평점 :
#행복한난청
쉽다는 것은 이미 내 안에 경험과 관심이 스치듯이라도 머문 흔적이 있다는 것일 테고
어렵다는 것은 내게 그것에 대한 결핍과 부족이 있다는 말...
어렵다.
한참 시가 어려웠기에 시를 고르지 않았던..
그래도 지인이 건넨 시로 얼마 간 시를 읽었던.. 그래도 여전히 시인과 시인이 사용한 단어와 문장으로 공감하는 것이 어려운..
시인처럼 살 필요는 없지만
시인과 공감하고 일상을 살아가는 것에 조금 닮고 싶다면 보다 천천히 듣고 냄새를 맡아야 할 것 같다.
천천히
물에 담가놓은 토란이 조금씩 독을 게워내듯이...
음악에 대한 산문인데...
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실 이 책에 대한 내 개인적인 느낌은 일련번호가 매겨져 있는 시집 서너 권을 묶어 놓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종이를 아끼기 위해서인지 한 줄 툭 내려 단락을 나누기 않고 붙여 쓴 시를 한참 읽은 느낌이다.
수많은 소재로 풍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정작 음악은 직접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종묘제례악에 이르러 아! 맞다. 음악, 이 책은 소리와 산문이지! 음악과 산문인 것을 다시 인지했다.
'개인은 시간의 연속 속에서 끝없이 반복되고 어떻게 살아도 혹은 어떻게 죽어도 삶은 그저 하나의 밋밋한 고리일 뿐, 이라는 깨달음을 이 유례없이 독특한 음악은 소리로 보여준다.'
기억에 남는 문장은 다음과 같다.
역시 내 안에 머문 적 있는 것, 고흐가 그린 사이프러스 나무, 동료 교사가 직접 도자기에 그린 그 사이프러스 나무가 떠오르는 이야기
나무 끝이 붓 끝이 되어 붉게 물든 하늘에 그 붉은색을 칠했다는 문장...
풍성한 활엽의 수림보다 바늘 끝처럼 서있는 겨울나무의 패악... 이 문장 아닌데... 그 바늘 끝 같은 붓끝 같은 나무 끝이 하늘을 붉게 칠해버리는...
스윽스윽... 이런 소리인가? 난청..
책을 덮고 생각이 나서 그 부분을 다시 찾으려 책을 주루룩 휘리릭 넘겨보았으나 찾지 못해 저렇게 안 예쁜 문장으로 옮긴...
그런데 이 부분에는 소리가 없다.
소리가 느껴지는 문장 하나가 더 있었다.
'귓바퀴가 가만가만 울리는 숲소리 쪽으로 오목해진다.'
그래 살아있는 것들이 많은 숲에서는 소리가 들리겠지. 죽어있는 무생물에 흥미를 느끼고 그것을 사랑하는 성향보다는....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사랑과 그것들의 소리, 냄새...
어렵다.
그런데 중간에 책을 덮고 싶은 어려움은 아니다. 그저 그런 어려움이란 소리가 아니라 진짜 어려웠는데 계속 읽게 만드는 힘이 책에 있다.
언제고 다시 꺼내어 들쳐볼 책이다.
물보다 얼음이 중요하고 낮보다 밤이 쓸모 있어지는 변화처럼...
내게 어려운 것이 쉬워지고 쉬운 것에서 어려운 것을 찾아내어 다시 생각하는 사고의 깊이가 생겼을 때 다시...
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난다 #난다출판사 #행복한난청 #신난다5기 #책서평 #조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