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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
레이첼 카슨 외 지음, 스튜어트 케스텐바움 엮음, 민승남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7월
평점 :
운동 중 지인이 종종 자기가 찾아가는 시골 맑은 물이 흐르는 강 옆 쉼터라고 짧은 영상을 보여주었다.
어릴 때 늘 물을 파랗게 색칠하곤 했는데 영상의 물은 공기 같지는 않고 분명 물인데 내 눈과 계곡 물속 바닥 돌까지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닌데 아무것도 없는 듯 맑고 투명했다. 물의 흐름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면 정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그렇게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구나. 영상을 보고 첫 번째 드는 생각은 찾아가고 싶다. 발 담그고 한참 앉아 있고 싶다.
사실 주변 축사, 오염된 생활 용수로 정말 깨끗한 계곡 물을 찾기 힘든 요즘, 깨끗하다 싶어도 바로 두어 굽이 상류로 올라가면 누군가 자신은 더 이상 사용 안 할 물처럼 더럽혀 밑으로 흘려보내고 있으니...
오랜만에 본 깨끗한 물은 경이로웠다. 경이로운 자연의 일부였다.
그런데 사실 그 경이로움은 예전엔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것 아니었을까?
그 평범했던 자연은 인간이 개입하고 난 후 아직 인간의 침범을 허락하지 않은 곳에서 그때의 모습을 경이롭게 간직하고 있을 뿐..
'자연은 인간이 만들지 않은 부분'이라는 레이철 카슨의 첫 번째 글 제목이 '훅' 마음에 들어오는 순간을 경험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건들지 말란 것인가?"
누군가 화내며 외치는 듯하다.
39페이지를 읽어 주고 싶다.
오늘은 바람이 강해져서 메스키트 나무가 오픈카를 타고 질주하듯 머리칼을 휘날리고, 유연한 가지들이 공중에서 헤엄을 친다.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서 바람에 흔들리는 건 어떤 기분일까?
그냥 나 혼자만의 해석이다.
과거로 그것도 아주 과거로 돌아가자는 직선적인, 직관적인 강요가 아니지 않은가? 자연과 함께라는 생각을 깊이 뿌리박고 바람에 흔들리는 유연함으로 지금이 위기임을 인식하고 지혜를 발휘해야 하지 않는가?
지금 우리가 소유한 과학기술에 오만이 아닌 겸허함을 보태어 말이다.
이 책 저자들을 따라 해보고 보고 싶다.
오크나무를 심어보고 그 뿌리 밑에 내 관을 묻고 싶다.
수영도 못하면서 프리다이빙을... 밤하늘을 유영하듯 나는 새를 한참 쳐다보고 싶다.
반정원을 꾸며보고 싶고 브리슬콘소나무에게 추운데 잘살고 있냐고 쓰담쓰담 해주고 싶다.
직접 경이로움을 겪는 행운이 내게 있기를...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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