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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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버지...

당신에 대한 글을 쓰겠어요...

 

내가 무엇을 했다고..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살아 냈을 뿐이다...

 

이런 질문과 답변으로 채워진 책이네요.

 

엄청난 시간의 흐름과 공간이 바뀌면서 진행되는 대서사시가 아닌...

아버지 한 사람의 생애주기 속에서 인연을 맺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

읽는 내내 나는 이 책에 한 마디 말이라도 보태는 등장인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J시 그 집에, 웅이의 송아지가 있던 우사에, 시체가 쌓여 있던 계곡에 나도 있던 것 같은 착각 속에 빠져들었다가 마지막 장을 덮고나서야 이제 빠져나왔네요.

 

강한 아버지

*꽉 붙잡은 아버지의 짱짱한 허리 덕분에 불안하거나 위험하다는 생각도 없이 뭐라 설명을 못하겠는 나른한 안도감으로 눈이 스르르 감기기도 했다.

*사람들이 가끔 제가 뉘 집 자식인지 알고 싶어 아버지 존함을 물을 때가 있었는데 아버지 함자를 대면 모두들 아. 하면서 아버지를 대하듯이 제게 잘해주었습니다.

 

그런데 늘 숨어서 울고 있는 아버지

*아버지 인생? 우리들 학사모 쓰고 찍은 사진이?

*양친 잃고 혼자 남어서 살아볼라고 애쓰는 불쌍헌 아그, 였던 아버지

*아버지가 울었다는 말에 사방이 적막해져서 왜 우셔?

*그래도 살아내는 게 인간 아닌가. 자네 아버지는 자네 옆에 그저 있어 주고라도 싶은데 자네가 옆에 오지도 못하게 한다며...

*먹성 좋은 자식 여섯이 마구 달려들어봐라, 안 무서운가....

*두렵고 무섭지 않은 날이 단 하루라도 있었을는지.

*아버지는 뭐 하고 싶으셨는데요? 너처럼. 자전거로 무전여행을 하고 싶었다,?

 

그런 아버지와 헤어져 지내야하는 시간들

*살아오는 동안 누군가와 헤어지게 될 때 가끔 그때의 내 목소리를 듣는다.

*헤어지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길이 없는 관계. 아버지, 나 가요. 소리치고는 뛰어서 버스에 타버렸다.

*어떤 물건들은 그렇게 사라진다. 버리지도 없애지도 누구에게 준 적도 부숴버린 적이 없어도 어느 시간 속에서 놓치고 나면 기억 저편으로 물러나고 희미해진다.

 

그렇게 그 시대를 이렇게 살아냈어야, 라고 말씀하시는 아버지

용케도 너희들 덕분에 살아냈어야, 라고 말씀하시는 아버지에 대한 책입니다.

읽을 땐 내가 그 아버지였고, 넷째라 하지 않고 이름이 불리운 헌이 였고, 리비아에서 아버지와 편지를 주고 받는 장남...이었던... 이래서 소설을 읽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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