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벗, 율리에게.
물고기들도 밤이 되면 잠을 잔다.
밤에 수조의 불을 꺼주면 바닥으로 모두 내려가 고요한 물속의 잠을 꿈꾸듯 자고, 아침이면 물위로 올라와 발랄하게 유영을 하며 꿈같이 또 하루를 지내는 것이다.
네가 예쁘다고 사진을 찍은 하프문 베타인 귀동이는 엄청 감정이 섬세한 녀석이다.
현빈이만 보면 턱 밑의 솜털같은 지느러미를 하염없이 흔들다가도 내가 가면 뚝, 수초밑으로 휑하니 가버린다. 내가 한번은 그놈을 본의아니게 식겁하게 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론 나에겐 까도어(까칠하고 도도한 물고기)가 되었다~^^
며칠전 현빈이가 여러가지 물생활 용품들을 사왔는데 애플스네일도 한 마리 가져왔다.
그런데 이 놈이 커다란 달팽이인 팽군과 팽이등에 시도때도 없이 껌딱지처럼 붙어 있길래 '거 되게 밝히는 놈일세' 생각했는데 현빈이의 말. 원래 상태가 안좋아 수족관에서 샤크라라는 고기들의 먹이로 던져진 애를 덤으로 받아왔다고. 그런 애가 이젠 자신과 같은 게다가 커다란 달팽이들과 함께 있으니 안심이 되서 그런다고. '아이고, 너 욕봤구나. 구사일생이구나.'
달팽이도 그럴진대 하물며 사람이야.
사랑하는 율리.
知音. 자신의 소리를 알아듣는 친구를 만나는 것만큼 마음 든든한 일이 있을까.
늘 너와의 만남은 내게는 知音이다. 책을 읽다가 마음을 울리는 글을 만날때도, 작업을 하다가 잘 안풀릴때도, 기쁜 일이 있을때도, 슬픈 일이 있을때도 너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을.. 조근조근 마음에 채워 넣어 사소하지만 안온하고 평화롭다.
네 덕분에 이번 겨울도 마음이 춥지 않게 따뜻하게 잘 지냈다.
그리고 이젠 우리가 서로 좋아하는 영화도 함께 하는 기쁨도 배가되고. 언제 클래식음악이 배경이 되는 Sound 좋은 영화를 보고 싶구나. '세상의 모든 아침'이나 '파리넬리'같은.
오늘 너와의 저녁을 기다리며 몇자 적었다. 황지우의 詩처럼.
이제 봄이다. 이번 사순절은 유난히 복잡다단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촉촉히 대지를 적시는 봄비처럼 우리의 기쁨과 소망의 씨앗들이 일제히 싹이 트고 꽃피우리라 믿는다. 늘 고맙고 사랑한다. 부활을 기다리며.. So l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