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뱅이꽃의 노래
이정우/李庭雨
이 저녁시간에 나는
길가에 앉아 있습니다.
해질 무렵까지
내 곁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 삶의 고된 길을
당신은 다른 이들보다 아주 늦게,
혼자서 초라하게 지나갑니다.
나는 그걸 보며 눈물을 글썽입니다.
저 들판에서 노을진 하늘가로
길 잃은 바람이 불어가고
산그늘 속에서 무명無名의 새들이
재빨리 날아갑니다.
노방路傍의 앉은뱅이 나는
이젠 정욕도 애욕도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은 내 곁에 와서
이 밤을 쉬어 가십시오.
-이정우 詩集, <앉은뱅이꽃의 노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