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말고는 아무도
올해 막바지 팔에 금이 갔다
빙판에 미끄러졌나 보지
결국 그 선배 멱살을 잡았구나
친구들은 제각기 한 마디씩 던지고
가만히 등 뒤로 와서 너는 자해한 거 아니냐며 킬킬거린다
얼마나 멋진 밤인가
어둡고 캄캄하고
우리는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은 욕망으로 가득 차서
구체관절인형을 가지고 놀듯 서로를 만지작거린다
꽃다발
축하해
잘해봐
이 소리가 비난으로 들리지 않을 때
누군가 꽃다발을 묶을 때
천천히 풀때
아무도 비명을 지르거나 울지 않을 때
그랬다 해도 내가 듣지 못할 때
나는 길을 걸었다
철저히 보호되는 구역이었고 짐승들 다니라고 조성
해놓은 길이었다
-김이듬 詩集,< 말할 수 없는 애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