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서 詩人, 진은영은
'우리는 너무 오래 생각했다/ 틀린 것을 말하기 위해/ 열쇠 잃은 흑단상자 속 어둠을 흔든다'
썼지만 나는, 곧 저마다의 하루치 삶을 살고 돌아 올 식구들에게 저녁밥을 무엇을 줄까, 고민중이다. 푸른 파를 송송 넣은 뽀얀 사골국을 줄까, 아니면 파란 애호박에 두부를 넣고 끓인 된장찌개를 줄까 .
문득 -우리는 매일매일-의 시인의 말을 꺼내 본다.
대학 시절, 성수동에서 이대 입구까지
다시 이대 입구에서 성수동까지
매일 전철을 타고 가며 그녀를 상상했었다.
이 많은 사람들 사이, 만약 당신이 앉아 있다면
내가 찾아낼 수 있을까?
/ 우리들의 시인, 최승자에게
어젯밤엔 S와 Y랑 '바위 소리'에 갔다. 비닐을 친 야외천막에서 난로에 손을 쪼이기도 하고
촛불들이 출렁이는 어두운 실내에 들어가, 여전히 블랙러시안과 호가든을 마시며 많은 말은 없어도 그냥, 함께 있어서 좋은 시간들을 보내다 S에게서 최승자의 시집을 한 권씩 받았다.
'쓸쓸해서 머나먼'과 '물위에 씌어진'.
누구에게나 '우리들의 시인, 최승자에게' 가 있었던 날들을 생각한다.
오늘같이 무력한 날은 언 땅을 비틀거리며 걷다 온 기분이기도 하고, 아니면 허공 속에서 잠 없는 잠을 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최승자를 문득 생각하는 그런 날이다.
* 이 詩集의 詩들 전부가 정신과 병동에서 씌어진 것들이다. 라고 쓴 시인의 말을 읽으며 '물위에 씌어진'의 詩 한 편을 읽으며 빨리 식탁을 차려야 할 것이다. 나의 저녁은.
most famous blue raincoat*
산뜻하게 너는 떠나고
밖에는 비가 내리고
나는 옷을 갈아 입는다
너 떠난 지 이미 오래지만
나는 늘 현재형으로
'너는 떠나고'라고 쓴다
푸른 우산을 갖고 밖으로 나가기 전에
없는 너를 찾아 나가기 전에
most famous blue raincoat를 듣는다
그 노래에서는 언제나
존재의 서글픈 아름다움이 흘러 나온다
산뜻하게 너는 떠나고
나는 블루 레인코트를 걸치고
나가기 전에 다시 한 번 듣는다
most famous blue raincoat의 추억을
*most famous blue raincoat: 레너드 코엔이 부른 한 유행가 제목
-최승자 詩集, <물위에 씌어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