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의 세탁소
이찬
길을 만나고 돌아온 날은 세탁소에 들려야 한다 지나온 길들
을 빨아야만 길 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길들을 만나는 일은
죄를 짓는 밤 길들에게 죄를 짓는 밤은 세탁소의 신부에게 고
해성사를 하는 아예 육체를 다시 헹구어야 하는 불안의 밤이
다 불안의 밤을 세탁소에 맡겨 씻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의 몸
에 악착같이 달라붙은 길들의 먼지 먼지들의 영혼을 다림질해
야 하는 것이다 길의 세탁소는 늘 불안히 깜박거리고 네온의
침들을 질질 흘리고 있다 길 안의 영혼 길 밖의 세탁소에서 너
무 오래이 맡겨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