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날의 지혜

 

                                                                       박노해

 

 

                     큰 것을 잃어 버렸을 때는 작은 진실부터 살려 가십시오.

                     큰 강물이 말라갈 때는 작은 물길부터 살펴 주십시오.

                     꽃과 열매를 보려거든 먼저 흙과 뿌리를 보살펴 주십시오,

                     오늘 비록 앞이 안보인다고 손 놓고 흘러가지 마십시오.

                     현실을 긍정하고 세상을 배우면서도 세상을 닮지 마십시오.

                     세상을 따르지 마십시오.

                     작은 것 속에 이미 큰 길로 나가는 빛이 있고 큰 것은 작은 것들을

                     비추는 방편일 뿐입니다. 현실 속에 생활 속에 이미 와 있는 좋은

                     세상을 사는 희망이 되십시오.

 

                                                -박노해 詩集, <사람만이 희망이다>-

 

 

    

  여럿이 둘러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나만 이불을 덮고

 자다가 눈을 떴다. 머쓱해있는데 사람들은 괜찮다고, 그냥 아프니까

 그대로 누워 공부하라고 하며 화기애애 하게 웃는다.

  그래서 나는 또 누워서 빵까지 뜯어 먹고 귤까지 까먹으며 함께 공부

 를 했다. 그리고 미안해서 일어나 칠레만두를, 손바닥만한, 속에 고기와 갖은 야채를 듬뿍 넣은 만두를 만들어 하나씩 나눠 먹으며 또 웃었다. 꿈에.

 

 이유석의 '맛있는 위로'에 나오는 '테린'이라는 요리가 떠오른다.

 

 테린은 버려질 뻔한 재료들이 모여 환상의맛을 내는 '기특한' 음식이다. 그 자체로는 요리가 될 수 없는 재료들이 어우러져 완성된 요리로 탄생한다. 여러 고기들의 맛이 제각각 입안을 맴돌면서도 그 모든 맛이 하나의 오묘한 맛으로 모아진다. (36쪽)

 

 

    이제 나도 잠에서 깨어나 세수를 하고 반듯하게 책상에 앉아서 다시 공부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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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1 09: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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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1 18: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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