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날 단장(斷章)

         2

        어두운 겨울날 얼음은
        그 얼음장의 두께만큼 나를 사랑하고
        그사랑은 오랫동안 나를 버려두었다.
        때로 누웠다가 일어나
        겨울저녁 하얀 입김을 날리며 문을 열 때면
        갑자기 내입김 속에 들어오는 조그만 얼굴
        얼굴을 가리는 조그만 두 손.
        나는 알겠다. 언제부터인가
        육체의 쓴맛이 머리칼을 곱게 빗고 흙내음을 맡으며
        얼마나 오랜 나날을 닫힌 문 속에 있었는가를.
        나는 여기 있다, 미친듯이 혼자 서서 웃으며
        내 여기 있다, 네 조그만 손등에 두 눈을 대고
        네 뒤에 내리는 설경(雪景)에
        외로울 만치 두근대는 손을 내민다.


                                    -황동규詩, 겨울날 단장(斷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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