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날 단장(斷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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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겨울날 얼음은 그 얼음장의 두께만큼
나를 사랑하고 그사랑은 오랫동안 나를 버려두었다. 때로 누웠다가 일어나 겨울저녁 하얀 입김을 날리며 문을 열 때면 갑자기
내입김 속에 들어오는 조그만 얼굴 얼굴을 가리는 조그만 두 손. 나는 알겠다. 언제부터인가 육체의 쓴맛이 머리칼을 곱게 빗고
흙내음을 맡으며 얼마나 오랜 나날을 닫힌 문 속에 있었는가를. 나는 여기 있다, 미친듯이 혼자 서서 웃으며 내 여기 있다, 네
조그만 손등에 두 눈을 대고 네 뒤에 내리는 설경(雪景)에 외로울 만치 두근대는 손을 내민다. -황동규詩, 겨울날
단장(斷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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