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빛 1

 

            마종기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집니다. 산골        

               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

               소리를 알아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물이 되었다고 해도 처음에는

               깨끗하지 않겠지요. 흐르고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고, 생전에 맺혔던 여한도 씻어내고, 외로웠던 저녁, 슬펐던

               앙금들을 한 개씩 씻어내다보면, 결국에는 욕심 다 벗은 깨끗한 물이

               될까요. 정말 깨끗한 물이 될 수 있다면 그때는 내가 당신을 부르겠습

               니다. 당신은 그 물 속에 당신을 비춰 보여주세요. 내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세요. 나는 허황스러운 몸짓을 털어버리고 웃으면서, 당신과 오

               래 같이 살고 싶었다고 고백하겠습니다. 당신은 그제서야 처음으로 내

               온몸과 마음을 함께 가지게 될 것 입니다. 누가 누구를 송두리째 가진

               다는 뜻을 알 것 같습니까. 부디 당신은 그 물을 떠서 손도 씻고 목도

               축이세요. 당신의 피곤했던 한 세월의 목마름도 조금은 가셔지겠지요.

               그러면 나는 당신의 몸 안에서 당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죽어서 물이 된 것이 전연 쓸쓸한 일이 아닌 것을 비로소 알게 될 것입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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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4 2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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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4 22: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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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5 1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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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5 22: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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