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에게.

 

 청명하게 날이 맑디 고운 아침, 창밖에서는 새들이 봄을 경쾌하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목련나무 아래에는 동네 최고의 얼짱인 사랑하는 나의 어미아옹이가(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미모인줄을 모를것입니다. 거울이 없으니.) 똘똘하고, 영리한 새끼고양이들과 한가로이 비스듬이 누워, 평화로운 봄날의 햇살을 휴식처럼 즐기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길고양이들은 '도둑고양이'가 아닙니다. 자신의 주어진 삶을 불평이나 원망없이..그리고..함부로 남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으며..자연의 본성(本性)대로..살며..사랑하며 새끼들을..살뜰하고,의젓하게 키우며..배우자에 대한 한결같은 信義를 지키며..주어진 자신의 환경안에서..自由롭고..새처럼 가볍게..쿨하게 살아갑니다.

 

 가끔, 새벽 두 세시에 작업을 하다 窓을 열면 문득..맞은편 담장에 앉아..그윽하고 신비롭게..저를 쳐다보고 있는 어미아옹이의 아름다운 초록빛 눈과 마주칩니다. 그러면 나도..한번..정말 기쁘게 웃습니다.

  이곳으로 와서 지난 1년간, 이 아이들과 이웃으로 살아온 결과는, '저것이 진정, 고양이의 자유로운 삶이다! '라는 '깃털처럼 가볍고, 부드럽고, 자유로운' 그들의 삶에 늘 찬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들을 이유없이, '도둑고양이'라고 미워하고 제거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는..단지, 살기위하여..먹이를 구하기 위하여..쓰레기봉투를 조금 찢어 놓은 것뿐인데..그것때문에..약을 놓아서..다 몰살시켜야한다고 분분하는, 인간들의 '티끌'같은 분노를 대할때마다 우리는 과연 자연을 얼마나 잘 지키고 가꿔왔는가를 생각하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나직한 한숨만 쉴 뿐이지요.

 아아, 애제라..이런 저의 마음도 모르고..울집..밥먹고 잠자고 부비부비와 그루밍뿐이 할 줄 모르는 페르시안 '로미'와 러시안 블루 '도도'는 뒤엉켜서 잠만 자고 있네요.

 철없는것들!..그런데 어찌하겠습니까? 제가 거둔 것들이니..제가 끝까지 책임을 져야겠지요. 

 

 오늘도 바람이 찹니다.

 그래도 어제 돌아오는 차창밖의 중랑천에는 어느덧 노란 개나리들이 환하게 피어 있더군요.

 그대가 주신 홍매화, '명자'는 오늘도 활짝 피어 제 마음을 설레이게 합니다.

 '명자'의 은은한 향기를 제 마음 대신, 바람결에 보내드리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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