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자원봉사자들께 국수집을 맡기고 외출을 했습니다. 그런데 국수집이 난리가 났습니다. 연거푸 두 번이나 가스 밥솥의 밥이 설어버렸습니다. 손님들은 밀려들어오고 밥은 두 번이나 설어버렸고.... 급한 김에 라면을 끓여서 손님들 대접을 했지만 라면으로도 어쩔 수 없어 자원봉사자들께서 대략난감의 상황이 되었습니다.

먼저 손님들께 앞으로 한 시간후에 오시라고 했습니다. 그런 다음 가스밥솥에 밥이 왜 설었는지 알아봤습니다. 쌀을 계량하는 계량컵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커져버렸습니다. 비슷한 계량컵이 세 개가 있는데 그 중에 제일 큰 것으로 쌀을 펐으니 쌀이 용량 초과가 되어버렸습니다. 계량컵 하나만 남기고 둘은 폐기처분을 했습니다. 그리고 정확하게 계량컵을 사용하는 법을 알려드렸습니다. 그리고 가스밥솥의 물조절하는 법을 봉사자들께 알려드린 다음에 밥을 했더니 아주 고슬고슬한 밥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설익은 밥을 처리하는 것이 남았습니다. 먼저 닭 몇 마리를 삶았습니다. 잘 익은 닭은 꺼내서 살을 발랐습니다. 그리고 커다란 국솥에 설익은 밥을 넣고 닭죽을 끓였습니다.

민들레국수집 손님들은 국수나 죽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닭죽만큼은 아주 좋아하십니다. 커다란 국솥에 한가득 죽을 끓였는데 거의 한 시간만에 동이났습니다.

급히 한솥을 더 끓였습니다. 그렇게 설익은 밥을 반을 처리했습니다.

다음 날도 두 번이나 닭죽을 끓였습니다. 커다란 대접으로 두 그릇 드시곤 또 밥을 드십니다. 그러면서 행복해 하십니다.

이틀 동안 죽만 쒔습니다. 그래도 손님들이 잘 드시니 기분이 좋습니다.

어제는 하이라이스를 만들었습니다. 손님들이 참 맛있다고 합니다. 그 동안 두 세번 드셔보셨기에 새로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나봅니다.

우리 손님들은 새로운 음식을 보면 고민을 하다가 먹는 것을 포기합니다. 혹시나 해서입니다. 새로운 음식을 먹었다가 배탈이라도 나면 화장실 가는 것이 참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먹어본 음식만 드시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집없는 사람들의 슬픔입니다.

 

                                  -민들레 국수집, 민들레 소식/ 2/9 죽을 쑨 나날들-에서 옮겨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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