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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집은, 눈앞에 있어도 설레어서, 일부러 아껴가며 천천히 읽는다. 일면식은 없지만 우리는 그의 삶의 지향을 오랫동안 그의 마음을 통해 알 것만 같기 때문이다. 이건 시간이 준 진심에 대한 공감일 것이다. ‘발 없는 비둘기도 새라고 퍼덕거려 보다가/ 절뚝절뚝 내게로 걸어온다/ 비둘기 모양을 한 성령이었다/ 평화가 있기를, 인사를 나눌 때/ 알코올 냄새가 났다/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25). 내내 삶과 시와 함께 건승하시고 행복하시길 빈다. 제목도 참 좋다. ‘잠의 풀밭‘이라니. ‘기억에는 원근법이 없다/(..)/ 인연이 있으면 다음에 만나요‘ (121). 다사다난했던 한 해의 끝에 도착한 기쁜 선물 같은 시집. ‘사라지지 않으려고 떨어진 글자를 줍는 사람이 있다‘ [글자로 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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