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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의 천국 - 서울특별시 성북구 동소문동 1965년
최성철 지음 / 노란잠수함 / 2017년 1월
평점 :
인생은 참 길다. 이제는 100세 시대가 되어 앞으로의 노후를 걱정해야하는 시대가 와버렸다.
머나먼 이야기이자 다른 나라의 일이라고 나한테는 해당하지 않을꺼라는 생각을 하고 살아왔는데, 어느새 나도 나이를 먹다보니,
백세시대의 한 축이 되어버렸다. 그랬기에 과거라 쓰고, 추억이라 부르는 추억이 더욱 값지고, 생각이 더 나는게 아닐까 싶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기에 그저 덧없이 흘려보냈던 그 소중함이 점점 너무도 소중하게 다가오고, 그때를 회상하면 왜 그랬는지 하는 후회도 들기도하지만,
살며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때도 있다. 더욱 옛날이 그리워지고, 과거가 되어버렸지만, 과거안에는 추억이라 부르는 그 과거가 그립고, 그립다.
책의 표지를 보면서 뭔가 아련함이 다가왔다. 컴퓨터로 만졌거나, 혹은 카메라로 고화질로 찍은게 아닌, 사람의 손이 탄 정성과 노력이 들어간
수채화이기에 더욱 와닿았던것같다. 거친것같은면서도, 그 때의 풍경이나 모습을 담아낼려고 한 흔적이 엿보여서 뭔가 그때는 있지도 않았지만
웬지 이런 모습과 풍경이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상상과 추측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책 사이사이에 수채화로 그려진 그림들이 있는데, 다 하나같이 다르고 멋지면서 이쁘다.
이 책의 저자인 최성철 저자의 실제 자신이 겪었던 경험, 추억, 사랑, 가난 등이 담겨져있는 에세이형식이다.
허구가 아닌, 픽션이 아니라서 더 가슴을 저리게 만들기도하였고, 머릿속은 멍한것같은데, 심장은 쿵쿵 뛰며,
바쁘게 살다보니 잊고 지냈던 그때 그 시절로, 그 추억속으로 소환시켜버린다.
수채화와 저자의 에세이가 조화가되어 추억을 좀 더 세밀하게 만들어준다.
이 책은 1965년 전후의 이야기로 전개가 되어진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52년전의 이야기인 셈이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지만 우리 부모님 세대이기도 하고, 그리고 다른점이 있을지라도, 그 안에는 그 시절로, 그때로 돌아가고싶은 마음과
그때의 저자와 나와의 추억은 비슷하다라고 생각한다. 유년시절의 이야기를 써본다는건 정말 힘든일인것같다.
왜냐하면,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고, 나이를 먹는것처럼 몸도 기억도 나이를 먹는다. 그때를 다 상세하게 기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도 젊어도 깜빡깜빡할때가 있지 않은가. 하지만 저자는 약간의 포장은 있어도, 있는그대로 쓸려고 노력하였고 그랬다고 한다.
'보고 싶고, 가고 싶다.
그 시절, 그곳, 그 친구들에게로 그 시절, 그곳, 그때의 나에게로'
이 문구가 가슴에 팍하고 안기어 껌딱지처럼 떨어지지않고 찰싹 붙어있다. 보면서 눈시울이 붉어진건 처음이었다.
나도 저자처럼 저 생각을 한적이 꽤 여러번있다. 정확히 중학생때로, 혹은 고등학교3학년때로 돌아가고싶다. 막 이렇게 말이다.
아니면 막연하게 그때로 그 나이대로 돌아가고싶다. 그때의 나에게로 가고싶다 라든가 연락이 안되는 친구가 보고싶을때나, 싸워서 연락이 중단된 친구가
보고싶을때 종종 저런 생각을 한적이 있기에 저 문구가 참 많이 와닿았던것같다.
웬만해선 생각하지 않을려고 했었다. 후회와 슬픔, 안타까움이 좀 더 지배적이었고 컸기에.
하지만 부정적이고 슬픈 감정과 생각만 있지는 않았다. 즐거웠던 일도, 기분좋고 행복했던 순간들도 있었기에 그때를 추억이라 부르고, 가끔씩 기억으로 부른다.
놀이의 천국을 읽다보면, 갑자기 나도 모르게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그러면서 옛날의 추억과 현재를 비교하고 있다.
지금은 인터넷이며, 핸드폰이며 모든게 빨리졌고, 달라졌으며, 좋아졌다.
하지만 난 그 점이 참 씁쓸하게 다가왔다. 예전에는 톡이 아니라 문자여서 친구들이 항상 문자를 보면 바로 답장을 보내주었기도 했고,
문자에 한계가 있어, 전화로 통화도 많이 했었다. 그리고 그때는 놀만한 곳도 별로 없어서 모이면 그냥 음식점가서 먹고, 공원같은데 가서
게임도하고, 추억의 놀이도 하면서 웃고, 떠들고 그렇게 신나게 놀곤했었다.
그때가 놀건 없었더도, 더 재밌었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으며 서로 부정적인 이야기보다는 좋은 이야기, 재밌는 이야기 하기에 바빴다.
그때를 회상하면 참 지금은 좋아졌지만, 관계는 서먹해지고, 소원해진것같다. 서로 만나도 폰보기에 바쁘고, 얼굴은 제대로 쳐다도 안보고 말이다.
예전에는 얼굴만 봐도 웃음꽃에 수다꽃이 피어 하루종일 수다를 떨어도 모자란 시간이었는데...
그때 만나서 공원에서 게임하고 얼굴 서로 마주보며 수다떨던 그때가 참 그립고 아련한다.
저자는 엄마와 어릴때 동네의 대중목욕탕에 갔던 일을 회상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면서, 공감을 했다. 대중목욕탕은 어찌나 물이 뜨겁던지, 살이 뜨겁다 못해 따가웠고, 특히 저자도 그렇지만 나도 때 미는걸 싫어했다.
왜냐하면 엄마가 한 번 밀어주기 시작하면 살갗이 빨개질정도로 빡빡 밀었기 때문이다. 아프다고 아무리 말하고, 울어도 모르쇠로 일관하시면서
이렇게 살이 빨개질정도로 밀어야 때가 나중에 안 나온다고, 덜 나온다고 말하시면서 밀어주시던 그때가 떠오른다.
지금은 내가 밀어들어야 하실 나이가 되었다는게 씁쓸하면서 한편으로 또 다른 추억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놀이의 천국은 1965년 전후의 저자의 실제 추억과 경험담을 쓴 책이다.
52년전의 이라고 하더라도, 공감가는 이야기도 많았고, 잊고 지냈던 나의 어린시절이 떠오르며, 친했지만 학교가 달라지면서 연락이 없어진 친구들로
생각이 나고, 그때의 그 풍경이라든가, 게임, 놀던 순간들이 모두 주마등처럼 떠오르게 도와준 책이다.
살면서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흘러간적은 처음이다. 점점 더 체감속도는 빨라진다고 하는 어르신들의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고 느낀것은 내가 너무 앞만 보고 달려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경주말처럼 말이다.
어린시절도, 친구들도, 그때 그 풍경들로 모두 추억이며 순간이고, 소중하다라는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도와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