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편지
권오분 지음, 오병훈 그림 / 도솔 / 2005년 1월
품절


"나는 들꽃전도사다." 스스로에게 내 별명을 상기시키며 복수초가 갖는 소중한 뜻을 용기를 내어 그들에게 말해 준다. 복 복(福)자에 목숨 수(壽) 자를 써서 '복을 주고 오래 살라'는 뜻이라고.-15쪽

그렇게 잎과 꽃이 평생 만나지 못한다. 서로 만나지 못하면서 잎은 꽃을 그리워하고 꽃은 잎을 그리워한다고 해서 상사화(相思花)라고 불려지는 것 같다. 그리움을 가져본 사람이면 이 꽃을 보고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보고 싶은 사람을 보지 못하고 그리워만 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33쪽

예쁘지만 화려하지 않고, 아름다운 색깔을 지녔으면서도 향기로 주위를 끌려고 하지 않는 소박한 제비꽃, 그러나 그 긴 겨울 추위를 용케도 견디고 아직 사방이 찬바람 소리로 가득할 때, 햇빛이 잠시라도 머무는 양지쪽이면 어느 풀잎보다 먼저 잎을 내고 꽃 피우는 그 모습은 봄마다 나를 눈물겹게 한다. 그리고 게을러지는 나의 생활에 채찍을 가차 없이 가한다.-66쪽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잡초 취급 받는 식물이지만 고마리는 오염된 물을 정화시키는 풀이다. 또 늦여름에서 가을까지 5월 같은 청초함으로 만물이 시들어가는 가을을 싱그럽게 해주는 걸 보면, 쓸모없는 풀이란 이 세상에 없는 것이다.-134쪽

세상이 일컫는 보석이나 패물들을 사랑했더라면, 나는 삼라만상에 가득한 찬란한 보물들을 찾아낼 수 없었을 거다. 돈으로 계산되어지는 것들에 대한 무심함이, 돈이 없어도 무한정 소유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었다.
자물쇠나 보석함이 필요 없는 나의 숱한 보물들은 때때로 나를 아주 멋스럽게 해준다.조개껍질로 만든 목걸이를 정장 위에 장식하고 화려한 송년모임에 스스럼없이 참석하는 나를, 나는 사랑한다.-227~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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