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욕 대신 말
도원영 외 지음 / 마리북스 / 2022년 11월
평점 :

말인지 욕인지 헷갈릴 정도로 많다. 일부가 아니라 많은 아이들의 말에 욕이 습관처럼 붙어 있는 경우를 많이 듣는다. 엘리베이터에서, 버스에서, 길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말에 섞인 욕을 들을 때마다 얼굴이 화끈해지는 건 비단 내 모습만은 아니리라.
<욕 대신 말>(도원영, 장선우, 선평원, 서한솔 지음 / 마리북스 / 2022)은 아이들이 욕 대신 올바른 말을 사용하길 염원하는 마음으로 4명의 국어학자가 쓴 책이다.
이 책을 보는 순간, 초등학교 5학년인 큰 아이 생각이 났다. 대놓고 욕을 하지는 않지만, 어느 순간부터 말 속에 거친 단어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엄마 아빠 앞에서는 조심한다고 한 게 이 정도이니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는 더욱 거침없이 나오지 않을는지 염려된다.
이 책에서는 욕을 하는 이유로 '화나서, 좋아서, 장난으로, 멋있으니까, 욕에는 욕'을 들고 있다. 많은 아이들이 욕을 섞어서 말하다보니 욕하지 않는 자신은 마치 바보가 된 듯한 느낌이 들어 덩달아 하는 것이 아닌지. 지극히 걱정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걱정만 하고 있을 순 없다. 이 책에는 욕 대신 이런 말을 해보면 어떨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생, 청소년이 쉽고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친근한 말투로 쓰여 있어서 더욱 인상적이다.

욕하는 언어 생활이 습관화되면 어떨까? 다시 말해 욕을 입에 달고 다니면? 우리 몸속의 코르티솔 분비도 만성화가 돼. 그러면 당연히 우리 몸도 서서히 영향을 받겠지. 욕을 많이 하는 게 결국은 몸에도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거야.
욕을 하는 게 정신 건강에만 영향을 미치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 몸에도 좋지 않는다고 하니 더 심각할 노릇이다. 특히 더 큰 문제는 욕을 듣는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고 그 역시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해 코르티솔 분비량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욕을 하는 사람은 욕을 함으로써 스트레스가 해소될지는 모르겠으나, 이를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치는 독이 된다는 뜻이다. 욕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흔히 친하면 욕을 해도 된다, 친할수록 찰진 욕도 허락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욕을 하는 사람의 자기합리화일 뿐이다. 친한 사이일수록 예의를 갖춰야 하고 선을 지켜야 한다. 나는 괜찮더라도 그 욕을 듣는 사람에게는 가시가 되기 때문이다. 무작정 욕을 해도 친구니까 들어주겠지란 생각은 착각이다.

<욕 대신 말>의 저자는 누군가를 부를 때 욕을 더해 부르기보다는 이름 또는 별명을 지어서 불러주라고 조언한다. 친근함을 표시할 수도 있고, 앞으로의 관계에 지속성을 부여할 수 있으니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기뻐도, 화나도, 슬퍼도 말마다 욕을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을 위해 상황에 맞는 감탄사와 어휘를 추천해 주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어떤 상황에도 몇 가지 주로 쓰는 욕만 붙이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맨 뒤에는 수많은 욕의 어원과 뜻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이 내용을 쭉 읽어내려가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욕이 가진 의미가 생각보다 더 차별적이고 나쁜 게 많았기 때문이다. 뜻도 모르면서 습관적으로 내뱉는 욕이 얼마나 위험한 말인지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욕을 할 수는 있다. 다만, 이제 만성이 되어 자신이 욕을 하는 줄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무섭고 안타깝다. 아이들의 말투를 보면 그 부모의 언어습관이 보인다. 내 아이들의 말투에 귀 기울이며 '욕 대신 말'을 쓰는 언어습관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겠다.
말은 곧 인격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