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지구인의 관점에서 외계인을 상상했는데, 이 책은 외계인의 관점에서 지구를 바라보고 지구인 체험을 한다. 그 자체만으로 무척 재미있었다. 마치 주변에 몇몇쯤은 외계인이 아닐까 싶은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지구인들에게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났다. 행복해야 할 순간에 서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 그 누구도 처음부터 싸울 생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지구인들은 상황을 꼬이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서로에 대한 기대가 오히려 화가 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매일 지구라는 전쟁터에서 서로 물고 뜯으며 살고 있다. 평온한 세계에서 온 도예리가 이러한 지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서로에 대한 기대가 오히려 화가 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리가 강호와 함께 짱구라는 강아지를 만나게 되면서, 그동안 기억하지 못했던 자신의 기억을 차차 되찾는다. 그리고 자신이 왜 지구에 살아야 하는 형벌을 받게 되었는지도 알게 되었다.
지구살이 10년을 채우는 날. 도예리, 아니 아뜨레토리모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행복을 기준으로 선택하지 않았을까.

만약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도예리가 되어 잠시 깊이 생각해보았다. 매일 힘들고 지치는 지구살이와 늘 평온하고 오래 살고 서로 상처를 주지 않는 스카우르나의 삶. 이 동화는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인 나에게도 큰 질문을 던져주었다.
이 책을 순식간에 읽고나서 마음속에 남은 잔상들이 몇 가지 있었다. 친구들의 괴롭힘에도 당당한 도예리, 짱구를 함께 돌보면서 강호와 마음을 터놓게 되는 도예리, 수시로 변하는 리스토와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도예리, 엄마 아빠와 소통하는 도예리, 그리고 모리와 산책을 하는 도예리.
예리와 함께 웃고 우는 동안 내 안에도 작지만 단단한 씨앗이 생겼다. 인생은 예리처럼 당당하고 즐겁게 살아야 한다는 긍정의 힘이 전해졌다.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너무 잔잔하고 고요한 인생은 또 재미없지 않을까. 오늘도 힘든 지구살이를 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분명 큰 힘을 전해주리라 확신한다.
첵을 다 읽고나니 문득 이 책을 쓴 작가가 더 궁금해졌다. 그래서 정현혜 작가를 찾아보니 카피라이터 출신이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군더더기 없는 글을 보며, 동화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필사를 꼭 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지구살이가 힘들 때 한번씩 읽어보면 좋을 책, <모리와 지구산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