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중년이 된다 - ‘내 마음 같지 않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무레 요코 지음, 부윤아 옮김 / 탐나는책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최근 들어 '중년'이란 단어가 쏙 들어온다.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뜻이겠지. 그래서인지 이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뜨끔했다. <그렇게 중년이 된다>(무레 오코 지음/부윤아 옮김, 탐나는책, 2017)

100세 시대라고 떠드니 나는 아직 청춘이라 생각하지만, 몸이 예전같지 않고 자꾸 체력이 딸리는 걸 보면 이제 팔팔청춘은 아닌가보다. 올해로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면서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중이다. 서른이 될 때랑은 마음가짐이 다르더라. 마흔이 되니.

마흔의 시작점에서 마흔 아홉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 책의 저자인 무레 요코는 일본의 광고회사, 편집 프로덕션에서 근무하다가 '책의 잡지사'에 입사해서 칼럼을 쓰기 시작했단다. <카모메 식당>, <일하지 않습니다> 등등을 쓴 인기 작가이기도 하다. 어쩐지 나와 인생 행보가 비슷해서 더 동질감이 느껴졌다.

작가가 1954년생인데 본인의 마흔 아홉 살 이야기라고 하니 뭔가 이상했다. 그래서 맨 앞에 판권을 확인하니 일본에선 2006년도에 출판된 책이었다. 그럼 그렇지 했는데, 책장을 넘길수록 지금 시대와도 전혀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핫(?)한 내용이었다.

책의 주된 내용은, 갱년기를 보내고 있는 마흔 아홉 살 독신여성의 실상이다. 물론 '혼자 사는' 게 방점이 아니라 '갱년기'가 방점이다. 갱년기를 맞이하며 겪는 몸의 변화, 마음의 변화, 무엇보다 생활의 변화. 그런 것들을 자세하게 묘사함으로써, 현재 갱년기를 지내고 있는 사람에게는 공감대를, 갱년기를 지난 사람에게는 추억을, 나처럼 갱년기의 초입에 들어서려는 사람들에게는 '유비무환'의 조언을 해주는 책이다.

근본적으로 무레 요코라는 사람은 참 유쾌한 사람으로 보인다. 예민하고 덥고 짜증나고 이유없이 화가 나기도 하는 갱년기를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대해 차근차근 대응해 나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유쾌하게 넘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와 대조로, 갱년기를 아주 시끄럽게 넘어가는 옆집 친구 이야기도 나오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맞으리라 생각한다. 저자의 마음새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적인 건 '남성의 갱년기' 부분이었다. 보통 갱년기라고 하면 40~50대 여성에게만 국한된 것이라 생각했는데, 남성의 갱년기에도 관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적고 있다. 생각해보니 40대 중반인 우리 남편이 요즘 들어 감정기복이 심해진 건 그 이유일 수 있구나 싶다. 그것도 모른 채 괜히 예민해졌다고 타박만 했구나. 남편이 갱년기를 잘 넘길 수 있도록 옆에서 잘 도와야겠다.

엊그제, 18년지기 친구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정신이 나간 상태로 지내고 있는 중에, 작가도 똑같은 경험을 했다고 한다. 건강해보이다가 갑자기 떠나는 사람을 보고, 갱년기를 겪는 사람들은 그 충격의 크기가 말할 수 없이 크다고 적혀 있다. 아무래도 감정이 안정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맞이하는 것이니 오죽하랴. 이유를 막론하고, 나와 같은 일을 겪고, 그 감정을 이해해준 사람이 있다는 대목에서 꽤 많은 눈물을 흘렸다.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렇게 행복한 중년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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